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기 위해 미래를 죽여선 안 된다”
“오늘을 살기 위해 미래를 죽여선 안 된다”
  • 김희철/이임태(안동청년유도회)
  • 승인 2015.06.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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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동 전 안동시장, 안동·예천은 ‘운명공동체’ 강조
함께 잘 사는 미래를 위해서는 ‘통합만이 대전제’

눈치 살피기에만 머물던 안동시와 예천군의 통합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5월 8일 안동시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계기였다.
‘신도청주민연합 안동·예천통합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성명서를 통해 경북도청을 공동유치한 안동시와 예천군이 도청소재 도시로서의 위상을 함께 누리고 신도청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통합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정동호, 김휘동 전 안동시장이 직접 성명서를 낭독했고 윤병진 전 안동시의장이 회견 진행을 맡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기자회견 이후 시민들은 삼삼오오 통합 찬반을 소재로 저마다 작은 토론을 벌였다. 각계각층의 입장은 다 달랐다. 예천지역에서는 예상 이상의 반발여론이 일었다. 물론 통합에 찬성하는 예천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과연 ‘통합’이라는 화두가 지닌 무게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서 안동·예천 양 지자체의 최대과제로 부상해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통합논의는 이렇게 첫발이 내디뎌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안동·예천 주민들에게 얼마나 정확하고 진실한 정보가 제공되느냐의 문제다. 불행히도 추진위의 첫 기자회견 후 지역의 언론보도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안동청년유도회 회보 ‘진덕수업’은 김휘동 공동위원장에게 통합과 관련한 대담을 요청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절박한 마음으로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했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대담내용이 활자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선배시장인 정동호 공동위원장에 대한 후배로서의 예의이자 배려인 듯싶었다. 선배시장에 앞서 단독 발언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김 전 시장의 뜻은 이해한다.
하지만 도시행정을 비롯해 지방행정체제 부문의 권위자인 그의 견해를 시민들과 공유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편집진의 판단이다. 실제 김 공동위원장은 옛 내무부 근무시절 창원시 등의 설계를 전담했으며, 안동시장 때에는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에 깊이 관여하고,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김 공동위원장은 한사코 “선배시장이신 정동호 공동위원장 위주가 돼야한다”며 지면게재를 만류했지만, 정확한 정보의 시민적 공유와 통합에 접근하는 자세 성찰 등 대승적 목적으로 대담을 진덕수업에 싣는다. 김 공동위원장의 혜량을 구한다. 김 공동위원장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독자도 있기에 농담을 포함한 사담(私談)까지도 누락하지 않았다.
<편집자 주>

△ 김휘동 전 안동시장. 현재 '신도청주민연합 안동ㆍ예천통합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오랜만에 뵙는다. 근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항상 같은 일상이다. 소나무와 바위(솔바위) 사진 찍고 산에 다니고 대학에서 강의하며 지낸다. 최근 신도청주민연합 안동·예천통합추진위 일로 모임이나 활동이 잦았지만, 평소 술도 한잔씩 하면서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

-별명이 ‘안동포’일 정도로 평소 허풍이 심하시다. 물론 유머나 풍자 정도로 이해하고 있고 특유의 여유 있는 농담이 기분 좋다. 본인만의 유머철학이 있는가?

“유머철학은 무슨… 그런 거 없다. 다만 ‘포’라는 것은 일종의 산골문화의 한 특징이 아닌가 싶다. 시골사람들이 ‘뻥끼’가 많다. 물고기를 잡고 와서는 (손바닥을 내보이며)요만한 거라 하지 않고, (팔뚝 전체를 내보이며)이만하다고 한다. 산에 가서 뱀을 보면 그냥 굵다가 아니라 “하이고, 신다리(넓적다리)만한 뱀이를 봤다”고 한다.
산골 사람들,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순박하면서도 이야기 방식에 과장법과 풍류적인 측면이 다분하다. 산에 송이 따러 갔다가도 갓이 펴진 좀 큰 송이를 보고 왔다하면 “솥뚜껑만한 게 펴 있더라”고 허풍을 친다. 그렇게 뻥튀기를 좀 해야 이야기가 되지, 작다고 하면 이야기가 되겠는가. 통상적으로 자연환경 사람들이 풍자, 유머, 해학, 과장이 있다. 내가 산골출신 아닌가.”


