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학맥 꽃피운 대산 이상정'
'퇴계학맥 꽃피운 대산 이상정'
  • 최성달 (작가)
  • 승인 2014.12.31 19: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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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 이상정과 고산서원에 대하여(1)
[최성달의 儒佛 에세이]

■ 대산 이상정과 고산서원 (1) 

학문과 사상

흔히 대산 이상정을 퇴계 학맥을 이은 대학자라고 부른다. 그의 별칭이 ‘소퇴계’인 것을 보면 일찍이 그의 학문은 근동으로부터 시작하여 중앙에까지 두루 미치고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퇴계학맥의 연원과 정맥을 이어받아 꽃피운 것에 비해 인식은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영남학맥에서 대산만큼 학문이 깊은 사람도 드물었다. 내가 보기에는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경지로 말하면 단연 퇴계와 대산이다. 이것은 문중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대산은 단순히 퇴계의 학문을 묵수(墨守)하는 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계승하고 완성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이해일 것이다. 대산 이상정의 학문과 사상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퇴계의 사상은 물론, 율곡의 학문 또한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 성리학의 논쟁이란 다름 아닌 이기(二氣)를 두고 펼친 이원론과 일원론이기 때문이다. 이황과 기대승 간의 사단칠정론을 두고 벌인 논쟁은 율곡에게로 넘어갔고, 다시 율곡의 학통을 계승한 송시열로 이어졌다. 이후, 송시열을 제향한 화양서원을 중심으로 이 기풍은 권상하-한상진에게로 이어졌다. 이황의 학설을 비판하는 기호학파에 맞서 이를 변호하는 입장에 서 있었던 영남학맥은 이현일-이재-이상정으로 사승관계를 이어가며 정통계보를 이어갔다.

퇴계와 율곡의 성리학 인식

조선에서 주자학을 최초로 완벽하게 이해한 인물은 이황이었다. 따라서 조선 성리학의 혼륜간-분개간의 논쟁이란 이황의 학설을 수용하거나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황의 학설에 최초로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고봉 기대승이었다.

이황은 주자학 정통성에 입각하여 인간의 존재구도를 이(理)와 기(氣)로 구분했다. 이황은 천명신도에서 사물에서는 이와 기가 혼륜하여 분개(分開)할 수 없어 서로 떨어질 수 없으나 현상계를 넘어선 근원의 세계에서는 이가 먼저고 기가 나중이라는 이선기후(理先氣後)을 긍정했다. 이 입장에서 이황은 현상학적으로 나타나는 모든 다양성을 기의 다양함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는 한편 인간과 만물의 궁극적인 근원성은 이일(理一)로 동일하다고 말함으로써 이동기이(理同氣異)를 주장했다. 이것을 확대하여 이황은 또한 사단은 이의 발이고 칠정은 기의 발이다, 라는 주장과 기발이이승(機發而理乘) 즉, 호발론을 폈는데 이것이 기호학파가 정면으로 비판한 호발시비다.

퇴계 사후, 고봉의 주장은 율곡에게로 넘어갔는데 이이는 이와 기는 서로 떨어지지 않으며 이에는 작용이 없으나 기에는 작용이 있다는 입장을 전개하여 퇴계의 학설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바람에 조선조 성리학이 크게 주리파와 주기파로 대립하게 되었다. 율곡은 퇴계보다 35살 연하인데 퇴계의 제자명부에 올라있다. 아마, 서원이나 강학을 통한 직접적인 가르침은 아니어도 이이의 주자학적 물음에 이황이 자신의 생각을 답하여 궁금증을 풀어주는 느슨한 사제 관계이었을 것이다.

율곡이 퇴계를 비판한 이기론의 요체는 이기묘합(理氣妙合)의 해석에 있다. 율곡은 이와 기를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는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 이를 변증하여 그는 이는 기의 근저이며 기는 이의 머무르는 바의 곳이라는 존재론적 입장에서 이기는 떨어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즉, 떨어질 수도 섞일 수도 없다는 것이 율곡 철학의 제1원리였다. 이는 언뜻 보면 하나님이 예수이고 말씀이며 예수가 곧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기독교의 삼위일체설과 흡사하다.

