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치통계와 해설을 시작하며
주간 정치통계와 해설을 시작하며
  • 김대호
  • 승인 2009.01.24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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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디자인연구소의 1차적인 사명은 정치를 바꾸고, 나라를 바꾸는 올바른 노선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이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정치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길(방법)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길을 갈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와 목적지가 어딘지를 아는 것입니다. 이를 기초로 자신의 처지, 조건, 역량과 기상(천문)과 지형(지리)을 잘 살펴 로드맵을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올바른 노선 수립의 기초는 무엇보다도 주체, 환경, 목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종합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고, 종합적으로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치와 나라를 바꾸는 올바른 노선과 관련된 현실(주체와 환경)은 육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눈으로 보고, 사회문화적 감각으로 느낍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바로 이 눈과 감각에 심각한 장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혹독한 역사, 즉 시장실패, 국가실패, 사상. 이념. 이해관계 등 차이 관리의 실패가 안겨 준 피해의식이라는 심리적 장애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권력, 돈, 매체, 단결력 등 기회를 움켜쥔 사람들이 마치 2~3년의 소출을 위해서 숲을 불사르는 화전민처럼, 자신의 단기적이고 협소한 이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피해의식과 사회적 강자들의 화전민적 성정(性情)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식의 심리적 장애가 만연합니다. 그래서 개인에 대한 국가사회의 책임성 제고와 시장에 대한 규제, 북한에 대한 우호 협력적 태도를 내비치면 곧바로 좌파 사회주의 시비가 일어납니다. 자유, 시장, 경쟁, 수월성,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비치면 곧바로 시장근본주의 시비가 일어납니다. 사회문화적 눈과 감각의 장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대중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창이자, 평가 잣대인 언론도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 지배적 언론은 그 사주, 광고주, 데스크의 심리적 장애와 화전민적 성정으로 인해 정치적인 이슈에 관한 한 일종의 흉기(일명 찌라시)로 돌변합니다. 편파, 왜곡, 조작을 거리낌 없이 저지릅니다. 이들과 싸우는 대항언론은 싸우면서 이들을 닮아갑니다.

현실을 해석하고, 종합하며 정치사회적 에너지의 선택. 집중 점을 설정하는 정치도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 선거법(제도), 정치자금법 등 정치인을 규율하는 불합리한 경쟁 규칙과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연고주의(지역주의 등), 대립. 투쟁의 정치 문화, 유력 상징적 인물 중심의 투표성향 등 후진적인 정치 문화 역시 장애를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해석하고 종합하여 길을 제시하는 지식사회는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한 기득권자의 나태와 비기득권자에 대한 과도한 배제, 박탈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 사회는 세칭 일류대학의 전임교수 같은, 좋은 자리를 차지한 학자들로 하여금 현실의 문제를 치열하게 연구, 고민하도록 강제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인문사회학이 한국 현실의 문제를 치열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것도, 전임교수와 시간강사 관계가 과거 양반과 상놈처럼 되어 버린 것도 지식사회에 대한 평가보상체계의 후진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게다가 이론과 실물이 따로 놀고, 문과-이과 구분이 아직도 있는데서 보듯이 학문간 경계도 대단히 높습니다. 그래서 파편화, 세분화 된 지식은 넘쳐도 올바른 노선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종합적 지식은 태부족 입니다.

노동조합, 말단 관료 등 바닥현실을 아는 존재들은 이미 불합리한 기득권을 한껏 거머쥐고 있기에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국민 다수에게는 좋지만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획기적인 개혁 노선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실로 우리의 사회문화적 눈과 감각은 피해의식과 이해관계(불합리한 기득권)에 의해 흐려지고, 불합리한 평가보상(동기부여) 체계에 의해 무뎌져 자신과 세계를 냉철하게, 종합적으로, 균형적으로 보지 못합니다.

반면에 한국 사회는 급격하고 압축적인 성장, 발전으로 인해 너무나 다르고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뒤섞여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곳이 많습니다. 내부자가 아니면 바닥현실이나 실상을 잘 알지 못하는 분야가 많습니다. 자세히 알거나 말하면 다치는 불편한 진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예컨대 삼성특검에 의해 파헤쳐진 삼성 그룹의 변칙, 편법, 탈법은 내부자에게는 오래전부터 상식이었지만, 정치, 언론, 지식사회에는 충격적인 사실이었습니다. 삼성 그룹은 진실을 잘 은폐했고, 부정비리가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저지하는데 오랫동안 성공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삼성 임직원들, 언론, 검찰, 관료들은 은폐, 조작에 공모했고, 정치, 지식사회, 비주류 언론은 삼성이 보여주는 현실만 보고 찬사를 보내거나, 부정비리를 방관했습니다. 이는 대우, 현대, 한보, 기아 등 대부분의 재벌그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그들은 삼성보다 유능(?)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겉은 2만 불 수준의 정상 국가처럼 보이지만 속은 지극히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분야가 많습니다.

