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탕' 먹어봤어요?...어휴~아님 말을 마세요
'감동탕' 먹어봤어요?...어휴~아님 말을 마세요
  • 임기현
  • 승인 2009.07.30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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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회를 향한 꿈, 사회복무요원들과 함께 꾸다

▲ 이 것이 '감동탕'입니다. 교육생들의 감동교육을 위한 교육센터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지요. 밤늦도록 정성을 들이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제게는 또 다른 '감동탕'입니다. 

"감동탕, 그건 또 뭡니까? 누가 몸살이라도 났나요?"

제가 우리 선생님들에게 되물으면서도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얼핏 떠오르는 것들은 흔히 몸살감기에 마시는 '쌍O탕'이나 '광O탕'이었고 필시 '감동탕'도 그런 류의 하나로 받아들이고는 의아했지요.

"아, 그게 아니고요, 그냥 피로회복제인데요. 교육생들한테 수료하기 전에 작은 감동이라도 전하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마음에서 생각해낸 겁니다."

교육과정 담당 손 선생님이 정색을 하고 설명을 합니다. 자, 여러분은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오시나요.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입니다. 좀 낯설겠지만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병역대체복무제도의 새로운 제도인 '사회복무제도'에 따라 사회복무요원들의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기관이지요. 교육생은 사회복지시설, 보건의료시설에서 근무할 젊은이들인데 쉽게 설명하면 과거 공익근무요원으로 불렸던 병역자원들입니다.

군입영과 동시에 기초군사훈련과 소양교육이라는 정신교육을 마치고는 이어서 근무분야별로 직무교육이 실시되고 있지요. 저희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에서는 세 분의 선생님이 대학교수님들, 관련기관 공무원분들 그리고 복지시설 사회복지사 선생님 등으로 구성된 많은 외래강사들의 도움 속에서 이들의 직무교육을 2주간 실시하고 있는데, 바로 이 교육운영의 키워드는 '감동과 몰입'입니다.

▲ 수료식이 있기 전 마지막 수업. 담당 선생님이 교육생들의 면면을 짚어가며 교육과정을 돌아보는 '리플렉션' 시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동교육을 어떻게 할까? 여기서 우리 담당 선생님들의 고민이 시작되었고 결국 '감동탕'이 탄생하게 됩니다. 처음 교육센터에 입소한 교육생들에게 저희 선생님들은 '가장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 그리고 '장래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적어 내게 합니다. 이 정보는 병무청이 보내온 기본 인적사항과 함께 2주간 교육기간 동안 담당 선생님들이 교육생을 상담하고 지도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가 됩니다.

다른 말로 얘기하자면, 형식적이고 통과의례적인 제도교육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교육생들에 접근하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더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참고로 교육센터의 세 분 선생님들은 모두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복지교육 베테랑들입니다. 그래서 교육센터 교육운영을 총괄하는 제 입장에서도 속으로는 항상 그 분들의 마인드를 배우려 애쓰지요.

직무교육은 사회복지의 개념 정립에서 시작해서 대상자와의 의사소통, 장애인과 노인, 아동 등 각 대상자들에 대한 이해와 케어방법, 그리고 이들의 인권, 심폐소생술 등 응급상황에서의 조치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심도있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2주간을 사회복무요원들과 부대끼며 강의하고 생활하다보면 은근히 정도 드는가 봅니다.

선생님들과 교육생들 간의 정이 느껴지는 2주간의 직무교육

"있잖아요, OO씨는 몸이 좀 약해서 그렇지 마음은 착하고 열심히 하잖아요. 맞지요? 손 선생님!"

홍일점인 이 선생님이 아침에 지각생에 대해 학사경고 조치하라는 뜻을 내비치는 제 앞에서 교육생 편을 들며 은근히 다른 동료선생님의 동의를 구하기도 합니다. 그 교육생의 지각을 한 번만 눈감아 주자는 의견의 표현입니다. 그 말 속에서 저는 교육을 진행하는 선생님들과 교육생들 간의 정이 느껴지곤 해서 시샘도 나곤 했습니다.

▲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의 손성원 선생이 밤 늦도록 '감동탕'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홍일점 이경진 선생은 문구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지요. 카메라 앵글 밖입니다.ㅎㅎ

▲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와 인사말을 담아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감동탕'을 논해 보겠습니다.

교육이 마무리되는 둘째 주 목요일이면 퇴근시간이 넘어도 으레 선생님들은 퇴근을 안합니다. 바로 '감동탕'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금요일에 있을 수료식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제공될 감동탕이지요. 그렇다고 피로회복제를 직접 제조하진 않으니 혹여 '식품위생법 위반' 이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시중에 있는 일반 피로회복제 '박O스'를 구입해서 쓰니까요.

