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 ⑫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 ⑫
  • 임세권(유안사랑대표)
  • 승인 2021.11.30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멀리서 볼 때 좋은 새들이 있다. 
말하자면 십리 미인이다. 
나에게는 가마우지 종류가 그렇다. 내가 보는 가마우지는 정확히 말하자면 내륙의 강이나 호수에서 사는 민물가마우지다.

나뭇가지에서 쉬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황색과 흰색으로 장식된 얼굴과 머리 때문에비교적 험상궂은 모습으로 보인다.(ⓒ임세권)
나뭇가지에서 쉬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황색과 흰색으로 장식된 얼굴과 머리 때문에비교적 험상궂은 모습으로 보인다.(ⓒ임세권)

민물가마우지는 철새지만 지금은 거의 1년 내내 볼 수 있는 텃새가 되었다. 한두 마리씩 날아다니는 것도 자주 보지만 아침저녁으로 길게 줄을 지어 하늘을 날 때는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시키기 위해 군무를 추는 것 같기도 하다. 민물가마우지들은 잠수에 편리하도록 날개가 물에 잘 젖게 되어 있다. 그래서 모래톱이나 돌 위에 앉아 있을 때는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개를 말린다. 그 모습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내 품 안으로 들어오라는 표현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 새를 가까이서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깨져 버린다. 새카만 몸집 때문에 호감이 가지 않는 것도 있지만 머리의 정면 부분이 대체로 흰색이면서 부리를 둥글게 감싼듯이 보이는 황갈색 또는 주황색에 가까운 옆얼굴은 험상궂기 짝이 없다.

민물가마우지가 물위에 내리고 있는 모습(ⓒ임세권)
민물가마우지가 물위에 내리고 있는 모습(ⓒ임세권)

가마우지라는 이름의 ‘가마’는 검다는 뜻이며 ‘우지’는 오리의 옛말 ‘올히’에서 변형된 말이라고 한다. 바다에 서식하는 가마우지는 그냥 가마우지라 하고 내륙에 서식하는 경우에는 ‘민물가마우지’라고 한다는데 내 눈에는 뚜렷하게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 새에 처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오래 전에 중국 명승지 구이린에 갔을 때였다. 구이린에 흐르는 리쟝이라는 강에서는 어부들이 주로 민물가마우지를 이용해 고기를 잡고 있었다. 10여 년 전에 중국 황산시에서 1년간 살 기회가 있었다. 황산시를 관통하는 신안강에서도 어부들이 민물가마우지를 배에 태우고 고기잡이를 했는데 신안강가에서 살던 나는 아침저녁으로 강가에 나가 민물가마우지의 고기 잡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중국의 가마우지 물고기 잡이는 잠수를 잘하는 가마우지들의 속성을 이용하여 가마우지의 발을 줄에 묶고 목은 고기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묶어서 고기를 잡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물학대라 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전승되어 온 전통 어로 행위로 인정해주는 듯하다. 오히려 관광거리가 되는 지금은 권장하는 듯 보인다.

안개 낀 아침 강변 나뭇가지에 올라 앉은 민물가마우지의 모습(ⓒ임세권)
안개 낀 아침 강변 나뭇가지에 올라 앉은 민물가마우지의 모습(ⓒ임세권)

그 민물가마우지를 바로 우리집 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교수직을 퇴직하고 강으로 출근하면서 비로소 민물가마우지가 낙동강에도 산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은 내가 강변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7,8년 전에는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반변천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근처에서 물고기를 물고 불쑥 물 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가마우지를 보는 재미에 한참씩 한자리에 머물러 지켜보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5년 전쯤인가부터 갑자기 숫자가 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하늘을 나는 것을 보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되었다. 
용상동의 반변천 상수도 수원지 쪽에 많이 몰려 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변 솔숲에 자리 잡은 민물가마우지 떼는 그들의 분비물로 숲을 몽땅 망가뜨렸고 인근 고등학교에서는 수업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고 아우성이라 한다. 가끔 금강이나 영산강 쪽에서 민물가마우지 떼로 인해 어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가 크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어떤 보도에는 민물가마우지가 지난 20년 동안 100배가 늘었다고도 한다. 내가 잘 모르기는 하지만 이처럼 갑자기 개체수가 증가한 이유도 분명 사람에게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경부에서도 이 새를 유해조수로 해야 할 것인지 고민 중이라는 말도 들었다. 앞으로 민물가마우지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 이 기사는 (사)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계간지 『기록창고』 12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