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필기, ‘문화로 사는 길’ 무엇인가?"
"류필기, ‘문화로 사는 길’ 무엇인가?"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5.02.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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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천년의 전통문화 세계 어디 내놔도 경쟁력 높아
‘안동문화 홍보대사에서 경북의 문화첨병으로 나아간다’

안동사투리를 능수능란하면서도 능청스럽게 구사하는 류필기(38세)를 어떻게 부르는 게 적당할까. ‘안동문화 홍보대사’, ‘안동사투리 스토리텔러’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활약 중인 류필기의 명함을 받아보니 [스토리텔러 류필기의 풍류콘서트]로 적혀 있다. 퇴계 이황의 러브스토리에 해금과 가야금, 대금, 성악, 무용을 가미시켜 걸쭉한 사투리 입담을 펼쳐내는 것, 이를 풍류콘서트로 해석하면 될런지 모르겠다. 안동을 넘어 영주에 가면 정도전을 등장시키고, 청송에서는 세종의 부인 소헌왕후로 변신을 거듭한다.

▲ 사투리 스토리텔러이자, 안동문화 홍보대사로 불리는 류필기(38).

그 옛날부터 큰 산맥이나 강이라는 지리적 배경과 신라, 고려, 조선이라는 역사적 시대를 거치며 지역에 따라 어떤 특유의 말이 생겼을 것이고 이를 사투리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안동문화권의 사투리는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강하고 억센 느낌을 준다. 마치 시비를 걸거나 싸우는 것처럼 들린다고 투덜거린다. 중앙어에 비해 된소리가 많고, 감탄사가 다양하게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이한 낱말도 많다. ‘게글밪다’, ‘시껍하다’, ‘널찌다’, ‘농갈리다’는 말을 서울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무슨 말인지 모를 일이다.

류필기 스토리텔러는 안동사투리를 양반의 사투리로 격상시키는 비밀을 알고 있는 듯 같다. 밥 자셨니껴, 밥 드셨니껴 라고 구수하게 말을 던지면 듣는 외지인들은 조금은 촌스러운 듯 느끼지만 금새 싱긋 웃음을 터드리게 만들어낸다. 그 말은 이웃어른들에게 곧바로 정감이 있는 인사로 다가선다. 외지관광객들은 마음을 풀어헤치게 되고 그의 구수하며 익살스러운 사투리경연에 푹 빠져들기 마련이다.

“안동을 찾아오는 낯선 관광객들에게 먼저 안동말을 가르쳐 주는 거죠. ‘안녕하시껴, 반갑니데이, 고맙니데이’. 딱 이 세 마디만 터득하면 구시장이나 식당에 가서도 싸울 일이 없어지는 겁니다.”


문화 내세워 중소기업제품, 농특산품 판로 개척할 때

아직까지는 지역사회에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수두룩하고, 젊다는 나이의 서열에 막혀 막내일꾼으로 머물고 있지만 그의 견문은 넓어져 있었다. 해외 문물을 두루 섭렵하고 전국어디라도 안동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로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식견이 풍부해져 있다. 동시에 안목도 밝아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중국 옥타(세계한인무역협회) 상해지회의 이평세 고문이 안동을 방문했다. 석주 이상룡 선생 기념사업회 창립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오는 이평세 고문을 직접 모시고 안동의 이곳저곳을 안내해 드렸다. 안동댐 개목나루 고택에서 풍류콘서트를 직접 관람한 후, 일흔이 넘은 이 고문이 안동의 정신이 스며있는 전통문화와 풍류공연에 감동을 한 뒤 “류 군, 돌아가서 뭘 도와줄까?” 물었다. “경북의 살아 있는 진짜 전통문화를 중국 땅에 알리고 싶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11월 21일 옥타 상해지회와 상해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우리문화의 뿌리들 상해서 춤추다’는 한민족 놀이 한마당에 하회탈춤과 경북도립국악단, 풍류콘서트팀이 참가를 하게 되었다. 이어 올해 들어 다시 연락이 온다. 옥타상해지회와 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경상북도 앞으로 두 장의 공문이 도착했다. 2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 상해에서 열리는 ‘한민족 놀이 한마당’에 경북도립국악단과 류필기 풍류콘서트를 다시 초청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경제무역인 단체인 OKTA(옥타)는 한국상품 수출을 위해 교포바이어 발굴과 함께 지자체의 상품과 농,공산품의 수출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기관이다. 현대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심장이라 불리는 상해는 2700만 명의 코스모폴리탄적 대도시이지만, 경상북도의 대표처가 아직은 없는 형편이다. 옥타 상해지회는 이번 방문을 통해 경상북도가 MOU를 체결해 경제교류의 진일보를 이루고 싶다는 요청까지 접수된 셈이다. 문화교류를 통해 경제적 진출을 이뤄낸 결과까지 이르른 것이다. 경북도의 자세를 적극적으로 바꿔내는 데는 안동출신 도의회 장대진 의장과 이영식 교육위원장의 지원이 컸다고 전한다.

