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서 시와 함께 소요하다'
'대지에서 시와 함께 소요하다'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4.10.01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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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인, 다섯번째 시집 발간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 안상학 시인

오랜만에 시집 한 권을 들고 며칠 밤을 뒤척거렸다. 안상학 시인의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를 읽는다기보다는 더듬는다는 게 더 나은 표현인 것 같다. 읽으며 더듬는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느낌,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여러해 전 네 번째로 출판됐던 <아배생각>을 들고도 뒤척였던 기억이 있다.

사실 안상학 시인에 대한 기억은 매우 구체적이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만나왔던 시인이지만, 나에게는 그냥 ‘형’이라는 호칭이 더 편한 사람이었다. 밖으로는 시인으로 통했지만 우리에겐 동네 형으로 살아온 세월이 그만큼 길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듯 하다.

늘 궁금한 건 바쁘게 사는 상학이 형이 언제 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뽑아 올렸을까, 하는 거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뿐이다. 행위 없는 결과물이 어찌 탄생하리오. 아마 속이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피똥을 싸며 열심히 그러면서도 고통스러운 창작의 날밤을 샜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우리가 평이하게 생각하며 평탄한 길을 추구할 때, 상학이 형은 지나치는 세상의 일들을 붙들고 샅바싸움을 벌였을 것이고 콕 집어 들고 깨물어도 보고 삼켜 보길 얼마나 반복했을까.

시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꾸 통속적인 연애시로 분류하는 것에 거부감이 치솟는 건 유독 나만 그럴까. 오랫동안 그이의 시를 읽고 더듬어 온 이름 없는 독자들은 이제 그런 단계를 뛰어넘는 안목을 가진 듯해서 좋다.

한포기의 풀과 꽃을 보며 사람사랑을 느끼고, 가족과 이웃의 생로병사를 통해 인연의 이어짐과 끊어짐을 슬퍼하고, 세월과 시간 속에서 속절없이 흐르는 우리의 한 살이에 담겨있는 그 무엇을 노래하고 있지 않는가.

울면서도 노래하는 우리의 인생에 잠시나마 읽으며 더듬을 수 있는 그래서 기억하고 새롭게 나아갈 힘을 주는 이 시집이 그냥 좋을 뿐이다. 가을 날 늦은 밤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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