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콩’에 무수한 산채 반찬으로 식탐 즐겨볼까
‘콩콩콩’에 무수한 산채 반찬으로 식탐 즐겨볼까
  • 곽유승 기자
  • 승인 2009.10.05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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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따라 음식 순례 - (1)콩밭에서

‘콤콤’ 냄새 없앤 청국장에 산채장아찌 9가지면 저절로 식탐
참살이 선호시대에 콩 발효 식단화

안동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승용차를 타고 도산서원 방면으로 10여분 쯤 가면 안막동 가구마을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측 영주방면으로 약 100미터 지점에 최근 무공해 음식점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콩밭에서」라는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다.

입소문을 통해 점심시간이면 찾아드는 미식가들로 북적대며 안동의 새로운 음식 명소로 뜨고 있는 식당.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미용,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는 우리 전통 발효식품인 청국장을 주요 메뉴로 한 산채정식 집이다. 음식점에 들어서면 입구에 곱게 피어 있는 야생화들이 손님들을 기다리듯 방긋거리며  맞이하고 있어 가을의 정취를 덤으로 느낄수 있다.

개업 한 지 불과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 하나. 안동지역에서 재배한 순수 무공해 콩(일명 청자콩)을 식당 뒤 황토방에서 직접 띄워 만든 메주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 발효 식품인 청국장을 끓이면 콤콤하게 번져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지만 이를 없애 것이 이 식당만의 독특한 두 번째 비결이다.

「콩밭에서」반찬으로 나오는 산채 나물은 무려 9가지. 안주인 남편인 권영진(53)씨가 매년 봄 강원도 태백산과 함백산, 소백산 등지에서 소비분량을 직접 채취하고 있다. “일주일 중셋이서 3~4일을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두 달은 거의 산에서 삽니다. 보통 70kg 정도 채취하는 편이죠. 그러다보니 산에서 인생을 느낍니다.” 이 산채 반찬들이 청국장과 함께 밥상에 올라오고 있어 건강식품으로 더욱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10대 안동전통음식으로 선정되었고, 곧바로 10월 서울 엑스코에서 개최한 국제음식박람회에 지역의 고유음식 시식 코너로 전시되는 행운도 얻었다. 도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과정에서 해외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까지 폭발적인 인기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금죽, 산초고추, 달래, 매실, 당귀에 저절로 젓가락
「콩밭에서」식당에 들어가 앉자, 먼저 나오는 상차림에는 청국장찌개와 콩비지, 순두부 외에도 집에서 직접 담근 새송이 버섯, 금죽, 산초고추, 가죽, 달래, 매실, 참나물, 더덕, 당귀 등 무려 9가지 종류의 장아찌가 함께 나왔다. 밥 한 술을 뜨기 전에 미식가들의 젓가락이 저절로 장아찌에 가 닿아 입맛을 돋우게 했다.

독특한 향이 뛰어난 일명 ‘개당귀’ 라 불리는 ‘금죽’ 이란 나물이 있다. 이 나물은 채취해 몇 개월(?) 동안 말린 다음 삶아서 이틀정도 물에 담궈 독소를 우려내고 난후에 만든 장아찌다. 취나물과 비슷한 맛이 나는 ‘금죽’ 은 산나물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향긋함이 더해져 금상첨화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다.

「콩밭에서」는 또 돼지고기 삼겹살을 청국장으로 양념을 한 ‘청삼’과 생 삼겹살인 ‘생삼’ 요리도 있다. 청국장으로 양념을 했다고 해서 청국장이 맛이 날 것이라고 거부반응부터 보인다면 큰 오산이다. 맛 체험을 위해 동행한「엉뚱나미의심심한동네」블로그 운영자 김선남씨(43)는 “청국장으로 양념을 했는데 특유의 콤콤한 맛이 나지 않아 놀랐어요. 오히려 고추장 삼겹살에다 청국장을 첨가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삼은 구수한 청국장의 향이 더해진 고추장 삼겹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국장을 너무 많이 넣지 않고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청국장 삼겹살의 비법이라고 한다. 또한 일반 고추장 삼겹살과는 다르게 고추의 매운 맛까지 없애 미식가들은 물론 아이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또한,「콩밭에서」에서는 솔 숯을 사용하여 삼겹살을 구워 내는데, 삼겹살에 향긋한 솔향기가 배어 있어 돼지고기의 냄새를 없애 준다. 기름 또한 튀지 않기 때문에 조리 하기도 쉽다. 훈제구이를 한 것처럼 기름기가 쫙 빠져 쫀득쫀득하고 쫄깃쫄깃한 감칠맛에 구수한 청국장의 향이 더해져 일품이다. 된장을 사용하여 만든 된장 삼겹살에서 착안했다는 청국장 삼겹살은 이 식당의 매출을 높이는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솔향기 가득한 ‘청삼’에 ‘생삼’ 특미도 한몫
「콩밭에서」요즘 받고 있는 가격은 청국장 산채 정식 1인분에 6천원. 순수 국내산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재료를 쓰다 보니 조금 그리 싸지는 않은 편. 그러나 청국장 산채 정식 기본메뉴로 거뜬히 배를 채울 수 있어 부담 없이 건강 음식을 골고루 다 맛 볼 수 있다.

배정숙 사장(51)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콩을 밤새도록 물에 담가뒀다가 깨끗하게 씻은 다음 가마솥에다 장작불을 지피고 콩을 삶아서 두부를 정성스럽게 만든다.

음식을 먹고 나가는 손님들 중 누구나 원할 경우「콩밭에서」배사장이 콩비지를 직접 한 국자씩 퍼 담아준다. 공짜다. “비지에다 신 김치 총총 썰어 넣고, 돼지고기와 파, 마늘, 육수를 넣고 푹 끓이면 돼요.” 콩비지찌개를 맛있게 끊이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인심까지 쓰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도산서원을 관람하고 우연히 들린 김정수(46·남·대구시 대신동)씨는 “청국장 산채정식 맛이 심심하면서도 개운했고 따라 온 아이들도 좋아했다”고 말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영주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강형구(51·남·영주시 상망동) 씨도 “밥상에 올라 온 짱아지들을 한번 씩 돌아가며 집어먹다 보니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고 웃었다.

▲배정숙 사장(52)
배정숙 사장의 다소곳한 말 속에는 음식에 대한 당당한 자부심이 스며들어 있다. 등산을 좋아하다 보니 곰취를 뜯게 된 남편 권영진(53)씨가 어느 날, 영주의 어느 집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산나물 김치맛이 독특하고 맛있어 퍼뜩 상품화 시켜보자는 생각이 스쳤다. 그후 곰취로 쌈도 싸보고 김치로도 해 먹었다. 그 후 건강 식단을 준비해 「콩밭에서」를 열었다. 어느 듯 배정숙 사장은 참살이를 선호하는 요즘 안동의 자연식품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최근엔 식사를 하고 간 일부 손님들이 음식의 맛을 보고 프랜차이즈를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콩 관련 제품도 더욱 연구해 한 차원 더 높은 식단을 꾸며보는 것이 꿈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앞으로도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순수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산나물만으로 식 재료로 사용해 손님 밥상에 올리겠다” 며, 자주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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