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의 향, 전통의 맛
‘약초흑염소 요리’ 집을 찾다
소백산의 향, 전통의 맛
‘약초흑염소 요리’ 집을 찾다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0.07.10 2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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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in맛집> ‘석송령심마니’ 흑염소 전문점(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석송령 옆)

초여름 무더위가 일찍 온 탓에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밤이다. 평소 운동부족에다 직장 일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올 여름을 어이 넘길꼬” 물어보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온다. 가장 쉬운 해결법 하나. 입맛에 맞는 보양식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석송령을 뒤로 배 두둑히 채운 경북인뉴스팀. 모처첨 각양각색 제멋대로의 포즈를 취했다. 

경북인뉴스 팀에는 노총각들이 많은 편이다. 끼니 때 마다 한 끼를 해결하는 것도 큰일 중 하나이다. 해서 입에 착착 감기는 음식점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치열한 기억싸움이 된다. 이참에 어설프지만 맛 탐방을 겸하기로 했다.

뿌리깊은 나무 석송령

7월 9일 오후5시 6명이 모였다. 급할 땐 그래도 몇 번 가본 식당을 향하는 것이 좋다. 예천군 감천면 천량리에 소재한 석송령(石松靈)으로 달렸다. 안동을 출발한 지 35분이면 충분하다. 풍산을 지나 금새 내성천 다리를 건너면 예천읍내 삼거리로 들어가는 기존 길 조금 못 미쳐 오른쪽으로 영주ㆍ감천행 우회도로 4차선이 최근 개통돼 있다. 평소보다 약 10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감천온천을 지나면 곧 석송령이 보인다. 아담하게 보이지만 실제 다가가 보면 단단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소백산 준령에서부터 흐르는 석관천을 따라 떠내려 온 무명의 소나무가 주인을 만나 이름을 얻고 결국 재산까지 상속받았으니....

석송령(石松靈)은 너무 유명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소나무이다. 지금의 영주시 봉현면(옛날에는 풍기 노좌 라고 불렀다)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석관천(石串川)은 개울치고는 물량이 꽤 괜찮았다. 홍수 때 떠내려 오는 소나무를 건져내 심었다고 전한다. 수령은 약 600년으로 세금을 내는 토지소유자이다.

「석송령심마니식당」에 도착하다
 약초흑염소전골 맛은 어떠려나?


솔직히 고백한다. 이 식당 주인은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안동경찰서 의경으로 제대한 후 여러 종류의 직장을 거쳤다. 그러다가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은 게 약 10여 년 전이다. 영업차량을 몰고 귀가하다가 큰 트럭에 부딪쳐 대형사고를 당했다. 다리뼈가 부러지고 척추근처까지 다쳐 병실에서만 누운 채 10개월을 넘겼고, 재활치료를 위해 고향근처의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흑염소와 약초의 만남은 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식당 전경 석송령 왼쪽에 아담하게 자리한 식당자리

 

초롯빛 나무 잎새 뒤에 살포시 가리고 빨간입술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 버찌아가씨들이다.  

이곳은 고개를 돌리면 풍기 쪽에서 문경방향으로 뻗은 소백산맥의 큰 줄기들이 첩첩이 흐르고 있고 그 품안에는 험난한 산골짜기들이 수두룩하다. 당연히 높은 산으로 다니며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약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산행에서 만난 약초꾼들은 경험을 전수해 주었고 원래 ‘촌놈’이라 익히는 것도 빨랐다. 흑염소와 약초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12가지 한약초를 넣고 각종 채소류가 얹혀졌다.

알다시피 흑염소는 3저4고의 특성이 있다. 저지방, 저오염, 저콜레스테롤이 3저요, 고단백, 고비타민, 고철분, 고칼슘이 4고 이다. 대표적인 웰빙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미자, 당귀, 엄나무 등 12가지 한약초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달여 만든 육수에 미나리, 부추, 팽이버섯 등 각종 채소위에 쭉쭉 찢어놓은 흑염소 살코기를 올려 놓는다. 비법양념장도 물론 들어가 있다.

