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향한 안동 유림의 외침'
'전 세계를 향한 안동 유림의 외침'
  • 김희철(개념원리국제수학교육원 안동지역본부장)
  • 승인 2013.11.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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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희철 (개념원리국제수학교육원 안동지역본부장)

▲ 김희철 (개념원리국제수학교육원 안동지역본부장)
산업혁명 이후 200년. 그러나 불과 지난 20년간의 변화는 이미 인류가 2세기 동안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산업과 전분야에 걸쳐 발전한 것 이상으로 변화 발전하였으며 앞으로 다가올 20년 이후의 세상은 어떠한 모습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15만년 이상 자연의 배려에 감사하고 순응하며 살아온 인간은 근대이후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지구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유린해 왔다. 개발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불가피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인간의 탐욕을 채우는 대명사로, 자연을 지배하기위한 명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환경파괴를 걱정하고 경고해 왔지만 그 대응은 미비하고 인류의 미래는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비단 자연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분야를 비롯한 정신문화적 측면의 흑백이 가히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인류의 미래는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들이 많다.

그동안 세계 변화를 이끌어왔던 인간은 그 변화의 주체였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역할은 정보통신을 지배하고 있는 기계가 맡아 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 이상 제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남녀노소 모두 손바닥을 들여다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강조했던 지식기반사회는 이미 지났다. 수많은 지식은 손안에 있고 검색을 통해 시키는 대로 살아간다. 쏟아지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 SNS를 통해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신기루와 같은 세상에 인간은 점점 소외되고 인간성은 상실되어 간다. 물론 소셜 네트웍을 비롯한 정보통신의 발달은 세상을 공유시키고 소통을 신속하게 하는 등 많은 장점이 있지만 달리는 자동차의 편리함에 매료되는 동안 매연 공해로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성장하면서 마땅히 형성되어야할「자아」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좌표와 존재의 의미, 철학적 기초가 되어야 할 자아를 과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연일 언론을 통해 보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안타까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아는 형성되어 있지 않고 가정은 이를 보듬어 주지 못할 정도로 이완되어 가고 있으며 사회를 유지시켜야 할 도덕적 가치는 이미 상실한지 오래다.

상대적 상실감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는 연관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이러한 현상을 사람들은 사회 경제적 구조가 경직되어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가진 사람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 울타리를 더욱 견고하게 하고 배타적 사회 풍토는 어려운 이들과 함께 살아가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여 진다.

부의 편중 문제는 국가 간에도 심각하게 나타난다.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는 글로벌화 되었다. 일부에서 세계화는 국가적 빈익빈 문제를 가속화 시킬 따름이라 지적한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그동안 유럽연합이나 G20에서 국가 지도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 이것이 세계화의 현주소인 것이다. 아프리카는 내전과 기아가 끊이지 않고 남미는 여전히 예속적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석유와 종교 갈등이 극에 달한 아랍은 연일 살육의 포화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냉전시기 미국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각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천기의 핵무기는 이러한 국가간 갈등과 맞물려 인류의 미래를 파국으로 몰고 갈 재앙이 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구와 인류를 살리기 위한 대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머지않은 시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마치 줄타기 하는듯한 인류의 미래. 이대로 끝나고 말 것인가?

세계를 이끌어갈 신흥 아시아의 미래는 또 어떠한 모습일까. 지난 오류를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성찰과 반성으로 질적 변화를 이룰 것인가.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열도로 무기를 집결시키고 일본은 계속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기위해 도발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한국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심화되면서 한반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과연 지금시기 인간중심의 세상을 위해 화합하고 동양적 가치로 현명한 해답을 찾아내는 한편 전 세계와 함께할 새로운 핵심 철학을 제시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작은 도시 안동에서는 최근 인간의 자아문제와 가정, 사회, 국가간 갈등을 치유하고 대화합의 철학을 제시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안동청년유도회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청년유림대회」. 지난 2009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세계청년유림대회에서 안동청년유도회는 일관된 진단과 해법을 내어놓고 있다. 2009년 1회 대회에서는「21세기 인류철학은 유학이다」, 2011년 2회「21세기 현대사회와 유교정신」, 2012년 3회「인류의 미래 유교문화에서 찾는다」, 지난달 5일에는 4회「유교문화를 통하여 미래 천년을 준비하다」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등 유학생을 비롯한 학계 전문가들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청년유림대회는 지구적 문제에 대해 인식하는 한편 함께 해법을 찾음으로 극한으로 치닫는 인류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1,2회의 경우 유학의 학문적 접근을 통해 지금의 사회병리 현상을 진단하는데 초점을 두고 21세기에 필요한 유교적 가치와 새롭게 대두되는 유교자본주의를 전망하였으며 3회에는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의 대안제시, 4회에서는 인류의 미래천년을 준비하기위한 과제들을 살펴보고 과연 유교적 가치가 각국의 이해 및 역학관계를 관통하는 철학으로 가능한지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한편 한국적 정체성을 살펴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렇듯 안동 유림의 주장은 일관되게 동양사상 특히 유학을 통해 미래 인류철학을 찾고 있다.

