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고향의 옛집
추석날, 고향의 옛집
  • 유경상 기자
  • 승인 2009.03.0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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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매월 돌아오는 제사 참석하러 가는 길. 큰집은 동네 언덕을 넘어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무서웠다. 왜 아버지는 늘 제사가 임박한 자정깨나 오셨을까. 모처럼 고기와 탕국, 부치개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우리 4남매는 그저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아 제삿날을 기다렸다.

주마산 자락을 마주하고 터잡은 지 너무 오래 되었나. 너무 낡았다. 큰아버지는 "내 죽기전에 6대 조상님들을 한데로 다 모아 이장해야 하는데" 말씀하신다. 벌써 일흔일곱 여덟이 되셨나. 사람만 늙는 것이 아니라 집도 따라 늙는 모양이다

산이 갈수록 더 험해지는 것 같다. 사람이 덜 다니니 어쩔 수 있나. 호박 두 덩이, 옆에는 보라색 도라지를 캐다가 말리고 있다. 어디에 쓸라나. 돌아 오는 길, 큰어머니가 검은 비닐봉지에 뭔가 담아 내민다. 찰강냉이와 참기름이다. "담배 농사만 32년 지으며 골병 다 들었다" 말하시면서도 웃는다.

이젠 흙으로 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지난해 봄 산소 이장 때 뼈만 남으신 아버지.
자식들 속 썩는 것 아시려나. 살 썩고 계실 어머니가 보고 싶어지는 추석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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