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 굽이굽이 한 폭의 그림이다
구곡 굽이굽이 한 폭의 그림이다
  • 유경상
  • 승인 2011.09.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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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감상하며 선비 뜻 드새기고 물길 따라 도산구곡을 탐닉했다
도산구곡길 해상 탐방

“신선의 뗏목을 /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 금빛파도 너울지더라”. 퇴계가 단양 남한강 한가운데 서 있는 3개의 기암 도담삼봉을 보며 노래한 것이다.

도산구곡길을 물길 따라 탐방한다는 최성달 작가(안동시 역사문화기록 담당)의 연락이 있었다. 안동mbc 조현상 PD와 최종태 카메라 감독, 이영식 경북도의원, 권기창 경도대학 교수, 용수사 상운스님을 따라 나섰다. 이렇게 8명이 해상 길을 통해 도산구곡을 답사하였다.

기실, 도산구곡과 관련한 최 작가의 동참 요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3년 전 일반 시민과 문중의 어른, 종손과 같이 답사 팀을 꾸려 도보로 이 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도보였고 참여한 인원이 꽤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배로 단출하게 전문가 답사의 형태로 성격이 바뀌었고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조건은 같았다. 그러니까 이번 답사 여행의 궁극적 목표는 도산구곡 길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사계를 다 담아야 하는데 물이 이렇게 가득한 적이 없었던지라 여름날의 도산구곡 길을 표현하는데 이만한 경치는 없을 듯 싶었다.

약속한 아침 9시 보다 약간 이른 시간에 안동댐 수운관리사무소 선착장에 도착하니 8인승 배가 준비되어 있었다. 배에 오르면서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검은 구름이 언제 비를 뿌릴지 몰라 약간 걱정은 되었다. 허나 8년 만에 내린 비다운 비로 강다운 강을 마냥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었으니 시절 탓할 일은 못되었다. 그 보다 모두들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비 덕분에 댐 만수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강의 경치에 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히 신선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배가 출발을 하자 도산구곡과 관련하여 최 작가만큼이나 해박한 상운스님이 일정과 인근 유적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스님의 말처럼 강줄기를 따라 펼쳐진 구곡의 굽이굽이는 한 폭의 황홀한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가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유적이 나오면 배를 멈추게 하고 뭍을 밟았고 산길을 걸어가 궁금증을 풀고는 다시 배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물 위에 섬처럼 떠 있는 흥해배씨 유허비가 보였다. 흥해배씨는 고려 충혜왕 때 일직현에 살던 손홍량(孫洪亮)의 사위가 되어 안동으로 이거했다고 한다. 예안면 도목리 종가를 중심으로 세거해 왔으나 1971년 안동댐 건설로 세거지가 수몰되면서 흩어지며 수몰된 댐 한가운데 비를 세운 것으로 보였다. 마을 안에서 호수를 다시 바라보면 섬들이 둥둥 떠 있는 풍경을 자아낸다고 하여 이여송이 지명을 붙였다는 절강마을이 보였다. 절강이라는 마을에서 안동댐 물을 바라보면 경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시사단 전경, 내용이 너무나 절절하여 가슴을 아리게 했던 매헌 김승헌의 시비도 그렇게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이날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물 위에 떠 있는 건조 배에다 완벽한 무대장치를 한 공연 배를 만들고 싶어 하는 최 작가의 소망이 월천서당 앞 푸른 강물 위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권기창 교수의 말이었다. 우리 모두는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월천서당 뒤편 산 정상에 컨벤션센터를 세우고 거기서 물 위의 공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는 권 교수의 말은 이제껏 안동에 살면서 고민한 것들이 정책을 통해 반영되는 시스템으로 갖춰질 수 있다는 가능태를 말한 것이다. 묘하게 기분을 들뜨게 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도산서원에서 하선하였다. 미리 준비된 봉고차를 타고 용수사로 달렸다. 뒤늦은 이야기지만 아침부터 상운스님은 수박, 참외, 포도와 사과즙, 빵을 준비해 왔다. 일행의 배고픔을 가엾게 여겨 바쁘게 음식을 준비한 스님의 중생사랑 덕분에 우리는 오전 내내 입 또한 즐거운 한나절을 보낼 수가 있었다.

오후 일정은 안동댐의 만수위가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어디까지 강물이 차오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상류 쪽으로 배가 나아갈 수 있는데 까지 가 보기로 했다. 배는 시사단과 도산서원 위쪽으로 유유히 거슬러 올라가며 독립운동의 성지 하계와 상계를 거쳐 이육사의 생가가 있는 원천에까지 나아갔다.
영화학교에서 왕모산성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지나 내살미를 휘감아 도는 물살이 우리를 유혹했으나 일행은 거기서 배를 되돌렸다. 육안으로도 물살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혹여 모를 위험성을 감수해가며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되돌아오는 길에는 도산구곡의 제1곡인 운암곡에 들렀다. 현재 이건된 오천 군자리 뒤편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한참 올라가니 운암곡이 나왔다. 얼마 전에 작고하신 김준식 전 안동문화원장과 김준한 이사장은 이곳에 설원당 가문이 소장한 수운잡방과 관련한 건물을 짓고 싶어 했다. 가보니 그 분들의 말처럼 아늑한 기운이 느껴져 이곳에다 대한민국 최고의 음식타운을 건립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 또한, 3대문화권사업을 김광림 의원과 함께 기획진행하고 있는 권기창교수와 이영식 도의원이 주의 깊게 들었으니 괜찮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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