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주주의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주의공화국이다
  • 마창훈
  • 승인 2013.02.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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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인칼럼>마창훈(영남일보 기자)

민주주의의 기초적인 개념을 논한다면 이렇다. 크게는 국가에서부터 작게는 소규모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특정 집단의 발전 또는 유지와 관련한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소속된 구성원 스스로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정치 형태를 말한다. 물론 여기에는 그 사회에 소속된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존엄성 실현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이는 국가의 명칭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체제의 국가들이 주권을 가진 주체를 지칭하는 자국어 표기만 다를 뿐,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더불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시작됨’을 뜻하는 의미를 가진 영문표기인 리퍼블릭(republic)을 국가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공화국(Republic of Korea)이다’는 대목이다. 이 같이 대한민국은 물론,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표기하는 것을 필두로 중화인민공화국,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쿠바공화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식명칭에 공화국(共和國) 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국가들이 체제를 막론하고 공화제(共和制)를 표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어원을 찾아보면 이해가 빠르다. 리퍼블릭은 ‘공공의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인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비롯됐다. 한자를 사용하는 동양권에서 표기하는 공화(共和)라는 표기는 중국 주나라 여왕(?王)의 폭정에서 유래됐다. 당시 폭정을 일삼던 여왕(?王)이 도피하자 제후들이 힘을 합쳐 나라를 다스린 ‘공화시대’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기서 리퍼블릭, 즉 공화국이란 의미는 각 나라별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절대 권력은 국민에게 있으며, 또 국민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대의명분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공화국을 표방하는 모든 국가의 정치체제가 공화제, 즉 사전적으로 정의된 완벽한 민주주의의 실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국가가 유지하고 있는 체제와 정치형태, 국민의 의식 수준과 성향 등 처한 현실과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듯이 공화제를 표방한 국가 중 민주주의의 이념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국가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역사적으로 서구의 자유 또는 사회 민주주의 체제는 여타의 독재나 파시즘적 권위주의 체제보다는 민주적이라는 상대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사람과 사람 간의 균등한 영향력 행사’, 즉 평등주의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민주주의의 관행과 실제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가치로 전락할 수도 있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당장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해결하기에도 바쁜 데, ‘구성원을 언제 모을 것이며’, ‘토론을 통해 어떻게 설득을 할 것이며’,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등을 생각한다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않아야할 것은 ‘두 발은 땅을 딛고 있지만, 머리는 하늘을 향하는 인간’이란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데아적 발상에 그칠지라도 민주주의의 장점인 △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권리의 보장 및 효과적 참여 △모든 구성원들이 결정에 참여하는 투표권의 평등 △의제 설정의 변환이 구성원에 의해 통제 등의 권리를 동등하게 향유하는 것 등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실 역사상 어떤 공동체도 민주주의의 이념을 완벽하게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정의에 근접하기 위해 엄청난 압제와 핍박을 이겨냈으며, 이를 통해 다소 부족할 지라도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향유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을 기반으로 한 말 없는 다수들의 든든한 지원이 낳은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 투표행위가 모든 것을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다가오는 대선 ‘먹고 살아야 하기에’, ‘집안 대·소사를 챙기느라’,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등의 다양한 이유는 뒤로하고, 꼭 투표장을 찾아 소중한 권리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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