-특별한 유머철학이 아니라 산골에서 성장하다보니 저절로 체득한 일종의 과장법이겠다.

“다시 말하지만 과장법이라기보다는 풍류이고 풍자다. 또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잘 웃어주고 반응이 좋고 하니 그냥 밀어붙인 거다. 어느 신문에 보도되기를 내무부 근무시절 내 별명이 났는데 당시엔 대포포(砲)자를 써서 안동포였다. 말 그대로 포쟁이, 허풍쟁이라는 뜻이었다. 안동에 와서는 다행히 삼베포(布)자를 쓰는 안동포가 됐으니 거짓말과는 무관한 별명이 된 것 아닌가.”

-술이라면 요즘도 바이오주를 드시나? 시장 재임 때 바이오주를 특허등록도 하셨는데.

“당연히 마시고 있다. 오늘도 한 잔 먹고 왔다. 주량은 예나 지금이나 세잔이다. 그런데 말 나왔으니 말인데, 이 바이오주가 정말 세계적인 명주다.”

-또 포를 치신다. 세계적 명주라는 근거를 대라.

“타기만 잘 타면 이게 뒤끝도 없고 기가 막힌 술이다. 소주잔에 안동소주를 50%미만, 맥주를 70%미만 섞으면 이상적인 배합이다. 그 이상 타면 술이 탁해져버려서 못 마신다. 이 비율을 아무나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타기가 쉽지 않다. 내 경우 간잽이 이동삼 선생이 대충 소금을 탁 치면 17g정도가 되듯 대충 부어도 안동소주 50% 이하 비율을 맞추는데, 다른 사람들은 보통 보면 70~80%를 들이부어 버리곤 한다. 라이센스 원조인 나는 대충 부으면 50% 미만으로 조절이 된다.
이 술은 먹어본 사람들이 다 인정한다. 연예인 중에 송해, 최불암, 강부자 등이 최고로 인정한다. 최불암씨는 일부러 바이오주 다시 먹고 싶어서 안동을 재방문했을 정도다. 강부자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가서 유명신문사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 각 신문사 술 젤 잘 먹는 사람들 초청해서 시음회도 한번 했었다. 다들 최고라고 인정했다.”

-여전히 유쾌하신 입담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안동시장 재임시 도청이 유치됐고 계획대로라면 올해 도청이 입주한다. 감회가 어떠한가?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가 결정된 날이 2008년 6월8일로 만 7년이 됐다. 그날의 그 기쁨 그 벅찬 함성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당시의 그 벅찬 감회를 되새기면서 경북도청 이전의 커다란 의미를 세 가지 관점에서 말씀드린다.
첫째, 우리나라 시도 시군구 자치단체가 240여 곳이다. 모두가 자기 관할구역 내에 자기 청사를 두고 있는데, 유일하게 경북도청 청사는 타 자치단체인 대구광역시에 두고 있었다. 이것이 34년 만에 경상북도 내 자기 구역으로 안착한다는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둘째, 지금 도청 청사 준공 검사가 마무리 된 것으로 안다. 청와대 뒷산과 흡사한 검무산 자락에 한옥 형태 신청사 모습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이 시대 최고 명품 청사라 할 수 있다. 이미 관광명소가 돼있다.
셋째, 올해 말 이전을 앞두고 도청 선발대 공무원들이 이미 신청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역사를 이룰 때까지 정치권과 주민들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김관용 도지사님의 역사의식과 통 큰 정치행정력을 손꼽지 않을 수 없다. 도청이전의 공약과 이전지 결정, 들끓었던 반대 저지 여론, 빈약한 청사 건립 자금력 등 수많은 난관을 무릅쓰고 김 지사님 특유의 두둑한 배짱과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드디어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번 기자회견에서는 통합 제안과 함께 신도시 명칭제정 반대를 분명히 했다. 도청신도시 명칭을 짓는 게 왜 문제인가?