안동은 유학이라는 학문적 연원이 깊고 동양적 전통문화가 가장 잘 보존 전승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정신문화적 가치가 향후 미래 사회의 철학이 될 것으로 보고 경북도 차원에서 유교문화권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도청 안동이전으로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예고된 도산면 동부리 일원의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 도산면 서부리의 선성현(예안현)문화단지, 도산면 원천리에 유림문학유토피아, 그리고 최근 개원한 유교랜드 등과 같은 시설 외에 안동의 자산은 무엇이며 어떠한 철학적 가치가 세상을 치유하는 덕목이 될까.

유학의 태극(太極), 성즉리(性卽理), 심즉리(心卽理) 사상은 그 지향점이 우주적이며 이것이 인간의 내면으로 자리잡아 그 법칙, 즉 도리(道理)를 알고 본받음으로써 인간의 생활과 사회 전반에 기능하는 것을 추구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에게는 하늘의 이치가 내재되어 있기에 모두가 존중받아야 하며 가정에서는 가족 간 사랑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사회의 최소단위에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배운다. 또 사회에 나가서는 이러한 근본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이 행동하고 사회에 기여하게 함으로 보다 인간다운 대동세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유학은 자연과 우주, 인간, 사회의 전체적 맥락을 갖고 있으며 수신제가(修身齊家)를 통해 유독 인간의 본성과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인간성 상실과 가족해체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인들을 향한 안동 유림들의 메시지가 얼마나 다급한지 알 수 있다.

물론 유학이 조선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오해가 없진 않다. 탄력 잃은 경직된 사회는 결국 종말을 맞게 된다. 노론의 장기집권과 언로의 차단, 엄격한 신분차별, 지나친 봉건성, 이어지는 당파는 결국 세계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나라를 온전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란시기 군사를 모으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노비를 활용하는 묘책을 냈으나 당시 양반들이 사유재산에 손해될 것을 두려워해 강력하게 저항함으로 무위에 그쳤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병자, 정묘호란을 비롯한 여러 번의 민란과 동학농민전쟁 등 몇차례 변화의 기회를 놓친 조선은 후기 실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중국 또한 1919년 전후 五四運動時期 중국이 몰락한 원인을 유학의 탓으로 돌렸고 패망의 원흉으로 뭇매를 맞았다. 새로운 유학을 고민하기에 앞서 유학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난 과오를 철저히 평가해야 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사라질 줄 알았던 유학이 이제 한국을 중심으로 현대의 대안철학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에 유학을 구현함에 있어 본질적 접근과 현대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며 나아가 서양철학과 유학사상의 융합을 통해 인류의 향후 존재방식에 있어 동양의 천인합일(天人合一) 혹은 천지만물위일체(天地萬物爲一體)사상을 제시해야 한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는 덕성(德性)을 배우고 본성(本性)을 이해하는 한편 忠과 孝의 실천을 강조하고 만물을 공경(恭敬)하고 사랑하는 법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절대적이거나 교조적 접근을 멀리하고 현대에 맞는 덕목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론과 실제가 고루 갖추어진 안동은 현대에 맞는 신유학을 주장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적지라 할 수 있다.

유학의 백미는 학문하고 실천하는 사람 즉 선비일 것이다. 선비는 알면서 행동하지 않는 비굴한 모습을 경계하였으며 안동이 가진 자산 중 하나는 학문적 깊이와 더불어 실천하는 자세를 들 수 있다. 나라가 어긋날 때는 끊임없이 상소를 통해 사회에 참여해 왔으며 구한말 자정순국, 의병 등 독립운동에 기꺼이 희생하는 모범을 보여준 곳이 안동이고 안동 선비들이다. 개인과 가정 사회를 하나로 인식하는 학문적 기반 속에 기꺼이 행동으로 실천하는 이들을 우리는 혁신유림이라 말한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민족과 이웃의 안위를 위해 몸바쳐 지키는 애민애족의 실천이 살아있는 곳이 안동이다.

안동유림들이 그토록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인류철학으로 유학을 중심으로 한 동양적 문화와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인간중심의 세계관이 시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의 이치를 알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자아를 회복하고 가정을 치유하는,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구현하고 국가간 갈등을 유교적 접근법으로 해결함으로써 천년을 내다보는 인류의 철학으로 삼고자 한다. 4회에 걸쳐 개최된 세계청년유림대회를 통해 안동의 청년 유림들은 하루빨리 세계인들의 실천적 과제로 유학을 함께 공부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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