약간 졸여진 국물을 바라보며 군침만 삼키고 있었다.

 

▲ 양손으로 비비고 달착지근, 매콤, 고소한 맛을 뒤섞고 있다.

배고픈 숟가락들이 약간 졸여진 국물을 살짝 뜨면 얼큰하면서도 뒤끝이 개운한 맛이 입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흑염소 특유의 냄새와 느끼함은 아예 없다. 달착지근하고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뒤섞여 있다. 자글자글 끓는 약초흑염소전골을 뒤집어 놓고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 한 젖가락에 인생을 걸다 머니머니해도 첫 느낌, 첫 맛, 첫 맘이 매우 중요하다.

 

인생은 모래시계같다. 든든해 질수록 비어가는 것도 있다. 

급한 김에 한 젓가락을 집었다. 계속 입속으로 땡겨 들어갔다.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뜨뜻한 기운이 마치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선한 바람을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 먹을땐 말이 없다 뽀얀 김이 솟아오르는 지금은 식사전투 중. 


 모든 양념재료, 山에서 나온다
 ‘더덕동동주’ 맛 더더욱 일품
 
 

▲ 마늘장아찌
▲ 산더덕양념무침
▲ 작은 양파장아찌
▲ 특별제조 소스

입맛을 돋우는 밑반찬도 먹을 만 하다. 산더덕양념무침은 특유의 산흙 냄새를 몰고 온다. 마늘장아찌를 깨물어 보니 신선한 과일을 씹을 때 터지는 아작소리가 난다. 육종마늘통 만한 작은 양파장아찌는 한입에 쏙 들어와 입안전체에 새콤한 맛을 더해준다. 이 모든 토속반찬이 다 산에서 직접 채집해 온 것이라니 젓가락이 한번 더 갔다.

걸쭉하면서도 사각거리는 이 맛은 일품이었다.

 

원래부터 셋이 모여 삶이 된다. 건배!

일순 허기진 배가 조금 채워졌다. 주인장께서 ‘더덕동동주’ 단지를 들고 왔다. 뜨거운 기운에 잠시나마 찬 기운을 살짝 부어 주는 것도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사발에 한 잔씩 돌렸다. 사각거리는 더덕을 깨물어가며 마셨다. “흠, 맛이 일품이구만.” 요즘 막걸리에 푹 빠져 사는 배오직 기자가 대번 술맛을 음미하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냥 동동주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찬사가 이어졌다.

약초흑염소전골 양념에 밥을 볶아 먹으면 그냥 별미다.

어느새 바닥을 긁기 시작했다. “오늘, 친구분이 오셨다고 서비스로 더 드리랍니다.” 류갑숙 안주인이 고기와 채소류를 더 얹어 놨다. 그래 먹는 김에 배 터지게 채우자고 결의를 세우고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이윽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기 시작했다. 그냥 별미이다.

이 집은 가격이 비싸도 오로지 ‘토종흑염소’만 고집한다. 또 산에서 채취한 한약초로 만든 엑기스를 천연조미료로 사용한다.

염소는 소, 돼지에 비해 육질이 부드럽고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아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탁월하다. 칼슘과 철 등 무기질도 풍부해 피부미용이나 골다공증 예방, 산후조리에 좋다는 건 상식으로 통한다.

금강산도 식후경2 .........

흘리는 땀만큼 힘이 불끈 솟는 보양식을 찾아 먹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나오는 길에 석송령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의기투합이 되면 감천온천에서 놀다 가는 것도 좋을 듯.

☎ 석송령심마니식당 연락처 654-6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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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2010-07-14 09:51:51
배 나온 순서로 찍으신 거죠? 중년의 단촐한 오후가 그려지네요~~~~ ㅋ 흑염소 맛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