명색이 민간차원에서 해외를 향한 자발적인 문화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자체들의 안목은 협소하고 인식조차 너무 낮다는 지적이 억지 말은 아닐 것이라는 소리가 많다. 한·중 FTA의 성사로 문화를 앞세우면 농수산품이나 지자체가 검증한 수출물량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걱정과 함께 전망을 들려주기도 한다.

“싸이의 인기가 아무리 높아도 천년이 갈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미 천년이상의 우리 경북의 진짜 전통문화가 있는데, 이를 스토리텔러 방식의 문화공연으로 승화시키면 곧바로 경제적 진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겁니다.”

한 예로써 중국 상해에 YMCA 청소년이 100만 명인데, 이 중 1%만 경북문화투어에 참여시키면 1만 명을 소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터키 이스탄불과의 교류에 수백억을 쏟아 부었지만, 비행기로 9시간을 와야 하고 그쪽 경제력이 한국방문을 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제적 급성장에 따른 부 축적이 높아진 중국의 아이들에게도 인성교육의 부재가 걱정이 많아진 현재, 전통문화와 정신가치가 살아있는 경북의 선비문화체험은 그들에게도 구미가 당길 것이라고 꼭 짚어 말해준다.


지역사회, 아직은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

류필기의 꿈이 처음부터 스토리텔러니, 민간 문화홍보대사로 가는 건 아니었다. 체육을 전공하고 군대제대 후에 교사가 되고 싶어 석사학위에 도전하던 중, 막바로 교사가 되기엔 스스로 자질이 부족하다고 느껴 하회탈춤을 배우게 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리던 당시에 하회탈춤 인간문화재 이상호 선생의 권유로 사투리경연대회에 참가했고, 밥벌이를 위해 여행업에 뛰어들었다. 2009년 당시에 지금의 경북콘텐츠진흥원 김준한 원장의 멘토로 경북사투리경연대회에 참가, 대상을 거머쥐게 된다. 이후 사투리를 통한 각종 행사참여와 사회자로 활동한 것이 평생배필의 인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한 달에 서너 번은 장날 전통시장에 나가 시골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소위 ‘써먹을 게 많은 할매들의 생생한 사투리’를 듣고 메모한다. “아이구 원씨에... 아이구 띠꼇데이...” 누군가는 당장 사투리보존회를 만들자고 권유하지만, 더 배우고 익혀야 할 시기라고 겸손함을 지키고 있다. 딸 여원이가 자란 후에도 아버지의 꿈을 이어 안동을 지키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

안동에서 시작해 경북으로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지만, 안동사람인 만큼 지역의 글로벌문화 마케팅 시스템 구축과 더 낳은 혁신을 위해 힘차게 뛰고 싶다고 피력한다.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 밖으로 나가 축제를 보고, 사람을 만나고, 앞서간 문화를 보니 우리는 눈에 주먹을 대놓고 있는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한다. 최소한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라도 우리만의 문화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깊다. 대형화니 야단법석 식의 큰 공연보다는 작지만 내용있는 알찬 공연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건 개인체험의 소산일 것이다.

또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너무 공무원스럽다는 구태의연한 탁상행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민간의 문화에너지를 너무 푸대접하는 것에 서운함을 종종 느끼지만, 미래에 대한 긍정의 힘이 더 큰 게 류필기의 장점이자 자산으로 다가온다. 재능기부가 공공연한 지역자산으로 전환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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