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미완의 시인, 정영상 30주기 추모문학전집 출간
37세 미완의 시인, 정영상 30주기 추모문학전집 출간
  • 유경상 기자
  • 승인 2023.06.23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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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과 주현이" 출간, 시집 3권에 실린 시 255편, 유년이야기 산문 18편

30주기 추모 정영상문학전집 『감꽃과 주현이』 출간

1993년 4월 갑작스럽게 사망한 시인 정영상에 관한 추모묶은집이 출간되었다. 올해 30주기를 추모하며 출간한 『정영상문학전집: 감꽃과 주현이』에는 정영상의 시 255편과 그의 희소하고 귀중한 산문 18편이 수록되어 있다. 독자와 정영상의 대화는 그의 고향 풍경·어린 시절을 짚고 넘어가야 독자가 그의 시적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유고 산문집 제1부의 유년 이야기들을 맨 앞에 배치했다.

이어진 시편들은 시집 세 권의 순서를 그대로 따랐다. 유고 산문집의 제2부에 모아둔 전우익 선생·신경림 시인·박원경 교사(정영상의 부인)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보낸 정영상의 편지들과 제3부에 모아둔 그의 단상들, 그리고 시집에 붙은 ‘시인의 말’과 ‘발문’은 수록하지 않았다. 문학평론가 권순긍 세명대 명예교수의「정영상론」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이미 오래전에 절판된 시집들과 산문집을 새로 디지털화해서 엮어낸 『감꽃과 주현이』 출간에는 정영상 시인을 더 널리 더 오래 기억해야 한다는 고향의 선후배 몇 사람과 출판사 아시아의 뜻이 담겨 있다.

소나 돼지들의 똥과 오줌을

쓰라린 속으로 받아들이며

서로 끌어당기며 사는 것들

그리하여 쉬지 않고

오로지 썩는 일에만 몰두하여

겨울에도 뻘뻘 땀 흘리며

썩으면 썩을수록 더욱 정신 차려

논 밭으로 나가

쓰라린 속이 기쁨으로

열매 맺힐 때까지 사는 것들

<시 ‘두엄’ 전문>

고 정영상 시인
고 정영상 시인

인용한 시는 1993년 4월 37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타계한 정영상 시인의 ‘두엄’ 전문이다. 이 세상의 열매들을 위한 ‘두엄’ 같은 삶의 길로 나아갔던 시인은 1956년 포항시 대송면 적계못 마을(남성동)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포항고교 시절부터 시와 인연을 맺었다. 국립 공주사범대학(현 공주대) 미술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전교조 교사들의 대규모 해직사태 때 안동시 복주여중에서 해직되어 안타깝게도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시간을 맞지 못한 채 세상을 하직했다.

이번 전집의 머리말에서 이대환 소설가는 “아들로서, 지아비와 아비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미완에 그쳐버린” 생을 살고 떠난 고인은 시인으로서 생전에 두 권의 시집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와 『슬픈 눈』을 펴냈다. 타계 후 유고 산문집 『성냥개비에 관한 추억』과 유고시집 『물인 듯 불인 듯 바람인 듯』이 출간됐다. 2003년 4월에는 공주대 교정에 ‘정영상 시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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