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을 기대하며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며
  • 마창훈
  • 승인 2012.08.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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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인칼럼>마창훈 영남일보 기자

“경상북도청이 있으니까, 안동시청도 해산해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로 타 지자체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재>안동영상미디어센터(이하 미디어센터)가 해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재>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텐츠진흥원)이 곧 개원함에따라, 유사한 기능을 가진 미디에센터의 해산 및 폐지는 불가피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즉 콘텐츠진흥원이 개원할 경우 운영비의 30%를 부담함에따라 일정부분 안동시가 영향력을 행사할 지분이 있으므로, 굳이 미디에센터를 존치시켜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안동시의 핵심 논리이다. 더불어 유사한 기능을 가진 두 기관을 지원하는 것은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법은 말 그대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탁상행정의 극치’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선 콘텐츠진흥원은 경북 23개 지자체를 관장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미디어센터가 콘텐츠진흥원에 흡수통합되더라도 안동시의 콘텐츠를 가장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다뤄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원인이다. 그 탓에 ‘기능의 유사성’과 ‘예산운용의 효율성’을 핑계로 미디어센터 폐지를 외치고 있다.

미디어센터는 문화산업의 불모지라는 지방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의 소비지’에서 ‘문화의 생산지’로 발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등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한 기관이다.

실례로 지난 2008년 지역의 우수한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의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및 우수인력 발굴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디어센터는 지난해 고(故) 권정생 선생의 동화인 엄마까투리를 에니메이션으로 제작·상영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또 이 작품은 지난해 10월 칸영화제(프랑스)를 통해 글로벌 배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기간 카툰스온더베이페스티벌(이탈리아) 출품을 비롯, IBC(아이슬란드 대표 방송국) 등 해외 방송국과 수출과 관련한 상담이 진행되는 등 지역문화산업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여기에다 영남일보와 공동으로 제작한 산수실경뮤지컬 ‘왕의 나라’의 경우, 순수한 지역의 역량만으로 막을 올리면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왕의 나라는 제작 초기 단계에서 고용노동부에 지역맞춤형 일자리창출지원사업 분야 평가에서 '경북3대문화권을 활용한 문화적일자리창출'을 목적으로 사업안을 제출했다.

그 결과 미디어센터 구성원들은 단순히 ‘지역의 역량을 총결집한 문화공연’이라는 평가로 만족할 뻔 했던 왕의 나라를 ‘문화적일자리창출’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의미를 더욱 강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로부터의 연간 3억9천여만원(도비 3천900만원)씩 3년간 모두 11억7천여만원의 예산 지원을 성사시켰다. 더불어 안동시는 올해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일자리창출과 관련한 각종 평가에서 최우수의 성적으로 입상한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상사업비도 받았다.

이 같은 사례는 타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공공근로 등의 단순 노무형 일자리 양산에서 탈피한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들은 프로그램에 참가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공연산업과 관련한 전문 기술을 익히도록 유도하는 한편, 무대·의상·분장 등의 분야를 지원하는 스텝으로 활동하게 만드는 등 일자리창출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외에도 지역을 소재로 한 영상·애니메이션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10년 ‘지역의 우수한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및 우수 인력 발굴’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취지에 맞춰,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의 연령대로 구성된 직원들이 합심해 전력투구한 결과물이다.

특히 이들이 활약한 문화콘텐츠산업은 IT와 문화를 접목시킨 대표적인 창조산업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할 고부가가치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분야이기에 우수인력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제조업과 IT산업 등에 창의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와 관련된 세계시장의 급속한 성장추세에도 잘 드러난다. 구성원 대부분이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동시는 콘텐츠진흥원과 미디어센터의 유사성을 이유로 ‘앞뒤 없는 전차’마냥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해산만을 서두르고만 있다. 그렇기에 안동시는 입으로는 문화를 외치지만,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반(反) 문화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말 발상의 전환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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