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농협, ‘敬의 농업’을 주창하다
안동농협, ‘敬의 농업’을 주창하다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2.07.0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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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농협 중 선도적 로모델 구축 시동

안동농협의 길(ANDONG WAY), ‘敬의 농업’ 제창
농업협동조합 중 전국적 선도 롤모델 구축


민선 후반기를 시작하는 경북도의 농업분야에 관한 자체 평가 중 하나는 김 지사의 입을 빌리자면 “농사도 결국 사람이 짓는 것이다” 라는 것이다. 이 믿음을 기반으로 농업CEO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5대 생명산업을 집중 육성해 농업의 미래산업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는 농업협동조직의 경우 어떤 방침과 철학을 중심에 놓고 미래를 개척해야 할까? 전국 모든 농업조직들의 이러한 고민은 미래의 생존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내부전략 마련에 바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농업현장의 최대위기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는 FTA 파고에 대해서도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사도 사람이 짓는 것이지만, 농사짓는 사람 또한 부문과 지역에 따라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 최근 그런 조직 중에 최고 조직은 ‘협동조합’ 이라는 평가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 최고의 발전단계에 올라서는 순간 정체와 쇠퇴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인가? 아니면 안주하고 싶은 속성을 뛰어넘어 혁신과 재도약의 길로 상승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밀착형 안동농협(조합장 권순협)이 지역의 역사 속에서 구현된 철학적 방침을 21세기형 친환경적 현대농업에 접맥시키려는 방침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3월15일 4선에 안착한 권순협 조합장의 입을 통해 이른바「敬의 농업」이 주창되기 시작했다. 안동농협이 상호금융예수금 1조원 시대를 여는 등 경영적 측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21세기 농업환경 앞에는 위기가 버티고 서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왜 ‘敬의 농업’ 인가? 에 대한 배경과 그 내용에 대한 이해는 더 절실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敬’은 안동의 역사와 철학 바탕이다
안동농협 황찬영 본부장은 “敬의 농업은 안동농협의 자체적인 지역농업의 조직화 전략이면서도 동시에 구체적인 실천방침이다”고 말한다. 그 동안의 농업경제활동 자체는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안동농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향상으로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굴해야 할 시기라는 진단이다. 그 책무를 감당하기 위한 특단의 방침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간의 성과와 긍정적인 기반 위에서 새로운 농업가치를 찾아야 했고, 그것은 바로 지역농업을 친환경으로 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의 자원과 원천, 가치를 업그레이드시키는 활동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맥락의 뿌리가 바로 ‘지역의 역사와 철학 속에 구현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업전문가 권영근 박사는 “敬의 사상은 조선조 안동권의 남인에게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농업을 중시하여 농업개혁을 강조했음은 물론 백성을 중심으로 생각한 이상주의자들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전통사상이 성호 이익과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경제학파와 실학파들에게 계승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안동사림사회의 이 전통이 후일 독립운동가를 많이 양성하고 배출시키는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 성리학은 하늘과 사람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고유의 전통사상을 기반으로 敬중심의 수양철학으로 발달하는데, 퇴계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자연을 벗 삼는 것은 곧 현대에서는 인간과 자연, 생태, 환경간에 Fair Relationship이 형성돼야 한다고 해석한다.

이를 현대농업에 접목시킨다면 부당한 방법으로 가축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했을 때 지역 내에서 물질순환형 농업이 정착한다는 이론으로 도출되고 있다. 삼가야 할 것과 공경하여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다는 Fair Relationship은 곧 평등사상으로 연결되어 다양성의 인정과 협동사상으로 나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을 잘 실천하는 것이 敬의 사상이고, 퇴계의 지행호진설(앎과 함을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異種산업과 연계된 친환경농업으로 전환이 생존전략
사실 지역농업이 전환기에 서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농업이 평가절하 당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복합영농 세대가 은퇴를 하고 있고, 젊은 농업인들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역농업의 단조화로 일시적 충격이 오면 농가의 수익리스크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敬의 농업을 착안하게 된 큰 사건은 지난 2010년 말, 2011년 초에 발생한 구제역(가축질병)이다. 농업을 넘어 타 업종에 까지 전이 됐고, 지역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과 동시에 이미지 타격까지 커졌다. 이에 지역 역사에서 면면히 계승되고 있는 전통정신이라는 씨줄과 여러 산업업종이라는 날줄까지 서로 연계해 낼 수 있는 농업으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 자체가 근본적인 혁신과 시야 확보로 연결되어야 했다. 농업전문가들도 안동농협이 선도농협으로서 지역농업을 친환경농업으로 전면혁신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자문을 하기 시작했다.

지역농업을 혁신시킬 수 있는 전략의 큰 틀거리를 삼을 수 있었던 것은 2011년 초 정부 정책사업인「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과「가축분뇨자원화 시범사업」유치이다. 지역농업을 친환경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가 깔리게 된 것이다.

또한 농협조직의 혁신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해외선진 협동조합을 벤치마칭 하기 시작했다. 2011년 7월에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농협은행과 스페인 몬드라곤 지역협동조합 복합체, 그리고 이탈리아 소비조합연맹을 방문 견학했다. 그 해 6월에는 국내의 고삼농협을 방문해 지역단위 협동조합이 실행하고 있는 혁신사례를 학습했다.

그러나 농협조합원들의 경제활동과 삶의 질이 어느 수준에 처해 있는가 하는 객관적 실체를 진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해졌다. 내부 조합원으로부터 혁신의 동력이 형성되지 않으면 모래위에 성쌓은 행위를 반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11년 3월부터 12월까지 조합원들의 영농형태와 소득 현황을 분석해 자료화시켰다.

이를 토대로 친환경농업 실천 약정조합원 제도의 도입 효과를 모의실험으로 점검까지 해냈다.
이러한 일련의 종합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안동의 농업정체성과 추진목표를 ‘敬의 농업’으로 완성하게 되었다. 안동 敬의 농업은 생산에서부터 소비, 소득의 순환체계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ANDONG WAY(안동농협의 길)를 제창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안동농협은 올 하반기까지 敬의 농업의 대중적 이해도와 전파를 위해 심포지움, 교육, 조사연구 등을 기획실행할 단위인 ‘敬의농업연구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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