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신명을 이어간다, 안동 풋굿축제
전통과 신명을 이어간다, 안동 풋굿축제
  • 권기상
  • 승인 2013.07.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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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재기 (안동시 와룡면장)

요즘 세대들은 ‘풋굿’ 하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대신 중년이 넘은 사람들에게는 어릴 적 시골 마을에서 열리던 풋굿 행사를 어렴풋이 기억해 내고 잠시나마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풋굿은 봄부터 여름까지 열심히 논밭을 매던 호미를 씻어 걸어두고 잠시 쉰다는 뜻으로 ‘호미씻이’라고도 부르며, 지방에 따라서는 백중놀이, 풋구, 머슴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자로는 초연(草宴)이라고 쓰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풋굿’이라는 명칭은 아마 풀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사오십 년 전만 해도 농촌의 거의 모든 마을에서 이 풋굿 행사를 가졌다. 풋굿은 농한기인 백중절을 전후한 농한기 중 하루를 택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푸짐하게 음식을 마련하고 민속놀이를 즐기는 행사였다.

이날은 모든 마을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한 술과 안주, 떡, 삶은 감자 등을 먹고 마시며 팔씨름이나 윷놀이, 풋굿의 어원과도 관련이 있는 꼴(풀)따먹기 등 놀이를 즐기고 농악에 맞춰 춤을 추며 하루를 즐긴다.

농촌에서는 이른 봄부터 여름이 올 때까지 씨를 뿌리고 모를 심고 논매기를 하는 등 하루도 쉴 틈이 없이 고된 농사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농부들은 노동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고 마음껏 하루를 즐기는 풋굿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많은 민속놀이와 축제가 있지만 풋굿처럼 농부들이 고된 농사일을 잊고 하루를 즐기며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노동적인 축제는 드물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민속축제로 여겨진다.

안동 풋굿축제는 예전에 하던 풋굿을 세밀한 고증을 거쳐 지난 2004년부터 복원하여 올해로 10번째를 맞는다. 이제는 전국의 풋굿이 거의 사라지고 없어 안동 풋굿축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오는 7월 26일 10시부터 안동시 와룡면에서 2,000명분의 푸짐한 음식을 준비하고 민속놀이와 함께 농악으로 풋굿의 전통과 신명을 이어간다.

풋굿축제는 관람이 아니라 오는 사람 모두가 먹고 마시며 춤추는 신명의 주인이 되는 축제이다. 올해도 예년처럼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안동 풋굿축제를 다녀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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