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쌀 소비의 또 다른 방안
막걸리, 쌀 소비의 또 다른 방안
  • 배오직 기자
  • 승인 2010.05.2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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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졸네 누보를 넘어 막걸리 누보를..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먹을거리에 대해 값싸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음식을 찾고자 하는 분위기가 많다. 특히 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기왕 마실 거면 몸에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그런 술을 찾고 있다.

▲보졸레 누보

프랑스산 보졸레 누보 와인은 저가이면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인기 와인으로 그 선호도는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보졸레 누보는 김치로 치면 겉절이에 해당한다. 다른 포도주는 몇 년간 숙성시킨 후 맛과 향을 내는데 비해 이 지방의 포도 품종은 오래두면 산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식초가 되어버린다. 이 것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보졸레 누보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쌀 소비 촉진과 함께 막걸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TV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굴지의 술도가 사람들이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가히 ‘국민배우’ ‘국민여동생’에 이은 ‘국민 술’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막걸리 술도가는 그 고유의 맛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론 지역 특산물을 첨가해 색다른 막걸리를 승부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젊은이들과 여성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과일들을 섞은 혼합 막걸리를 시판해 그들이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원재료 면에서도 점차 쌀의 사용 비율이 높아져 일부에서는 100% 쌀로 술을 빚고 있는 곳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막걸리들의 90% 이상이 국산쌀이 아닌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막걸리 시장이 확대 되어 남아도는 쌀을 소비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또 우리 농가의 새로운 쌀 시장 개척과 함께 든든한 소득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기회는 적다고 하겠다. 게다가 수입쌀로 만든 막걸리가 한국 전통적 술의 이미지로 포장되어 버젓이 수출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되는 쌀의 97.8%가 주식용이다.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쌀은 생산량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생산량의 14%를 가공용으로 사용한다는 점은 우리가 되새겨 보아야 할 일이다.

우리 쌀의 소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 대량소비를 유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나서야 한다. 쌀을 이용한 음식의 개발이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어쩐지 막걸리만은 외면 받고 있는 듯한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보더라도 막걸리 마케팅을 통한 해결책은 신중히 고려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 막걸리 수입쌀로 빚는 현실
정부와 기업이 국산쌀 막걸리 지원하면 어떨까?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막걸리의 99%가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전통주로 인정을 받으려면 100% 국산쌀로 만들어야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킨 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통주로 인정을 받을 경우 현행 주세(5%)의 절반(2.5%)을 감면해 준다.

농식품부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전국에 780여개 막걸리 제조업체(면허취득 기준)들이 있지만 이중 정부로부터 전통주로 인정을 받은 업체는 15개 업체뿐이라고 한다. 전통주로 인정받은 막걸리가 전체 중 1% 안팎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올 7월까지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막걸리의 원재료가 대부분 수입쌀을 사용한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게 된다면 소비가 다시 줄어들 수도 있다. 분명 수입쌀 대신 국산쌀을 사용하게 되면 술의 원가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전통주로 인정을 받으면 현행 5%의 주세를 절반인 2.5%로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다지 원가 상승률은 미미하다. 실제로 안동에서 40년 이상 막걸리를 빚어 온 회곡 양조장(대표 권영복)은 7월을 기점으로 100% 국산쌀을 원재료로 한 막걸리를 생산하려 준비 중에 있다.

국내에서도 프랑스 보졸레 누보를 벤치마킹 해 지난해 11월 셋째 주에 맞춰 이른바 ‘막걸리 누보’를 생산해 대형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매에 들어갔다. 항공 운임료의 상승과 유로화의 상승으로 보졸레 누보의 가격이 상승했다. 덩달아 판매도 줄어 막걸리 누보의 예약 판매량은 보졸레 누보를 넘어섰다.

수출하는 막걸리에 수입쌀의 비율보다 국산쌀의 비율을 지금보다 훨씬 높여 만든 막걸리를 전 세계적으로 판매를 한다면 수입된 쌀을 다시 역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은 판로를 개척해서 좋고 남아도는 수입쌀은 수출로 소모를 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는 추석을 기점으로 해서 전국적으로 첫 수확한 쌀을 가지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조상에 감사하고 우리 몸에 좋은 효모들이 많이 들어 있는 막걸리를 마시며 건강을 기원하는 제사와 함께 음복을 곁들인 ‘누보 막걸리 데이’를 선포해 즐기도록 하면 어떨까.

그러나 소비는 어느 한 지역과 계층만이 주도를 하면 문화로 정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기에 전국에 산재 해 있는 술도가들이 모두 한 날 한시에 지역적 특색에 맞는 천차만별의 맛과 향을 무기로 판매에 들어가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 세계적인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은 국내에 머물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상대로 마케팅하면 될 것이고 국내에서는 소규모 술도가들이 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해당 지자체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홍보 하는 팀을 만들어 지역 축제를 이용해 붐을 조성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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