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향교에 조선총독부 표지석이?
안동향교에 조선총독부 표지석이?
  • 유길상
  • 승인 2012.11.23 1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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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의 성지로서 당연히 철거되어야 한다’
‘일제시대 유물도 하나의 역사다. 보존되어야 한다’ 의견 분분

안동지역의 유학 교육과 보급에 큰 영향을 주었던 안동향교(安東鄕校)에 일제잔재의 유물인 조선총독부 표지석이 그대로 남아있어 철거냐? 잔류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안동시 송천동에 자리를 하고 있는 안동향교는 건립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고려시대에 창건되었고, 조선시대인 1567년(명종 22) 지금의 안동시청이 위치하고 있는 명륜동에 중건되었으나 6·25전쟁 때 모두 불타 버렸다. 1983년 향교복설추진위원회가 발족되어 현재의 위치인 안동시 송천동에 터를 잡고 안동의 읍지(邑誌)인 『영가지(永嘉誌)』를 참고로 해 1986년 다시 중건되었다.

▲ 안동향교에 설치되어 있는 조선총독부 표지석. 앞면에는 '보물 302호 안동문묘'라는 글씨와 뒷면에는 '조선총독부'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안동향교 조선총독부 표지석은 정전인 명륜당과 유생들이 공부하던 서재 사이 큰 고목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있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되어있는 이 표지석 앞면에는 寶物 第302号 安東文廟(보물 제302호 안동문묘)라는 글씨와 뒤쪽에는 朝鮮總督府(조선총독부)라는 글씨와 함께 우측 옆면에는 舊鄕校址移監于此(구향교지이감우차)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역사적 자료로서 사료적인 가치가 있는 만큼 현 위치에 그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칭하는 지역에서 일제잔재 유물 청산은 당연하다는 철거를 주장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안동향교 관계자는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당시 안동향교를 보물로서 그 가치를 인정해 표지석을 세웠던 만큼 역사적인 의미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면서 “철거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혀 사실상 철거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동수 성균관청년유도회장은 “역사는 그 역사로서 가치가 있다. 특히 안동향교는 고려시대에 건립이 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역사 또한 깊다. 비록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현재의 자리로 이전 했지만 그에 대한 가치는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회장은 “일제치하에서도 안동향교는 그 명맥을 유지해 왔으며, 당시 조선총독부가 안동향교의 가치를 인정해 보물로 지정한 만큼 그에 대한 표지석도 사료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철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역의 유림측은 안동향교 표지석 철거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현 위치에 그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동향교 조선총독부 표지석은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안동시 정하동에 거주하는 김oo(40)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안동은 전국에서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다. 독립운동을 위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조상들과 일제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선열들을 기리는 차원에서라도 일제의 잔재는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면서 조선총독부 표지석 철거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수 년 전부터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면서 그에 따른 지출 비용 또한 적지 않다. 그런데 안동을 대표하는 향교자리에 일제의 잔재를 그대로 두면서 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철거에 반대하는 유림측의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혔다.

▲ 지난 2009년 8월 부산 범어사에서는 일제잔재의 청산을 위해 경내에 설치되어 있는 조선총독부 표지석 제거를 단행했다.

한편 부산 범어사는 지난 2009년 8월 광복 64주년을 앞두고 조선총독부 표지석 제거와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왜곡된 3층석탑(보물 제250호)을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난간석 해체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은 “표지석 제거는 불교정화운동의 발상지인 범어사의 왜색 잔재를 청산해 사찰에는 물론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일제 잔재를 뿌리 뽑고 민족문화를 회복하는 문화사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철거된 표지석에 대해 범어사 성보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철거된 조선총독부 표지석은 성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 않고 외부수장고에 보관 중에 있다. 비록 당시 철거했지만 근대사적 의미나 고고학적 의미에서 없애지는 않고 다만 보관만 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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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태 2015-10-08 13:18:41
표지석 하나를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여 유산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도 하나의 역사적 참고자료인 만큼 수장고에 보관하는 정도, 아니면 박물관 뜰에 비치하는 정도로 처리하고 향교에 표지석 자리에는 그 사실을 기록하는 정도로 처리하면 될 것 같군요.
범어사의 스님들의 처사가 돋보입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