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논평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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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 승인 2021.06.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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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2심 결심 재판
녹색당 성평등위원회는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

 

6월 1일 오늘, 텔레그램 박사방 일당의 2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조주빈 외 5인은 성범죄 조직을 결성하여 여성들을 유인하고 협박하는 수법을 통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했으며, 박사방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해당 성착취 영상물을 유포해왔다.

 

이번 2심 판결에서 피고인 6인 전원의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인정된 점, 성범죄자들의 뻔한 레퍼토리인 심신미약이나 범죄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등의 핑계에 대해 재판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조주빈에게 구형한 무기징역을 끝내 선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 사유를 참작해 징역 42년형을 선고했다. 조주빈과 같이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선고한 다른 2인 역시 전반적으로 소폭의 감형을 적용해 1심과 비슷한 수준인 징역 13년형을 받았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의 실태가 보도된 후, 시민들의 공분과 여러 액션에 힘입었던 경찰과 검찰은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었다. 덕분에 이번 사건에는 유독 ‘최초’, ‘이례적인’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재판부 또한 디지털 성착취 근절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족하다.

 

박사방 판결이 ‘최초’와 ‘이례적인’을 넘어 ‘예외’로만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도되지 않는, 시민들이 가해자의 이름과 사건 내용을 모르는 모든 사건을 오늘의 이 재판만큼, 그리고 이 재판보다 더 엄중히 다뤄야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박사방을 비롯한 디지털성범죄 처벌 동향을 지켜보고 있을 다른 범죄자들에게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들 때까지 버티면 끝’, ‘이슈만 되지 않으면 잡히더라도 크게 처벌받지 않음’이라는 잘못된 교훈을 주는 방향으로 대응을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박사방 일당은 마치 짠 것처럼 똑같은 변론을 펼쳤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때는 미처 몰랐으며, 지금에 와서야 자신의 죄를 깨닫고 뉘우치고 있다고. 그러나 그들은 입으로만 반성한다고 읊조릴 뿐, 범행을 부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심신미약을 주장하거나 가정사, 어린 나이 등 갖가지 핑계를 댔으며, 재판 진행 도중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했고 피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도 했다.

 

그들이 정말로 죄의 무게를 깨닫고 참회했다면 10~40년 안팎의 형벌이 과하다고 감히 주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설령 그들이 범행 당시 저지른 일의 심각성에 무지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이는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성차별의 일상화, 그리고 이로 인해 여성의 피해와 고통에 무뎌진 우리 사회의 일면을 더 잘 드러낼 뿐이다.

 

오늘의 판결은 사건의 종결이 아니다. 피해자의 회복과 사건의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시작점이고 이정표다. 그렇기에 녹색당은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에 만족할 수 없으며, 온라인상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를 흔적 없이 박살 내는 날까지 피해자의 편에서 함께 싸울 것이다.

2021년 6월 1일

녹색당 성평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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