전임교수와 시강강사 간의 엄청나게 큰 격차와 학교 재단의 전횡과 횡령 등으로 대표되는 대학 현실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힘 있는 정치인, 토건족, 관료 마피아 등에 의해 약탈당하는 재정 현실도, 학생의 절반이상이 학교 수업에서 소외된 중. 고등학교의 교육 현실도 마찬가집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비대한 영세자영업자 층, 거대한 규모의 실업자. 반실업자, 1980년대의 건강성을 상실하고, 최상층 노동자의 전후방 가치생산 사슬에 대한 약탈 기구로 변한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노동현실도 마찬가집니다. 대기업에 의한 약탈이 횡행하는 중소기업 하도급 관행도, 산업에 대한 자금 중계기능을 상실한 금융현실도, 자전거.비데일보, 편파왜곡 보도로 상징되는 언론 현실도, 연금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계층이 소외된 복지 현실도, 국가 경영 경륜이 축적될 수가 없는 정당 현실 등도 마찬가집니다.

재정조세, 교육, 노동, 복지, 언론, 공공(행정, 사법), 정치 등은 권력, 돈(재정), 사람, 지식, 관심 같은 한국 사회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사회적 자원을 다루고 있는 분야입니다. 바로 이 분야에 알거나 말하면 다치는 불편한 진실이 많습니다. 불의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 분야에 대한 정확하고, 종합적인 인식 없이는 올바른 정책노선과 조직노선 수립은 불가능 할 것입니다.

올바른 노선의 출발점도, 나아가 참된 지식과 지혜의 출발점도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각입니다. 다시 말해 현실을 바라보는 눈과 감각의 장애를 아는 것, 반면에 한국 사회 자체가 복잡다단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 그래서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 등이 자칫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 꼴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 진실이나 바닥현실을 알거나 말하면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등을 자각하는 것이 올바른 노선 수립과 정치적 성공의 기본 조건입니다.

한국에서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종합적인 인식은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혹독한 역사의 산물인 피해의식과 화전민적 성정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익집단으로 하여금 진실 은폐적, 기득권 고수적 행태를 떨쳐버리도록 할 수도 없습니다. 정치와 지식사회로 하여금 거짓과 은폐와 싸우고, 치열하게 진실에 다가가도록, 이들을 규율하는 평가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비교적 이해관계를 덜 타면서도, 나라와 국민이 처한 현실(단면)을 많이 보여주는 통계적 현실을 천착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고의 시공간을 키워서, 통계적 현실의 역사적 추이를 보고, 국제적 비교를 하고, 몇 개의 관련 부문(예컨대 여론조사, 선거통계, 경제사회 사정 통계 등)을 연계하여 분석하면 알면 분개하고, 말하면 다치는 불편한 진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노선 수립에 필요한 좋은 정보를 많이 캘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국가는 세금의 징수, 병역징집, 노역부과 등을 기반으로 존재하는 만큼, 국가(state)와 통계(statistics)는 쌍생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로 국가는 통계라는 현실 위에서 제 기능을 하는 존재입니다. 정치 즉, 국가경영이 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면, 그 현실은 어디까지나 통계적 현실이지 정치인이 체험하거나 직감하는 현실은 아닙니다.

<김대호 소장>
새로운 정치, 올바른 노선은 바른 통찰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자신의 눈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통계적 현실에 대한 천착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사회디자인연구소는 앞으로 한국 사회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사회적 자원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나 언론에 의해 충분히 짚어지지 않은 분야를 천착하여 최소 1주일에 한 개 정도의 분석과 해석의 글을 쓰려고 합니다. 많은 성원과 피드백 바랍니다.

김대호는 1963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진주고를 거쳐 서울대 공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대학 입학 후 뒤틀린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워보겠다고 떨쳐나선 수십만 386 세대의 일원으로서, 이 세대에게 부과된 고난과 고뇌의 짐을 지는 현장에서 대충 몸을 빼지는 않았다. 1년간의 무기정학, 2차례의 징역, 2년간의 공장생활을 거쳐, 1990년을 전후하여 5년간 구로지역에서 노동 상담/교육/정책연구를 했다. 1995년 초 대우자동차에 입사하여 2004년 초까지 연구/개발/기획 업무에 종사했다. 이후 김대호산업경영연구소를 창업하여 몇몇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전략 컨설팅과 정책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현재는 사회디자인연구소(사) 소장으로 진보개혁 세력의 정치적 부활을 위한 철학, 가치, 이념,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사회평론, 2001),
[한 386의 사상혁명](시대정신, 2004)
[진보와 보수를 넘어](백산서당, 2007)
[희망한국 프로젝트(공저)](백산서당,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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