아는 만큼 행(行)할 수 있다
아는 만큼 행(行)할 수 있다
  • 마창훈
  • 승인 2012.07.0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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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마창훈 (영남일보 기자)

수도권과 지방 거점도시를 제외한 소규모 지자체의 고민은 재정자립도에 있다. 따라서 기업 유치를 통한 생산기반시설 확충과 고용창출 등, 재정자립도 향상을 위한 자자체의 짝사랑은 투자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우수인력 확보와 유통에 따른 물류비 절감 등의 측면에서 따져볼 때, 지방 중·소도시가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이같이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쉽게 선택하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문화와 관광이다. 그러나 이 분야는 투자에 따른 이익이 당장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데다, 성공에 대한 보장마저 확실치 않다는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사업을 추진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만만찮은 비용이 들고, 손을 놓자니 뭔가가 허전한’, 마치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지자체가 추진하는 문화관광산업의 현주소는 구멍가게 형태의 나열식 투자가 고작이다. 여기에다 건물과 도로정비 등과 같은 시설물 중심의 투자에 그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즉 관광객들에게 차별화된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하기보다, 경관을 보여주는 정도의 일차원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스쳐 지나는 관광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유도하는 것은 물론, ‘다시 찾고 싶다’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역부족이다. 다시 말해 롱텀아이템 부재에 따른 악순환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세계관광의 트렌드는 ‘문화관광’과 ‘생태관광’

최근 세계관광의 트렌드는 ‘문화관광’과 ‘생태관광’이다. 지질과 생태환경적 자원의 발굴은 물론, 문화콘텐츠로의 가치혁신을 위한 참을성 있는 투자와 장기적 관점의 마케팅의 필요성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롤모델은 바로 세계 영화계의 ‘거장’인 장이머우 감독의 기획·연출로 중국 구이린(桂林), 윈난(雲南), 항저우(杭州), 우이산(武夷山), 하이난(海南) 등지에서 막을 올린 ‘인상(印象) 시리즈’가 될 것이다. 장 감독은 문화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투자해야하는 지를 증명했다. 시설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지역 정체성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중심의 투자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를 통해 문화산업이 가지는 저력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이 같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발전’과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를 통한 일체감 형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드러난 외형만을 살펴본다면, 중국이 낳은 걸출한 인재의 ‘뛰어난 상상력’과 ‘빼어난 자연경관’,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강력한 사회주의체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문화라는 매개체의 막강한 저력과 파급효과를 확신하고 있는 중앙과 지방정부, 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행정 주체들의 노력과 의지 등을 꿰뚫어보지 못한 ‘수박 겉핧기’식 평가에 불과할 뿐이다.

문화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신념이 선결 과제

중국이 펼치는 주요 정책 중 하나가 ‘하나의 중국’이다. 즉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라는 점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포를 살펴보면 15억 여명(중국 통계청 2011년 12월 현재 기준 13억4천735만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인구 중 90%가 한족이며, 나머지 10%가 소수민족이다. 따라서 중국은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화합은 물론, 각 소수민족 간의 유대감 형성을 통한 통일된 다민족국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앙정부는 소수민족 각각의 정체성 유지와 함께, 이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화합하고 융화시키기 위한 적절한 해법으로 문화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축적될 수밖에 없는 행정당국의 경험과 노하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등식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인상시리즈는 문화에 대한 행정주체의 이해력을 기반으로 탄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문화라는 매개체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확고한 신념이 없었다면, 인상시리즈는 관객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체 10%에 불과한 소수민족의 전통과 일상을 문화콘텐츠로 재해석하기 위해 각 작품마다 300~400억원(원화 기준)이라는 거액의 사업비 투자는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또 제작기간만 평균 5년이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인내심 역시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론은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를 비롯한 인상시리즈는 ▲걸출한 인재 ▲수려한 자연자원 ▲문화산업에 대한 행정당국의 이해와 적극적인 뒷받침 등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성공사례라는 것이다. 특히 단역에 불과할 지라도 지역주민을 배우로 캐스팅하는 세심한 배려를 통해 고용창출과 함께, 개개인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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