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안철수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석현
  • 승인 2012.08.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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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인시론>김석현(시인)

새누리당 지지율이 70% 안팎으로 추정되는 보수적인 안동지역에서 야권후보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한번 쓰고 싶었다. 정치참여의 경험도, 정치조직도 없는 안철수란 한 개인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대등하게 시소게임을 벌이며 국민지지율을 받고 있는 ‘현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를 대권후보로 선출했다. 정권교체를 노리는 민주통합당에서는 4명의 후보가 경선에 돌입해 있다. 누가 야당의 대권후보로 선출될지 아직은 모르는 상황이나 문재인 후보가 앞장 서 있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중 어느 한명이 민주통합당의 후보로 선출 되더라도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고 있는 안철수 현상이 변수로 남아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당정치를 믿고, 신뢰하며 한때는 정당정치운동을 실천했던 나도 안철수 현상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당정치를 신뢰하는 입장에서 정치적 기반과 조직이 없는 안철수의 대권도전이 무의미하게 보였다. 그렇더라도 우리 국민들 중 상당수는 그런 안철수를 지지하거나 지켜보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라면 박사들인 정치9단들이 수두룩한 기존정당이 오죽이나 정치를 못했으면 나라가 이지경이 됐나를 생각하면 말이다. 특히나 영남을 기반으로 삼는 여당인 새누리당이나 호남을 기반으로 삼는 야당인 민주통합당을 지켜보며 지역당의 구조적 한계를 탈피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역구도에 갇혀버린 안타까운 정치현실을 보는 유권자 입장에서 통합진보당이 고착된 지역정당 구조를 변화시킬 새로운 정치세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통합진보당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화장하지 않는 생얼의 실체를 보고 다들 돌아서고 말았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정당정치에 식상한 다수의 무당파 국민들에게는 안철수야 말로, 시민정치의 꿈이요 민중정치의 희망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안철수 현상은 세상을 진보와 보수 식의 정파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상식과 비상식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상식이라면 세상변화를 바라는 진보가 북한인권, 핵, 권력세습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된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지금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세상변화를 반대하는 보수가 저의는 불순하더라도 오히려 북한인권, 핵, 권력세습에 앞장서 비판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비상식으로 보는 것을 보면 말이다.

과거『김대중 죽이기』,『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이란 책을 발간하여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을 적극 옹호한 장본인이기도 한 강준만 교수가 최근에『안철수의 힘』을 발간했다. 그 중에서 일부를 옮겨 본다.

“지난10년 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과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정서는 과연 온당한가? 증오가 정치의 주요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에는 희망이 없다. 이념과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안철수는 이런 증오의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다. 내가 안철수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2012 시대정신을 ‘증오의 종언’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 또한『사랑하지 말자』란 책을 출간했다. 도올의 주장은 명쾌하다 못해 섬뜩한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

“안철수는 우리 민중의 진실표출의 상징이다. ~정치인이 아닌 사람, 근원적으로 정치를 잘한다고 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권좌를 부여해 보고 싶은 근원적으로 새로운 갈망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안철수는 국민에 의하여 추대된 것이다. ~젊은 지도자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그에게 기회를 주는 데 우리 사회는 너무 인색하면 안된다. 박정희가 우리나라를 쿠테타로 장악한 것이 불과 44살이었고, 김대중이 대통령후보가 된 것은 46살 때였고, 김종필이 중앙정보부 부장이 되어 전권을 휘두른 것이 35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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