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총선주자들, 민심을 살펴라
안동총선주자들, 민심을 살펴라
  • 엄재진
  • 승인 2011.05.03 13: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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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인칼럼> 혼돈의 시대, 퇴계와 남명이 그립다


4월 27일 정치 지형을 뒤바꿔 놓은 ‘4·27 재보선’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영원한 텃밭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줄곧 한나라당에 표를 던졌던 ‘분당 을’에서는 넥타이 부대들의 반란으로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됐던 대구·경북에서도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등으로 한나라당이 가슴 쓸어 내렸다. 예천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58표차로 한나라당 후보를 위협하고, 달서구 마선거구에서는 막판까지 3후보가 업치락 뒤치락했다.

이번 재보선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정국, 다가올 지방선거에 대한 정치권들의 득실 따지기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서로 ‘네탓·내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선거 후폭풍이 안동을 비롯한 북부지역에도 비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안동지역 정치인들의 싸움이 곳곳에서 치열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편 가르기, 죽기 아니면 살기로 갈라서기를 부추기고 있다. 민심은 그래서 더욱 갈팡질팡이다.

지난 겨울 구제역 여파로 가축과 함께 안동인의 자긍심이 땅에 묻혔다. 지난 봄 ‘Again-Andong’과 지역경제살리기에 안동인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지만 편 가르기는 여전하다.

선거는 전쟁터다. 이기고 지는 문제를 넘어 죽기 아니면 살기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편 가르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는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진다고 믿는다. 네편, 내편이 명확해야 하는 싸움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더러는 표심을 속이고, 민심을 혼란하게 하고, 심지어 자신만이 절망의 시대를 해결할 ‘영웅’이라 포장하기도 한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도 정치인들로부터 사생결단식 편 가르기 요구를 강요당할지 모른다. 혼돈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준비해야 할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올곧은 선비가 그립다. 절망과 혼돈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데 지표가 될 선비가 그리운 시기다.

실천의 사상가 남명 조식, 그는 평소 ‘성성자’라는 방울과 ‘경의검’이라는 칼을 차고 다니며 선비 정신을 다잡아 생활했고, ‘실천궁행’(實踐躬行)을 덕목으로 삼아 언제나 자신이 터득한 도를 실천으로 옮기려 했다.

남명이 항상 지녔다는 주머니 칼 ‘경의검’에도 ‘內明者敬, 外斷者義’(안에서 밝히는 것은 경이요, 밖에서 결단하는 것은 의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남명이 갓 스물을 넘긴 명종에게 올린 상소문 ‘단성소’(丹城疎)는 오늘에도 생각을 중요시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힌다.

“…전하, 나랏일은 이미 잘못되었고 나라의 근본은 이미 없어졌으며 하늘의 뜻도 이미 떠나버렸고 민심도 이미 이반 되었습니다… 낮은 벼슬아치들은 아랫자리에서 히히덕거리며 술과 여색에만 빠져 있습니다. 높은 벼슬아치들은 윗자리에서 빈둥빈둥 거리며 뇌물을 받아들여 재산 긁어모으기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내직의 벼슬아치들은 자기들의 당파를 심어 권세를 독차지하려 들기를 마치 연못 속을 용이 독차지하고 있듯이 합니다….” 구구절절 오늘에도 충분히 경종을 울리고 귀감 되는 말들이다.

퇴계 이황의 철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자랑하는 지표다. 상대방의 의견을 편견 없이 들으려 애썼고 말하는 이와 생각이 다르면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던 퇴계다.

인간의 심성과 도리를 중심에 두면서 ‘물러남의 정치’를 열었던 퇴계 이황(1501~1570)과 철저한 야인으로 실천가였던 남명 조식(1501~1571). 같은 해에 태어나고 한 해 차이로 세상을 등진 두 동갑내기는 영남학맥, 조선 성리학을 대표하는 양대 거목이었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서로 손 잡지도 않았다.

500년이 흐른 지금, 정치적 혼돈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퇴계의 ‘인’(仁)과 남명의 ‘의’(義)가 서로 손잡는 후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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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우 2011-07-12 15:56:51
글 잘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