“도청 이전지 명칭 공모는 대단히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 현재 도청이전지 주소나 대외 표시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 도청청사와 도의회청사, 도교육청청사, 경찰청 청사의 주소지는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다. 청사 준공검사필도 그렇게 표기됐을 것이다. 안동시 또한 전국 시단위에서 가장 큰 면적에 역사성, 문화적 유산, 도시브랜드 측면에서 도청 소재지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안동만 신도청 소재지라고 표기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북 신도청을 안동과 예천이 손잡고 공동으로 유치했고, 평가하는 이들도 그 가치를 공동으로 인정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경북도청 소재지는 안동·예천이라고 해야한다. 이렇게 공동으로 사용할 방법을 모색해야지 통합이나 절충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안동과 예천 두 지역 명칭을 배제하고 새로운 작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듣고 보니 개념이 잡힌다. 신도시 명칭이 정해지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안동과 예천이 아닌 단독 도시로 독립해버리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겠다. 하지만 남악신도시가 2년 전 명칭제정을 하고 내포신도시도 이름을 지었다. 왜냐면 명칭을 정해야 홍보도 하고 신도시를 짧은 기간에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공동위원장은 이번에 명칭제정을 반대하고 선통합을 주장했다.

“잘라서 말씀드리면 새 도청을 중심으로 새 이름을 가진 신도시가 설치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한다. 도청 이전지 결정의 첫 출발점은 신도청을 안동과 예천이 공유하는 정신이다. 그 정신이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한다.
최악의 경우 새로운 독립시 설치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인구가 집중되고 산업, 교육, 문화 인프라가 충족되면 새로운 시 설치는 단일 법률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지만 그런 일은 없어야한다. 지금 다른 시도의 신도시 명칭을 예로 들고 있는데, 우리 지역하고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충남도의 경우 도본청과 교육청은 홍성군 홍북면에 있고, 도의회와 경찰청은 예산군 예산읍에 걸쳐 건립돼 있기에 ‘내포 신도시’로 도의 조례로 정했다. 전라남도의 경우 도청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단위 기관을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에 설치했기에 그 지역 명칭을 그대로 인용해 ‘남악 신도시’로 조례로 정했다. 한편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는 연기군 전체와 공주시 3개면, 충북 오송 일원을 포함하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중앙 38개 부처가 함께하고 있기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감안해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 작명된 것을 참고해야 한다. 경북도청 이전지는 위 사례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앞서 이미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안동시민들 중에는 괜히 통합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그냥 두면 어차피 도청소재지는 안동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감나무에 열린 감을 딸 때 한사람은 나무에 올라가고 한 사람은 밑에서 받쳤다고 치자. 감을 딴 뒤에 나무에 올라간 사람이 혼자 먹어서야 되겠나. 나눠 먹어야한다. 도청유치할 때 예천과 공유했던 그 정신을 절대 잊어버리지 말아야한다.”

-그래서 결국은 안동과 예천의 행정구역 통합이 해답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모양이다. 퇴임 후 공식석상에 일체 얼굴을 비치지 않다가 이번에 통합제안을 위해 기자회견에 나섰다. 어떤 사명감 같은 걸 갖고 나선건가?

“평소 내 생각이 그랬다. 안동과 예천이 지금 통합하지 않으면 멀지않은 미래에 정말 후회하는, 한탄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힘과 마음을 모아 도청을 공동유치한 것이 오히려 양 지자체가 다 후회를 하는 상황이 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통합을 주장하는 글을 쓴다든지 했고 사석에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이 얘기했다.
공식적으로는 2013년 6월까지 내가 대통령직속 시군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장본인이기 때문에 더욱 통합의 당위성,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통합논의를 요구하는 안동청년유도회 등과도 뜻이 맞았기에 이번 추진위 활동에 나서게 됐다. 함께 한다는 의미로 나선 것이지 나 개인의 어떤 목적을 갖고 나선 건 아니다.”