대산의 혼륜간(渾淪看) 인식

대산은 이기에 관한 여러 논의들을 재검토하고 나서 총 14개의 주제로 되어 있는 이기휘편(理氣彙編)를 저술하였다. 각 주제마다 경서에 나오는 설들을 인용하고 다시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방식으로 해석을 시도했다. 대산은 혼륜간이란 이와 기가 서로 섞여 있는 까닭에 분리해서 볼 수 없으며 마음이 움직이게 되면 이는 주체가 되고, 기는 쓰임이 된다고 보았다. 이와 기를 통합적으로 인식하여 기가 움직이면 이가 그것을 조종한다는 학설이다. 그는 정자의 설을 인용하여 ‘지극히 은미한 것은 이고, 드러난 것은 상이다. 주체가 되는 것은 체와 활용이 되는 용은 근원이 하나이며, 드러난 것과 은미한 것 사이의 간격은 없다’라고 하였다.

이에 관해 대산 이상정을 깊이 연구한 바 있는 김순석 박사의 견해는 이러하다. 대산이 피력한 혼륜설은 “사람은 천지의 기를 얻어 몸으로 삼고 이를 부여 받아 성으로 삼으며 이기의 합은 심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심과 성은 적연하고, 감응하고, 움직이면서 서로 교감하면서 몸체와 쓰임이 된다. 아직 현상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 성은 혼연하고, 현상으로 드러난 다음에는 칠정이 드나들며 쓰임이 된다. 이것이 곧 마음의 쓰임이다. 이는 형체가 없으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기는 형체가 있으므로 움직일 수 있다. 움직이는 것은 기이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다. 이 말은 기가 움직이면 이가 타고 조종한다는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이다. 심은 이기의 합이며, 몸체는 천지의 기로 이루어지고, 성은 천지의 이를 받아 이루어진다고 했다. 심과 성이 현상으로 나타난 뒤에는 감응하고, 움직여서 서로 번갈아 가며 체와 용이 된다고 했다. 체와 용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음이라는 것이다.

대산의 분개간(分開看) 인식

위에서 혼륜간을 살펴보았듯 대산은 퇴계의 학맥을 계승했지만 그렇다고 기호학파의 주장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그가 여러 학설을 모두 인용해가며 혼륜간을 설명하고 주장한 까닭은 자신의 학설을 세우고 여러 학설들 간의 불합리한 점을 회통시키려했다고 볼 수 있다. 대산의 분개간 인식 또한 혼륜간의 인식과 일치한다. 분개간이란 기호학파와 영남학파의 간의 대립의 요점인 이와 기는 서로 섞일 수 없다는 이기이원론적 이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퇴계는 고봉과의 8년간 논쟁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그만큼 퇴계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대산은 분개간을 여러 경서를 인용했지만 요지는 이러하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성과 기가 합쳐진 산물이다. 성은 이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형체가 없고 형체가 없기 때문에 사사로운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아서 선하다. 기는 현상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일정한 물질로 구성된다. 형상을 갖추고 일정한 물질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사사로워 불선할 수 있다. 그런데 사단과 칠정은 유사한 측면이 있었지만 칠정을 사단에 완전히 배속시킬 수 없다. 사단은 칠정으로부터 비껴 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사단은 칠정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칠정 중에 발하여 절도에 맞는 것이다. 이와 기가 밀접하여 서로 떨어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단은 이가 발함에 기가 따르는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함에 이가 탄다는 이기호발설이 주된 이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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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순성주풀이 2015-01-01 01:22:54
회장님 너무 존경합니다. 너무 멋진 글 읽고 갑니다.

우창하 2015-01-01 01:20:06
회장님의 글 너무 감명있게 읽었습니다. 공부 잘 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