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주막에서의 하룻밤
낯선 주막에서의 하룻밤
  • 월화수
  • 승인 2009.07.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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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한컷> 600년을 지켜온 옛사람들 노력 물거품 만들 보 설치

며칠 전 밤늦은 시간, 토론 프로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 측과 반대 측이 날선 공방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평소 궁금해 오던 차 패널로 참석한 사람 중 참여정부 시절 행자부 장관을 지냈던 사람이 있어 심도 깊은 토론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지켜보았다.

그 중 안동 지역에 설치 예정이라는 구담보와 하회보에 대해서 설전을 펼쳤는데 반대 측에선 보가 설치되면 마을 앞의 백사장은 물론 천연기념물(473호)로 지정 된 만송정 조차 물에 잠겨 볼 수가 없게 된다고 했다.

이에 정부 측은 보의 설치는 지자체와 하회마을 보존회에서 먼저 요구해서 이루어 진 일이라며 필요시 해당 주체들과 다시 상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누구의 말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해당 지자체인 안동시나 정부 모두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딱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4대강 사업의 첫 삽을 뜬 안동시나 이 요구를 받아들인 정부나 필자가 보기에는 개념 없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한술 더 떠 지역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은 중앙당에 가서 4대강 사업에는 중장비보다는 인력을 주로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즉석에서 발언했다가 망신을 자초한 일도 있었다.

안동에서 흐르는 물이 부산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현재 평균 18일이 소요되는데 계획대로 8개의 보가 설치되면 그 시간은 180여 일로 10배 넘게 지체된다고 한다.

세상 당연지사로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데 이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세계문화유산의 잠정목록에 등재 되어있다는 이 곳에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600년을 지켜온 옛 사람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에 괴괴한 웃음만 나온다.

위 추억의 한 컷은 18년 전 대학 1학년 때 모꼬지로 간 하회마을 민박집 앞모습이다. 필자와 함께 추억의 한 컷을 장식한 그레이트 데인 골격의 개 한 마리는 이미 수명을 다해 찾을 길이 없으나 주막 집 앞의 전경만은 그대로였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알 재주는 없으나 처음 남녀가 한 방에서 술 마시고 밤새 기타 치며 놀았던 그 장소가 20년 가까이 그 모습 그대로 있다는 것에 당시 낯선 주막에서의 하룻밤이 절로 생각난다.

수필가 박완서 선생이 이북 방문길에 올라, 두고 온 고향에 한번 다녀 올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데 선생은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미 많은 것들이 변해 있을 고향을 보고 확인 하는 순간 평생 간직해 두었던 마음의 고향은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렇다. 필자 역시 그 주막과 앞의 전경이 변했거나 사라졌다면 하회마을에 대한 수많은 아름다움 중 그 만큼이 사라져 버릴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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