-당위성을 말씀하셨는데 통합을 반대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경주와 포항 등 도내 동남권에선 제2청사론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들 도내 타 지자체 입장에선 안동·예천 통합문제에 반대하거나 아무 관심도 없거나 둘 중 하나다. 가까이에 통합을 응원하는 세력이 없다. 안동시민 중에서도 당장 시청공무원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 진급하면 예천 삼강주막이나 풍양면 등에 발령받아서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오늘을 살려고 미래를 죽이면 안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정치고 행정이고 일반 시민이고 간에 말이다. 대승적 입장에서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최선을 도출함으로써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영원을 살려고 해야지, 미래를 죽이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통합이 대전제라는 말씀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통합의 방법론’은 무엇인가?

“통합방법론을 말하자면 지방자치법 4조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에 관한 법률이 있다. 특별법인데, 지방분권법과 지방행정체제법이 박근혜 정부에서 통합됐지만 내용은 그대로고 예전에 이뤄진 것도 다 인정하면서 2019년까지 시한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통합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 관련법을 알아야한다. 안동시와 예천군 양 의회가 합의하는 방법과 안동시와 예천군 주민 대표로 ‘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주민투표법에 의거 유권자의 1/3이상 투표, 과반수이상 찬성을 얻으면 통합 결정이 된다. 이렇게 통합이 결정된 후 양 ‘통합 추진위원회’가 통합시의 ‘명칭’과 ‘통합시청사 위치’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권유해서 하든 자체적으로 하든 통합이 먼저지, 그에 앞서 통합시 명칭이나 청사위치 먼저 논의하면 한 발짝도 못나간다는 점이다. 통합을 대전제로 삼되 명칭, 청사는 말도 꺼내지 말아야한다. 금기사항이다.
따라서 원만하게 통합을 이루려면 양 지자체 주민 모두가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을 반드시 새기고 발휘해야한다.”

-주민투표를 부친다면 예천의 경우 1/3이상 투표 과반수 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선거구 문제 등 예천 지역의 정치인들부터 부정적이고 따라서 주민 여론도 통합반대로 기울어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예천 지역 정치인들의 결단보다는 안동이 진심으로 예천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예천 주민들이 먼저 통합하자고 여론을 만들어내도록 해야한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통합하자고 하는데, 정치인들도 그 여론에 순응하면 내가 롱런하겠구나 느낄 정도가 되도록 만들어야한다. 그러려면 안동에서는 순대 먹으러, 참우 먹으러 자꾸 예천으로 가야한다. 안동하고 같이 해보니까 경기가 좋아지더라, 돈도 벌리더라하는 말들이 나와야하는 것이다.
안동 사람들 보니 됐더라. 이렇게 예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결국 주민이 일어나 통합하자고 할 때 투표를 붙이면 가능하다.
비근한 예로 안동김씨 화수회의 검무산 등산에 따라갔다가 밥을 먹는데 내가 안동가지 말자, 예천가자 해서 예천 용궁 박달식당엘 갔다. 안동김씨 예천화수회가 대접한다고 나왔지만 신세질 수 없어서 안동에서 온 우리 일행 25명의 회비로 밥값을 냈다. 그런데 그 식당에서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안경 놔두고 온 사람, 틀니 빼놓고 온 사람이 있었다.
누가 보면 추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국적으로 보면 참 잘한 일이다. 술 먹고 싸움한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그랬으니 무슨 문제인가. 틀니 빼놓고 온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 식당주인인 예천사람 하는 말이 “참 안동사람 술 세게 먹더라. 화끈하더라”하면서 더없이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장사되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옛날 시장 시절 서울 갔다 내려오다가는 예천 용궁순대를 버스를 갖다 대놓고 먹었다. 김성구 시의원 있을 때 의원들도 다 가서 먹고 하여간 아무 조건없이 많이 팔아줬다. 다른게 아니라 그런 것이 바로 배려인 것이다.
그 뿐인가. 옛날에 예천곤충축제 1회 처음 개최할 때 안동시내에 플래카드 다 달아줬다. 표도 8천만원 이상 제일 많이 팔아줬을 것이다. 이 모두가 존중하고 배려하는 차원이었다. 안동은 통합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 이 정신을 잊지말아야한다.”

