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간의 딜레마! 댐과 보의 꼼수!
맛과 간의 딜레마! 댐과 보의 꼼수!
  • 정홍식
  • 승인 2013.02.01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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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인시론>정홍식(대구·경북 지역정책연구소장)

  맛(味覺)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통상 단맛과 쓴맛, 신맛과 짠맛의 4원미에 매운맛을 더한 5미(味)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맛은 원래부터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것이라 개인적인 차가 클 뿐더러 식습관, 풍습, 편견, 정서 등에 따라 인식도 달라지고 표현도 차이가 있다.

특히 생활 속에서는 담백한 맛, 구수한 맛, 깊은 맛, 얕은 맛, 감칠 맛, 아린 맛, 짜릿한 맛 등 표현에 따라 독특한 풍미를 보이며 다양하게 표출된다. 그러나 이 많은 맛들이 표현되기까지는 간을 봐야 하는 과정을 꼭 거친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에도 맛과 간으로 표현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싱거운 사람과 짠 사람, 밋밋한 사람과 아쌀한 사람, 술 맛 같은 사람과 물 맛 같은 사람, 음식 맛보다 사람 맛이 더 좋은 시골밥상 또는 엄마의 손맛, 고향 맛 등등 정겹거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할 때면 의례 맛으로 강조한다. 심지어 상대방의 속내를 떠 보는 행위에 있어서도 우리는 그 사람의 간을 본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영 아닌 사람에게는 맛이 간 사람이라 정의내리기도 한다.

최근 안동에선 “한밤보 취수 반대” 현수막이 시의회 명의로 곳곳에 내 걸렸다. 제도권 내에서 의회정치를 하는 의회가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고 주민들과 직접소통을 위해 현수막을 내거는 쌩뚱맞음이 왠지 어색하고 거북하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시민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의 공유에는 일단 성공한 듯하다. 이유인즉 지난해 9월 국토부가 기존의 청송 성덕다목적댐 건설 기본계획을 변경·고시하여 길안천 일대에 보를 건설해 취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1년 9월 금호강 유지수 확보를 위한 영천댐 도수로 공사의 일환으로 일 15만 6,000톤의 취수 가능한 길안댐 건설을 건설부가 실시계획을 고시했다가 이미 2개의 댐으로 인한 폐해를 경험한 지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계획을 철회하고 상류지역인 청송에 성덕댐을 건설하게 한 곡절을 경험한 바 있다.

그렇게 일단락된 길안댐 문제가 왜 2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또 다시 지역민에게조차 낯선 지명인 한밤보 설치계획으로 둔갑해 재시도 되는 것인가에 있다. 혹여, 우리 지역민들의 간을 보니 이미 만만했고 또 다시 그 만만함을 생각하며 단맛을 취하기 위해서일까?

현재 건설되어 관리중인 다목적댐은 한강유역의 소양강, 충주, 횡성댐 3개소, 낙동강 유역의 안동, 임하, 합천, 남강, 밀양, 군위댐 6개소, 금강유역의 대청, 용담댐 2개소, 섬진강 유역의 주안댐 및 기타 유역의 장흥, 부안, 보령댐 4개소등 총 15개소이다.

또한 건설중인 댐으로는 역시 낙동강 유역의 화북, 부항, 성덕, 영주, 보현산댐 5개소와 임진강유역의 한탄강 홍수조절댐과 군남 홍수조절지등 2개소이다. 낙동강유역에만 기존의 6개소와 신규 5개소를 합쳐 총 11개소에 달하는 댐이다.

통계대로라면 같은 생활권역대인 안동, 영주, 청송은 영광스럽게도 그 어느 지역에도 전례가 없는 4개의 다목적댐과 댐에 준하는 1개의 보(洑)를 보유한 지역이 된다. 말이 좋아 보(洑)이지 성덕댐 일 방류량 56,000t 중 40,000t을 취수해 갈 위용은 가히 댐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댐과 보의 말장난은 이미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출발에서부터 언어의 사기극이자 희대의 꼼수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넘치고 넘쳤다. 그렇게 전국이 들썩거렸던 4대강사업의 보(洑)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우리 지역이 이젠 길안천 한밤보로 탈바꿈해 우리 앞의 현실로 와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지난 해 11월 언론에 배포한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관련 사업의 변경 고시 전에 안동시 및 지역주민과 협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정말 이 문제와 관련해 해결을 위한 진정성이 있다면 사후 면피를 위해 시민들의 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저 현수막 게재행위보다 국토해양부가 당당히 밝히고 있는 협의에서 시와 주민들의 협의주체는 누구였는지 내용은 또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협의 결과는 어떤 것이었는지 명백히 밝혀내고 시민들의 총의와 지원을 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는 시대로 북부지역 시·군 연대를 도모해 유독 이 지역에 집중해서 반복해 자행되고 있는 불행한 댐건설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대응책을 마련해 주민들에게 해결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정부가 정말 이 지역민들을 맛이 간 만만한 사람들로 생각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 이번만큼은 진짜 제대로 된 쓴맛, 짠맛, 매운 모든 맛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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