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비전 아랑곳없이, 칼날 안동총선'
살벌한 말 전쟁으로 날밤 지새운다
'정책·비전 아랑곳없이, 칼날 안동총선'
살벌한 말 전쟁으로 날밤 지새운다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6.02.15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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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 양측, "흑색선전 유포자..., 거짓말 정치..." 공방
【4.13안동총선】 시민들 '과열혼탁 심해져 정책실종 걱정 높다' 우려

새누리당 내 4.13 안동총선 예비주자들(이하 예비주자 생략) 간의 경쟁이 정책대결을 벗어나 ‘험한 말’을 내던지며 마치 전쟁을 치르듯 용어를 구사하고 있다. 명분으로 포장했지만 실상 내용은 비난전에 가깝고, 동시에 세력 동원식 폭로에 나서고 있다.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다. 막가파식 감정싸움의 골이 깊어질수록 본선 티켓을 누가 쥐더라도 처음으로 맞이한 신도청시대의 통합과 비전 창출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 김광림 예비후보와 권오을 예비후보. 두 예비캠프 측이 새누리당 예비경선을 앞두고 '성명서', '논평' 등의 살벌한 말(레토릭) 전쟁을 치르고 있다.

2월 15일 현재, 4자 대결구도에서 진영 간 대립이 ‘밖으로’ 불거져 나온 쪽은 <김광림과 권오을> 의 싸움이다. 단일화를 선언해 반짝 효과를 누리는 듯 하던 <이삼걸과 권택기>는 여론조사 방법에서 셈법을 다르게 놓고 다투고 있다. 아직은 ‘안에서’ 부글부글 끓는 수준이지만, 곧 공언했던 신뢰관계가 곧 파탄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등장하고 있다.

크든 적든 정치판에서는 ‘말’(언어,용어)이 중요하다. 정치에서 언중유골(言中有骨)은 피할 수 없다. 상대를 거꾸러뜨릴 수 있는 속사포 같은 전쟁언어가 필요하다고들 인정한다. 그러나 설 연휴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살벌한 말의 전쟁이 잇따르고 있다. 오고가는 말이 거칠어지면 육탄전의 전조현상일 뿐이라고 걱정들 한다.

겉으로 나타난 발단은 김광림 선거사무소 개소식 날, 권오을 측 4명의 시의원(이재갑·손광영·김경도·김호석)이 배포한 성명서다. 경산이 지역구인 최경환 의원이 김광림 행사에 참석하자 시비(?)를 걸었다. 이들은 길안천 취수 공사 중지 싸움에 김광림 국회의원이 시종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최경환 의원 지역구인 경산이 길안천 (취수) 수혜지역인 만큼 길안천 취수 계획 백지화를 두 의원이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광림 측이 발끈했다.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자’는 성명서를 내놨다. 성명서 안에는 ‘남의 허물을 보고 말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들이 근절되도록...’, ‘비방 기자회견... 소위 SNS 통한 유포는 반칙, 파괴...’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곧바로 권오을 예비후보 측이 논평을 내놨다. ‘말장난 하지 말라’면서 ‘정책·비전’ 말을 먼저 할 자격이 있느냐고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김광림 측이 S비서관을 통해 SNS에 떠돌던 내용을 문제 삼아 3명을 경찰에 고발해 놓고 무슨 소리냐고 공격했다. 이어 김광림 측에서 허위사실이 포함된 동영상을 제작 배포한 것을 해명하라고 매몰차게 비난했다. ‘악의적 기획편집이다’, ‘권오을이 흑색선전 유포자로 오인케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김광림 측을 갑질·측근·거짓말 정치라고 몰아 붙였다.

이쯤 되면 김-권 양측은 가는데 까지 간 막장대결인 셈이다. 그러나 몇 가지 사실과 다른 유감스러운 부분은 지적을 해야 한다.

아무리 경쟁의 관계이지만 남의 잔칫날 재를 뿌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보여 진다. 길안천 취수 공사 허가와 관련된 갈등은 시 집행부와 시의회의 내부적 논의 절차성과 결정과정의 정당성이 논란의 초점이었다. 이를 현직 국회의원에게까지 싸잡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속보이는 셈법에 불과하다. 길안천 사태가 시민의 공분으로 불거지자 현역 국회의원 측이 수자원공사·국토부 측과 사태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 것은 알만한 시민은 대충 감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14일 권영세 안동시장이 K-water 측에 길안천 취수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던 수자원공사의 언론브리핑 개최의 배경에 지역정치권의 큰 역할이 있었고, 권 시장의 중단명령에도 사전에 긍정적 조정역할이 있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시의원 4명 명의로 공세를 퍼붓는 건 예비경선을 앞두고 정략적 계산이자 단견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보여 진다. 길안천 사태로부터 자유로운 시의원은 없다. 오십보 백보에 불과하다. 현재 시민사회단체 측과 안동시가 공사 중단명령 당시 권 시장이 약속한 대로 권위 있는 연구단체에 용역연구를 의뢰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또한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자’는 성명서를 내놓으면서 그 내용 안에 ‘공동체 파괴행위’ 이니 ‘자기정치를 위한 배설물을 묻힌다’는 표현을 섞어놓은 것 또한 적절한 용어라고 볼 수 없다.

성명서와 논평 등을 활용해 ‘말’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과 상대세력을 규정하고 낙인찍는 방법이 쉬운 길이라고 쉽게 판단할 순 있다. 하지만 말을 너무 살벌하게 사용하는 횟수가 빈번해지면 그 말은 가볍고 천박해지게 마련이다. 정치판을 마을공동우물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언젠가 후배정치인들이 사용해야 할 공동우물에 선배정치인들이 침을 뱉다보면 따라 배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작은 나무가 큰 나무를 보며 자라듯, 잘 난 사람도 말을 가려 쓰며 싸워야 할 때다.

12년 간 현역 의원을 지냈던 권오을 측이나 최근 8년 간 현직 의원인 김광림 측은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시간적으로는 겹치지 않았지만 안동지역에서 전직과 현직 국회의원을 누려 본 분들인 만큼 이번 총선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도 없는 형편이라는 건 충분히 이해된다. 당장 상생할 수 있는 선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내놓으며 다투어 온 그 연장선에서 좀 업그레드 시킬 수 있는 2차 정책·비전논쟁으로 나아갈 순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안동에서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내고 있는 예비후보들인 만큼 통 크게 역지사지의 방법을 찾을 솔로몬의 지혜는 정말 없을까? 뜻 있는 시민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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