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시대에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국민행복시대에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이위발
  • 승인 2013.01.30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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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세이>이위발(시인,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오래전의 일입니다.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책 한 권이 책상 모서리에 반쯤 걸쳐져 위태롭게 걸쳐져 있었고, 그 책 위에 양파가 놓여 있고, 또 그 위에 숟가락이 놓여 있었습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처럼 불안한 모습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전시회의 테마가 바로 '불안'이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작가는 "녹차가 가득 찬 컵이 책상 모서리에 걸쳐 있는 작품이 있는데, 균형을 잡고 있어서 컵 속의 녹차는 잔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형을 잃고 물은 책상 아래로 쏟아진다“고 했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이처럼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작품으로 표현했으며, 우리가 꿈꾸고 원하는 성공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사회는 오직 한 가지 경제적 성공에만 가치의 기준을 두고 있으며, 그런 성공을 이루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술가는 이 시대의 불안이 '다양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각자 저마다의 성공을 추구하면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크게 불안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들만큼 부나 명예를 쌓지 못해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불안 심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시대의 불안은 연쇄적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습니다.

젊은 층은 실업과 결혼을 고민하고, 이들의 부모들은 노후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을 걱정하는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앞날이 불투명하므로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불안이 청년, 중년, 장년, 노년에 걸쳐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공약 발표 당시 글로벌 시대를 맞아 보다 준비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것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을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행복이란 것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대부분 결정됩니다.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을 때 심오한 행복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부자나라가 아니고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나라가 아니어도, 복지나 부의 분배를 논할 나라가 아니어도,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부탄이란 나라도 있습니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
행복해 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렇듯 의문점과 동시에 지금도 행복을 꿈꾸며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잘 사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행복하다 것이 오늘날의 통념입니다. 우리는 이런 믿음이 과거의 믿음보다 현대적이기 때문에 보다 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고 어떻게 느끼는가에 관한 오늘날의 문화 코드 역시 비과학적이며 직조된 문화적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어리석은 통념에 지배당한 사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전문가들의 조언은 장수나 생산성 경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런 전문가들의 조언을 거부하면 다른 종류의 행복에 적합한 긍정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에 대한 해답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현실이나 주변 상황이 아무 문제가 없으면 행복하다고 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행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왜 그럴까요? 생활이 안정되어 있고, 가정도 평안하고, 직장도 잘 다니고 있고, 문제라는 것이 없는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면 행복이라고 하는데 자신에게는 기쁨이 빠져있어 그렇다고 생각하는 삶도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이 자신에게 삶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쁨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쁨이란 자발적인 감정이 동요되어 설레이는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삶에서 설레이는 일은 가슴이 뛰는 것, 내 마음을 강하게 흔들 수 있는 것을 느꼈을 때 행복감이 스며듭니다.

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것 같은 삶이 커다란 기쁨을 주진 못하지만 작은 것에서도 행복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물질적인 풍요의 국민행복시대가 아닌 진정한 삶의 진실에서 다가오는 발 밑바닥에서 꿈틀대며 찾아오는 그런 행복시대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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