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20년 안동정치
내년 총선 너머는 아직 물음표
치열했던 20년 안동정치
내년 총선 너머는 아직 물음표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1.11.1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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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11 국회의원 선거, 안동시(2)
권오을 국회사무총장

2008년 제18대 안동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당연히 받아 움켜쥐고 4선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권오을(현 국회 사무총장) 본인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지자든 비판자였던 누구라도 무난한 공천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10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MB정권 내부의 공천권을 쥔 그룹은 끝내 3선 관록의 현역의원 권오을이 아닌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40대 허용범의 손을 들어 주었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 있었지만 그는 승복했고, 시민들에게 석고대죄를 청했다.

사실 총선 직전 안동시민들 사이에서는 권오을에 대한 ‘비판의식’이 고양돼 있었다. 소위 반 권오을 정서가 확산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권 총장 스스로는 당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최근 20년 정치인생을 꼼꼼하게 담은 책『꺼벙이의 꿈』에는 ‘2008년의 비밀’ 이라는 글이 눈에 확 띤다.

“4월 총선을 앞둔 1월, 안동에서 여론이 참 안 좋았다… 안동에서 한 일이 없다는 것이었고, 친인척들만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이런 비난은 유언비어고 중상모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본인의 주장을 인용해 보자.

여러 번의 선거에서 상처입고, 당내 정치에 휘둘리며 3선 후반기에 좀 지쳐 있었다고 한다. 도의원에 국회의원 선거 세 번을 치렀고 여기에다가 시장선거 네 번, 지방선거 다섯 번 과정에서 반대정서가 많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될 수도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결국 1월 내내 거취를 놓고 고민했지만 2월 4일 총선출마 기자회견을 한 날, 청와대 류우익 비서실장으로부터 정무수석을 맡아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 이제는 내 정치를 할 때가 됐다’는 판단과 나름의 고집이 ‘정권의 핵심에 인심을 잃는 계기’가 됐고, 차기 영남 맹주를 자처한 핵심인사의 견제를 받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천된 후, 미국 유학, 백수를 거쳐 국회 사무총장으로 복귀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3선의 국회의원 출신 권오을은 안동정치사에서 누구인가?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 그는 안동정치사에서 어떤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76학번, 1991년 34살 나이에 경북도의원에 선출되었고, 1996년 15대 총선에서 39살 젊은 국회의원으로 선택이 됐다. 17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농림해양수산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경험과 연륜을 쌓았다. 한나라당 경북도당 위원장 시절인 지난 대선에선 대통령후보 유세지원단장으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18대 총선에서는 낙천했었다. 석고대죄 이후, 미국유학을 떠났고 다시 국회 사무총장으로 돌아와 안동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국회 사무총장 임명 본회의 표결에서 헌정사상 최고 동의율인 94.4% 찬성을 받은 그는 곧 사무총장직을 사임하고, 내년 총선 출마 예비후보자로 돌아올 것이다.

솔직히 안동유권자들은 권 총장의 출마를 통한 정치적 도전과 장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환영하는 쪽과 부정하는 쪽으로 크게 엇갈려 있다.

“지난 3년 동안 정치인으로서 나름의 좌절과 패배를 겪었지만 남 탓을 하거나 원망한 적이 없다. 그만큼 정치인으로 내적인 성장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야를 뛰어넘어 큰 정치인으로 커 갈 재목이기 때문에 적극 밀어줄 만한 인물이다. 내부적인 검증기간도 끝났다.” 기대를 담고 있는 평가이고 관측이다. 이에 화답하듯, 그도 “(안동)시민들이 허락해야 할 일이지만, (그동안)안동시민이 키워 준 만큼 지역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고, 지역을 찾아 많은 시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30대 젊은 나이에 정치를 통해 희망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 정치출세를 한 것 말고 지역에 무슨 희망을 줬는지 모르겠다. 도의원, 초선 국회의원 시절에 보여줬던 참신성과 개혁성이 재선과 삼선과정을 거치면서 보여준 정치행위는 결국 기존 정치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결국은 똑 같은 기득권 정치로 귀결됐다.”

부정적 입장과 반대논리 바닥을 이루는 흐름에는 기존 지지층에서 돌아 선 시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기대가 많았다는 것은 곧 실망도 크다는 것을 지난 10년 세월은 보여주고 있다. 권오을 총장의 안동복귀를 둘러싸고 반대의견을 강경하게 내놓는 사람들 중에는 지역사회 기득권층이 많은 편이다. 2008년 당시 3선 국회의원 권오을의 공천권 탈락을 두고 지역의 내노라 하는 자산가들이 환호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계층적으로 서민보다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불편한 존재’로 비췄었다는 반증으로 해석이 된다.

현재 나이 54세인 그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창한들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들은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정치적인 행위와 행보를 통해 ‘정치통합’으로 귀결시킬 수 있는가가 큰 과제로 남겨진다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신선하고 똑똑한 이미지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20년을 하고난 54살의 나이에 ‘어게인 권오을’은 가능한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3선 경력을 지닌 정치인 권오을의 안동총선 출마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는 이번 자서전『꺼벙이의 꿈』출판기념회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3선 마지막에는 안동에도 조금 소홀하고 국민과의 소통에도 많이 부족했다. 변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참 많이 깨닫고 반성했다. 2년 간 백수로 쉬면서 서민으로 돌아가 공부하며 보내는 시간동안 ‘결국, 사람이 우선이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람 중심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다짐을 다시금 할 수 있었다.”

“예로부터 ‘대동사상과 선비정신이 살아있는 도시,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이 함께 잘사는 도시인 안동’에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내 고향 안동에서 정치를 시작하면서 키웠던 ‘한국정치의 도덕성 원형’을 찾아가려 한다. 이러한 안동의 높은 도덕성을 한국 정치에 접목하여 정치선진화에 기여하고 나라와 안동발전을 이루겠다. 신선하고 똑똑한 이미지를 시작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20년을 하고나니 54살의 젊은 나이임에도 신선한 이미지를 잃었다. 20년의 정치경력은 단단해졌고 54년 인생경험은 유연해졌다. 아직 젊기 때문에 34살 처음 정치를 시작하던 각오를 되새기고 3선 의원, 국회사무총장, 상임위원장 등 20년의 정치경험을 살려 안동과 나라를 위한 정치적 비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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