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 (1)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 (1)
  • 임세권
  • 승인 2019.10.20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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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 - 임세권(유안사랑 대표)

나는 강을 따라 출근하고 퇴근한다. 전체 3.5킬로미터 중 2킬로미터가 강변길이니 강변으로 출퇴근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도시 한복판을 흐르는 강에는 많은 새들이 강변의 산책객과 함께 자연을 즐긴다. 철따라 오는 철새는 물론 일년 내내 이곳을 떠나지 않는 텃새들도 많다.

지난 5년 반 동안 같은 길을 오가면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카메라에 담은 새들은 나같은 초보자의 눈에도 60종이 넘는다. 새에 관심을 두고 촬영을 시작한 후 나는 처음 본 새들의 신기한 모습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많은 종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이 아름다운 새들이 둥지를 튼 버들숲이 강변 정리 사업으로 잘려나가기도 해서 안타까운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제 나의 출근길 벗이라 할 수 있는 예쁜 동무들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신록이 우거진 봄날 수컷 원앙이 강변을 노닐고 있다.
신록이 우거진 봄날 수컷 원앙이 강변을 노닐고 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것은 원앙이다. 강변을 오가면서 원앙을 내 집 앞에서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놀라움이었다. 아니 늘 볼 수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어느 해 늦은 봄날 아침 가는 비가 뿌리고 있었는데 얕은 인공수로 한 쪽에서 원앙 한 쌍이 내가 가까이서 보는 것도 아랑곳없이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가까이서 원앙을 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녀석들은 물속에서 날개를 퍼득거리고 부리로 온 몸을 훑어가며 날개를 씻고 있었는데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 날 이후 원앙은 내게 무척 친숙한 길동무가 되었다.

원앙은 수컷과 암컷의 모양이 완벽하게 다르다. 나는 원앙 암컷을 일년이나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다. 화려한 깃털의 수컷이 원앙의 모습으로 머리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또 화려한 수컷 조차도 짝짓기가 끝난 뒤 여름이 오면 그 아름답던 장식 깃이 떨어져 나가 평범한 회갈색의 암컷과 비슷하게 되니 이들이 같은 새라고 알아보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비오는 날 얕은 물가에서 몸을 씻는 수컷 원앙
비오는 날 얕은 물가에서 몸을 씻는 수컷 원앙

 

짝짓기 하는 원앙 한 쌍
짝짓기 하는 원앙 한 쌍

대부분의 동물은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한 외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새들은 암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 안동의 낙동강에 날아드는 철새나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텃새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암수가 완연히 다른 모습을 한 원앙은 매우 특별한 존재로 보인다. 화려하게 꾸미고 암컷을 유인한 수컷은 그 수려한 외양으로 자손을 번식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맹금류 등 천적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쉽게 죽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풀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모습의 암컷들이 안전하게 새끼를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수컷은 멋진 겉 모습으로 뽐낼만도 하지만 자신의 짝과 새끼를 위해 희생되기도 쉬우니 자연의 섭리는 하나도 우연한 것이 없다.

여름철 홀로 새끼를 돌보며 살아가는 암컷 원앙
여름철 홀로 새끼를 돌보며 살아가는 암컷 원앙

부부간의 사랑이 각별하다고 소문난 원앙이지만 짝짓기가 끝나면 바로 헤어져 버리는 매정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원앙의 환상이 좀 깨지긴 했지만 여전히 원앙은 가장 아름다운 새로 손꼽기에 아깝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 2018년 겨울호 <기록창고>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임세권 yimsk1@gmail.com

사진작가. 포토갤러리 유안사랑 대표. 안동대학교 사학과 교수 퇴임. 안동시 용상동에서 시내 원도심으로 매일 걸어서 출퇴근 하는 길에 낙동강의 새, 나무, 풍경 그리고 사람들을 뷰파인더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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