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남긴 숭고한 희생
구제역이 남긴 숭고한 희생
  • 김용준 기자
  • 승인 2011.05.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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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in칼럼> 순덕비 세워 격과 예우 다해야

‘77년 공직에 몸을 담은 이후 금년 2월 25일 ‘도ㆍ시군 합동투자유치 워크숍’ 도중 과로와 격무에 의식을 잃고 유명을 달리한 안동시 경제과학과 기업유치담당 故 김재관. 33년 동안 공직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 온 고인의 숭고한 희생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한다. 고인이 남긴 공직자의 삶을 되돌아보며 공직자의 의무와 정신을 되새기고자 그의 공적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79년 와룡면을 시작으로 안동시 관내 읍ㆍ면ㆍ동을 두루 거쳐 2009년 8월에 안동시 경제과학과 기업유치담당자로 발령 받았다. 각 분야에서 경험을 두루 거친 그는 경제과학과에서 근무 중 지난해 연말 지역에 불어 닥친 구제역 사태로 두 달여간 방역활동에 전념하면서도 기업유치 등의 담당업무에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기업유치담당자로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아이디어와 타 자치단체의 우수사례들을 연구 검토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기업 및 투자유치에 전념해 오면서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9년에는 음료전문 수출업체와 약 250억 원의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약 100여명의 지역주민 고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바 있다. 또한 경북바이오산업단지와 안동문화 관광단지에 우량기업과 민자 유치를 위해 전국의 많은 기업을 방문하면서 지역의 여건과 특성을 홍보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유치활동을 전개해 왔다. 매월 1회씩 개최하는 안동시이업종교류회 및 각종 기업협의회에도 퇴근시간 이후에는 꼭 참석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하면서 적극적인 기업지원에 노력하기도 했다.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는 공직자로서의 인품과 능동적인 업무능력, 그리고 가족과 친지들 간의 화목함과 친화력 등을 뒤로 남기고 교육 현장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 채 산자락으로 말없이 떠나버린 고 김재관. 그의 공직생활이 새삼 지역 공무원사회와 시민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고 공직자가 갖추어야할 숭고한 표상으로 남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가 새삼 눈앞에 아른거린다. “계장님 구제역으로 고생이 많으시죠?” 라는 물음에 “저만 고생 하니껴, 시청 공무원 다들 고생하지요”라고 말하면서, 구제역 현장에서 고생하는 동료들 걱정을 먼저 했다. 또한 “정신적인 피로는 없나요?” 라는 다른 질문에 “잠자다가 살처분 장면이 떠올라 몇 번은 잠에서 깬 적이 있니더”라고 말한 뒤 “현장에 다시 가봐야 되니더, 먼저 일어서니데이”라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그것이 끝내 그와의 마지막 인연이 되어버렸다. 그의 텅 빈 자리에서 만난 권오엽 경제과학과장이 전하는 회상과 눈가에 맺힌 이슬, 장례식장에서 음료수 한잔 건네고 잠시라도 쉬어가라고 붙잡지 못한 인정이 자꾸만 회한이 된다.

성실, 복종, 친절공정, 비밀엄수, 품위유지, 청렴 등 공무원의 6대 의무를 다하고 마지막 소중한 생명까지도 희생한 그에게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그의 정신을 기리는 순직비를 건립해 그의 넋을 기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웃 영양군에서 근무 중 구제역으로 순직한 고 김경선 씨의 순직비가 얼마 전 영양군청 전정에 세워졌다. 행정안전부는 공직자의 공상과 관련해 경찰, 소방공무원에 한하여 순직자로 예우하고 있다.

이번 구제역사태로 공상을 당한 분들에게도 순직자로 예우되길 우리 모두가 소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제역으로 우리들 가슴에 묻은 사람. 故 금찬수, 김재관 씨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다시 한 번 명복을 빌고 두 분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순직자로서 격과 예우를 다해야 할 것이며. 또한 유교문화의 본향이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자부하는 추로지향의 안동인이 감당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아닐 런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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