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입학대란, 아직도 멀기만한 무상 유아교육
유치원 입학대란, 아직도 멀기만한 무상 유아교육
  • 이해선
  • 승인 2012.11.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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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해선 (안동과학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2012년 누리과정이 시행되면서 현재 만 5세에게만 지원하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비를 내년 3월부터 만 3-4세까지 확대되어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모든 어린이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같은 내용으로 배우게 되고,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보육료 지원도 받게 되었다.

2011년까지 유치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리 하에 '유치원 교육과정'을,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관할인 어린이집은 '표준보육과정'을 근거로 아이를 교육하고 있다가, 2012년 5세아를 대상으로 한 누리과정이 시작된 후, 내년부터는 3-4세 유아들에게 확대 적용되면서 동일한 혜택을 입게 되었다.
내년에는 2008년, 2009년에 태어난 유아가 있는 가정은 소득에 관계없이 매달 22만원을 교육비로 받을 수 있는데, 2012년에는 22만원, 2014년 24만원, 2015년 27만원, 2016년 30만원을 점차 확대되어 만 3-5세에게 지원하게 된다. 교과부 발표에 의하면 이번 무상교육 확대로 내년 만 3-5세 유아 약 124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아쉽고 답답한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작년 만 5세아 무상교육이 실시되면서부터 유치원은 입학대란에 직면하여, 원하는 유치원에 입학하기가 예전 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2011년까지 유치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리 하에 '유치원 교육과정'을, 보건복지부와 지방단체 소속인 어린이집은 '표준보육과정'을 근거로 아이들을 교육해왔다. 보육 기능을 주로 담당하는 어린이집도 부모의 요구에 부응해 교육기능을 강화해 오긴 했으나 아무래도 유치원에 비해서는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기에, 지금까지 어린이집에 다니던 다수의 만 3-5세의 유아를 둔 학부모들도 기왕이면 유치원에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2007년 이른바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들의 수가 10% 가량 늘어나다보니 많은 지역에서는 유치원 들어가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교과부는 유치원 원아 모집방식을 선착순에서 추첨제로 바꾸기도 했지만, 원하는 유치원에 당첨된 못한 학부모들은 학교선택권을 박탈당했다면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학부모들의 불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원 금액보다 학부모 경비가 낮은 국공립 유치원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정부 지원 금액보다 학부모 부담 경비가 더 높은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경우, 차액은 학부모가 부담을 해야 한다. 현재 국공립 취원율은 9%. 사립(34.5%)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0년 기준 OECD 평균 국·공립 유치원 및 보육시설의 수용률을 보면 84.2%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0.7%에 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 80%에 달하는 유아들의 학부모는 정부지원 금액을 뺀 나머지를 부담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학부모 부담 경비는 평균 37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영유아 교육의 한 축을 차지해온 어린이집은 크게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3-5세 유아들에게 유치원과 동일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또 2005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보육시설 평가인증제를 실시하여 어린이집 교육에 대한 질 관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월 22만원의 보육료 지원이 전부인 반면, 유치원은 교육비 이외에 방과후 교육비를 지원 받으며, 중식비도 따로 거둘 수 있게 되어있다. 안그래도 학부모들의 선호도에서 밀리는 어린이집이 재정 지원 면에서도 불리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기는 한층 더 어렵게 되어버린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유치원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보니 거기에서 밀려난 아이들은 본의 아닌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 형국이다.

누구나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을 우려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1.23명이다. 출산율이 1.3명을 밑도는 기간도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11년이나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 일본이나 독일이 3-4년 정도 저출산 지속경향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장기적으로 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녀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면서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2억 6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1년 평균 2천만원이 넘는 큰 돈이다. 이런 형국이니 보통 가정에서 아이 하나 낳아 키운다는 것은 이제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낮은 출산율을 걱정하기에 앞서,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출산과 양육의 부담 없이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는 환경, 진짜 무상교육의 실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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