-그런 배려를 통해서 예천지역의 여건을 성숙시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다. 추진위는 이 점을 고려해 앞으로의 활동방향이나 계획을 갖고 있나?

“우선 양 지역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통합해야 다 같이 살고, 통합을 하지 않으면 먼 미래에 공멸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추진위가 진실한 설득을 해야할 것 같다. 안동은 통합을 위해 큰 틀 속에서 대등한 관계 이상으로 예천을 존중해 주어야한다. 추진위도 추진위지만 각 분야별 의회는 의회끼리, 공무원은 공무원끼리, 청년유도회와 같은 유림은 유림끼리, 향교는 향교대로 새마을회 등 각 단체는 단체끼리, 성씨는 성씨끼리 지속적이고도 활발한 교류를 하는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예천을 대등한 관계 이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북도의 예산도 안동의 몫을 좀 깍더라도 예천을 좀 더 지원하고 챙겨야한다. 국회에서 김광림 의원도 예산과 관련해 예천을 많이 배려하고 있는데 아무튼 예천에 자꾸 진심으로 지원하고 공생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서로 존중해주면서 대전제로 통합을 이뤄내야지, 명칭문제나 청사위치문제 따위에 발목 잡혀선 안 된다는 점을 다시 강조드린다. 존중을 통한 통합이 가능할 때 안동과 예천은 같이 살아서 도청소재지 도시의 영광을 함께 누릴 수 있되, 그렇지 못하다면 먼 미래에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제 안동과 예천은 한 마디로 ‘운명공동체’인 것이다.”


-길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짧게 핵심만 한 번 정리한다면

“일관되게 말씀드린다만 안동과 예천이 손잡고 머리를 맞대서 도청 소재지 시가 되는 영광과 가치를 함께 누려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고 새로운 도시 명칭을 정한다든지 하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고, 자칫하면 도청 신도시가 독립시로 조성되고 안동·예천은 길도 잃고 동력도 잃어버리게 된다. 통합을 대전제로 지금부터 양 지역이 진실된 논의를 이어갔으면 한다. 작은 문제들을 가지고 경북도청과 양 지역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거듭 말하지만 도청소재지 도시는 절대로 독립시로 가서는 안 된다. 안동시민과 예천군민 모두 작은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통합 문제에 접근하자. 그래야만 명실상부하게 경상북도 도청소재지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담을 통해 안동·예천 통합의 방법론은 물론 통합에 임하는 자세, 마음가짐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도 할 수 있었다. 유익한 대담이었다. 시장님은 우스개의 대가이지 포의 대가로서 ‘안동호 문어서식설’과 ‘백두산 천지물 학가산온천 용출설’ 전설적인 포를 치신바 있다. 최근 밀고 있는 새로운 포라도 있는가?

“물론 있다. 주식투자 하지 말고 내 사진작품을 사 두라는 말씀이다. 10년 내 6~7배 가격이 뛸 것이다. 내가 곧 수염을 기를 예정인데 이 수염을 기르면 작가 취급을 받고 작품가격이 약 3배 올라간다. 그런 후에는 빵모자 비슷한 걸 쓸 것이다. 빵모자를 쓰면 작가 중에서도 대작가가 된다. 내 작품은 오른 가격에서 다시 3배 정도 오를 것이다. 요즘 주식해서 이만한 수익률 기대 못한다. 내 작품을 사라.”

-시장 재임시절부터 안동청년유도회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담을 부탁드린다.

“청년유도회는 영남학파의 후예다. 영남학파는 뭔가 날카롭고 비판적인 태도가 기본이다. 영남학파는 당시 한마디로 좌클릭 돼 있는 진보진영이었다. 그 전통이 오늘날에는 우클릭으로 바뀌고 말았다. 안동의 시민단체 중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드물다. 이는 안동이 바로 일어서는데 장애가 된다. 안동청유는 잘못된 것을 적절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그 존립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영남학파를 이어갈 시민단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대담 : 김희철·이임태 / 정리 : 이임태 / 사진 : 류종승

(본 기사는 안동청년유도회 계간 회보 '진덕수업' 21호의 대담 내용입니다. 안동청유의 허락아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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