제작 공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선생님들은 우선 처음 교육생들에게 받았던 자신들이 기록한 '듣고 싶은 말'과 '장래희망'을 토대로 하고, 교육과정에서 이들 개개인이 보였던 교육태도와 관심사, 성격에서 개별상담 등으로 인지된 형편 등을 종합합니다. 그리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밤늦도록 씨름을 합니다.

어떤 문구를 적어야 교육수료생들 개개인이 감동도 하고 복지에 대해 고민도 하고, 또는 향후 2년여 사회복무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작성합니다. 얼핏 제가 보기에도 쉬워 보이질 않습니다. 쓰다가 막히면 천정을 쳐다보기도 하고 답답해 하기도 하고 썼다가 지우기도 하고... 그렇게 목요일 밤은 모두가 야근입니다. 이미 저한테는 이렇게 고생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바로 '감동탕'입니다.

완성된 문구들은 스티커 라벨용지에 정성껏 인쇄가 됩니다. 이제부터는 부착입니다. 낮에 사다놓은 '박O스'에 일일이 붙여집니다. 최대한 반듯하게 말이지요.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된 셈입니다. 이제 내일 수료식에서 교육생들에게 전달하는 일만 남은 것이지요.

To. 몸짱 카리스마 큰 형님 성훈씨
2주간 객지생활하면서 교육받으시느라 수고하셨고 힘든 교육에 묵묵히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건강하시고 멋진 체육교사로 학생들을 잘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To. 문학청년 우혁씨
2주간 학생장으로 최선을 다해주어 고마워요.잘생겨서 여자들이 많이 따르죠, 아닌가? 앞으로 건강하시고 최고의 작가로 역량을 마음껏 펼치시길 기원합니다. 홧팅!

뭐 이런 얘기들을 적는데, 제가 봐도 코끝이 좀 찡합니다. 정성껏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대견하기도 하고요. 이 정도면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이 '감동'을 먹어야 하는데 은근히 걱정입니다.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까 걱정도 되는 대목입니다.

▲ 수료식이 시작되기 전, 선생님들이 교육생의 책상마다 준비된 '감동탕'을 올려 놓습니다.


▲ '감동탕'을 받아든 사회복무요원들. 정말 큰 감동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무요원, 가슴 따뜻한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길

드디어 금요일 오후 직무교육 수료식이 시작되기 전, 담당선생님은 조용히 교육생들의 책상 위에 감동탕을 하나씩 올려놓습니다. 수료식에 입실한 교육생들이 웅성거립니다. 담당 선생님은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그저 마지막 수업인 '리플렉션'을 진행합니다.

"야, 이게 뭐꼬? 먹어도 되는 기가?"
"어, 뭐 써놨네. 니는 뭐라케 놨노, 함 보자."

똑같은 문구가 아닌 자신에게만 남겨진 메시지에 교육생들은 어리둥절하고 피로회복제를 마시는 일보다는 메시지를 읽어보고는 옆 사람 것도 읽어보고 웃고 즐거워하고 난리가 납니다. 아예 마시기가 아까워서 가방 속에 고이 집어넣는 교육생, 피로회복제의 유혹에 일단은 마시고 빈 병을 챙기는 교육생, 병에서 조심조심 스티커를 떼어내는 교육생까지 반응도 다양합니다. 좌우간 어지간히 선생님들의 정성에 감동을 먹기는 먹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감동탕의 여운을 뒤로하며 사회복무요원들의 2주간 직무교육은 마무리되고 이들은 각자 자신의 근무지로 돌아갑니다. 대구의 어느 장애인복지관으로, 구미의 어느 노인생활시설로, 안동의 어느 지제장애아동재활기관으로 뿔뿔이 제 길을 갑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면 저희 교육센터의 선생님들은 다음 교육과정 준비를 위해 또 바쁜 일과를 시작할 것입니다.

지난 해 3월, 사회복지와 보건의료분야에 근무할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첫 직무교육을 시작한 이래 대구교육센터에서만 1200여 명이 직무교육을 수료하고 현장에 나가 우리사회의 복지도우미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1만2000명을 넘었지요. 사회복무제도가 안착되는 오는 2012년 이후면 수만, 수십만의 복지전령들이 활동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에게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마시고 간 '감동탕'은 그냥 단순한 피로회복제가 아니라 미래 복지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초석이 되라는 우리사회의 권고이자 명령입니다. 기꺼이 받아들여서 우리사회의 가슴 따뜻한 빛과 소금이 되십시오. 그 날까지 우리들의 '감동탕'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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