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효자를 다시 찾자
집나간 효자를 다시 찾자
  • 권기상
  • 승인 2013.01.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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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권영세 안동시장

▲권영세 안동시장
효는 유교적 도덕규범이 살아있는 사회에서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아주 기본적인 도리다.

요즘 인륜을 파괴하는 사건들이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는 세태는 효도를 진작하는 사회적 풍토가 그만큼 약화되었다는 반증이다.

구의 근대 사상이 유입되면서 우리의 전통윤리는 급속한 속도로 그 가치가 전도되는 현상을 빗었다. 효에 대한 관념 또한 많이 상실되어 보기에 역겹고 끔찍한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겠지만 전통사회의 근간이었던 윤리도덕이 서구의 개인주의에 밀려나면서 가족공동체가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효는 인간 행동의 근본이 되는 덕목이다. 공자는 ‘효는 어질 인(仁)을 행하는 근본’이라고 하였다. 효경에서도 “무릇 효가 덕의 근본이며, 모든 가르침이 여기서 시작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효의 흐름은 “봉양문화”에서 시작된다. 그 옛날 선비들의 지극정성으로 이어온 효 문화는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처럼 많이 배우지 못한 자식이 부모 곁에서 봉양을 통해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효 문화조차 ‘자식 출세병’이 사회저변에 확산되면서 “봉양문화”의 공간이 가정에서 “효 병원”으로 옮겨가 버렸다.

상례의 격식도 3년 상은 옛말이고 “장례 예식장”에서의 3일 탈상으로 변해 버렸다. 제례 또한 가가예문이라 할까, 보편적으로 축시에 지내는 전통 제례 또한 삶의 편리함에 편승, 초저녁 제례가 늘어나고 있다.
혼정신성昏定晨省(밤에 부모 잠자리를 봐 드리고 이른 아침에는 밤새 안부를 묻는다)의 예는 또 어떠한가? 조석지간에 사랑방 앞에 가서 안부 인사를 드렸던 훈훈한 풍경은 조선시대「효자도」에서나 봄직하다. 그 이야기마저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안부의 패턴 또한 편지와 내왕을 통한 봉양 대신 원격지 효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고향 마을에 한 두 집 밖에 없었던 일반전화로 안부를 묻다가 삐삐문화가 휴대폰으로 격상되면서 지금은 스마트 폰이 효자역할을 대신 수행해 나가고 있는 시대이다.

이 시대는 어쩌면 세태변천을 핑계 삼아 효를 위탁(委託)해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늙어 몸이 불편하면 자식 곁으로 가는 길도, 부모로서 가는 길도 다 봉쇄되어 버린 사회다. 이젠 효를 여미게 하는 삼강오륜은 그 무늬만 살아 있지 효의 위탁을 통해 효자를 앗아가 버렸다.

회에 통용되고 있는 “무자식이 상팔자다”라는 말에 귀를 기울려야한다. 이는 물질이 앗아간 윤리, 복지가 옮겨버린 공간 등을 놓고 찾아오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 자식들을 바라보면서 ‘굳이 자식에게 기대지 않겠다.’는 다른 표현이다.

핵가족화 속도가 빨라지고 전통적 규범체계 무너지면서 ‘가족문화의 아노미’ 가 온 것이다. ‘할 말은 많지만 들을 사람이 없소’하는 노인들의 목멘 소리는 무엇을 의미 하는가! 노인들이 체감하는 복지정책 구현과 단절된 전통적 가족관계 복원을 위한 새로운 전통윤리의 규범체계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바로잡고 건전한 사회상을 만들어 가는데 효 사상의 재 정립만큼 유용한 것이 있을 수 없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가정이나 학교, 나아가 사회교육을 통해 전통윤리인 효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이 뿐 아니라, 새로운 가치 체계 확립과 윤리의식 재정립을 통해 외래사상의 물결 속에 방황하는 젊은 세대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고 우리의 참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땅속의 제왕으로 상징되는 흑 뱀의 해, 계사년…
뱀이 허물을 벗듯 지난날의 어둡고 힘든 기억들을 걷어 버리고, 참다운 인간 형성을 위한 효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고 있다. 어르신들은 자식과 손자손녀들이 찾아오는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또한 새해 첫 기분은 한해를 좌우하게 된다. 효는 마음이 흐르는 대로 평화롭고 여유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어둡고 힘들 때,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진정한 효의 자세다. 세모(歲暮)에 외로움과 소외감에 젖어 있는 어르신들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할 ‘집을 나간 효자’를 다시 찾는 기회로 삼아보자.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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