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배제 당한 김명호 예비후보의 가슴 울리는 소회글
경선 배제 당한 김명호 예비후보의 가슴 울리는 소회글
  • 유경상 기자
  • 승인 2024.03.06 15: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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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5년 안동지역 정치 활동에 대한 소신과 회한 담아

본선 진출 맞대결 두 후보, 지역에서 '정치란 무엇인가' 참고 삼았으면

어제(5일) 국민의힘 소속으로 안동예천 총선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됐다. 경선에서 배제된 나머지 후보 캠프는 해단식을 서둘렀다.

벌써부터 김형동과 김의승 예비후보 중, 누가 유력할까? 최종 승자를 점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탈락한 예비후보 캠프의 씁쓸한 뒷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다.

6일 오전, 경선에서 배제된 김명호 예비후보의 선거운동 중단 소회글이 SNS에 떴다. 짧지 않은 이 글을 읽으며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절절한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 글에서 결코 짧다고 볼 수 없는 25년 세월, 김명호의 정치철학을 들여다 볼 기회가 됐다. 

지향하는 발걸음이 다르고, 제 각각의 생활에 처해 있다 보면 이웃에 살고 있어도 속내를 알기 어려운 게 작금의 형편이다. 그간 스쳐 지나쳤던 정치인 김명호, 그는 왜 정치에 그리 목말라 했던가. 소회 글에는 정치에 뛰어든 그의 솔직한 맘이 절절하게 스며 있었다. 오래전 당적을 옮겨 비난을 받기도 했던 그가 끊임없이 추구했던 풀뿌리정치인이란 무엇인가. 풀뿌리정치인으로서의 성장과 안착이 또한번의 불발에 그쳤지만 그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개혁 사고를 지닌 사회과학자들이 현실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치참여 때 첫맘을 토로했다. 사회과학도로써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대중적 과제를 끊임없이 추구했다는 거다. 이를 지방정치인, 지역사회활동가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역문제를 가슴으로 듣고 느낄 수 있는 시민중심 생활정치를 지향했다고 고백했다. 이제서야 지역주도 혁신역량이 어느 정도 갖춰졌으므로 지방시대를 열어내는데 앞장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지방정치인, 지역사회활동가들이 중앙 국회에 진출해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너무나 심각해진 지역의 서울공화국에의 의존성을 탈피할 수 있는 지역주도 혁신역량을 기반으로 현재 한국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역사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중앙 정치인으로 성공하고 싶었다는 김명호의 지역문제에 관한 진단은 타당하게 보였다. 자세가 바르고 바라보는 시각은 정확했다.

지역에서 시민들과 더불어 살며 성장해 나가는 풀뿌리 정치인! 이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그러나 현실 정치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의 양당 정치구조는 중앙으로부터 하향식으로 내려와 꼽히는 게 진짜 현실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을 거다.

현재 본선 후보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양자대결을 펼치고 있는 김형동, 김의승 예비후보는 20대 이후 서울에서 줄곧 활동해 온 분들이다. 어느날 중앙정치무대의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 우리 모두가 중앙을 지향하는 삶을 그렇게도 갈구하며 살아왔지 않는가. 

지방화 시대! 명분도 맞고 구호는 옳다. 중앙집권구조에 맞서서 지방에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풀뿌리정치인들은 현실 중앙정치구조에 비해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정치와 정당구조가 그렇게 박혀 있다. 그래서 25년 전부터 지방분권을 제창했고 모두가 동의했다. 오죽하면 지역정당을 만들수 있는 정당법개정을 외쳤을까. 그러나 현실의 정치적 힘이 다르다는 걸 그냥 인정하는 게 오늘은 옳다. 내가 못하면 옆의 누군가 이를 대변해 주길 바라는 것이 현실적인게 오늘의 정치 현실이다. 

이는 시민들의 정치의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거대하고도 견고한 양당정치와 이러한 거대정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제 중심 정치에서 풀뿌리정치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건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선거활동을 중단한 김명호 예비후보의 지역사회 진단과 그 해법을 본선에 진출한 두 경선 후보가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가슴으로 받아주었으면 한다. 선거는 빛에 비해 그림자가 너무 짙다. 

김명호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김명호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머리숙여 감사드리오며, 용서를 빕니다]

존경하는 안동·예천 시군민 여러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캠페인을 여기서 멈추고자 합니다. 저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경선 후보로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에게 베풀어주신 크나큰 사랑에 머리숙여 감사드리오며,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빕니다.

 

존경하는 안동·예천 시군민 여러분!

저는 지난 25년 전 우리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개혁 사고를 지닌 사회과학자들이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가르쳤던 20년 세월과 현실정치를 경험한 25년 내내 저의 정치 신조는 ‘시민중심 생활정치’였습니다.

"지역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정치인은 지역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며 실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의 삶 속에 먼저 자신을 녹여내어 한 몸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민속으로 들어가서,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시민으로부터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여야 한다고 되뇌어 왔습니다.

지역의 문제는 귀로 듣고 머리로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고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을 지켜온 지역사회 활동가와 지방정치인들이 다수 국회에 진출해야 소멸 위기의 지역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안동·예천 시·군민 여러분!

오늘날 우리사회는 정보통신과 미디어의 발달, 그리고 주민자치 역량의 성장으로 지역사회의 혁신 역량이 크게 신장되었습니다.

이제야말로 '서울공화국'만 바라보며 지역의 활로를 모색하던 그간의 정치문화적 컴플렉스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지역 주도의 혁신역량으로 더 적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역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라와 지역의 앞날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결정하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내야 합니다.

 

존경하는 안동예천 시군민 여러분!

저는 처음 정치를 시작하던 25년 전부터, 지역의 천년 역사와 미래세대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줄곧 기도해 왔습니다.

‘저 자신의 영달이나 정치적 성패 여부가 아니라, 오직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어떻게 희생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를...

이제 다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더 겸손하게 섬기며 공부하고자 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베풀어주신 큰 은혜에 다시 한번 더 깊이 감사드리며, 계속하여 큰 가르침 주시옵기를 간청합니다.

때가 때인 만큼, 우선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올리며, 시간을 두고 찬찬히 찾아뵙고자 합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2024년 3월 6일  안동예천을 지키는 뿌리깊은 나무 김명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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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인 2024-03-06 16:19:40
오늘 안동에 살고 있는 안동인으로서 많은 귀감이 되는 기사내요. 뿌리깊은 나무, 그간 아침-저녁 인사하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양자 경선을 치루는 두분도 지금 안동에 살고있는 시민을 봐주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