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저편, 석불상에게 물어보는 편이
세월의 저편, 석불상에게 물어보는 편이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3.04.26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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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한 컷] 가을녘 어느날 제비원 석불상 앞에서

안동대학교 대외협력실을 통해 '사진으로 보는 근대안동' 도록을 얻어 왔는데 돌아와 보니 '안동문화재 100년' 도록이 실려 있었다. 아뿔사!

그래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2011년 11월 안동대학교 박물관장이신 임세권 교수님의 서문에 이런 글귀가 씌어져 있다. "이 사진기록의 전시는 과거의 사진이 오늘의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자산인가를 알려줌과 동시에 지금의 기록도 얼마 지나지 않아 100년전의 사진처럼 매우 소중한 정보를 남겨놓게 된다."

안동 이천동 석불상 이다. 고려초기의 불상으로 보물 제115호이다. 제비원 석불로 많이 부르고 있다. 현 사진의 기증자는 '서이환' 님으로 표시돼 있다. 일제강점기 때 찍은 것이라고 표기돼 있다. 기증자로부터 사진 설명이 있었으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괜찮다. 저마다의 상상을 보태면 되니까. 가을녘일까? 제비원 석불을 배경삼아 신작로 앞에서 포즈를 잡은 멋쟁이 여성은 누구일까? 누구와 나들이를 온 것인가? 1920년대일까, 1930년대일까? 때마침 갓 쓰고 흰고무신을 신은 저 촌로는 뒷짐을 진채 어디로 급히 가는 것일까? 앞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이 있을 것인데도 아랑곳하지 않는구나. 전형적인 팔자걸음으로 보인다. 그리고 맨 뒤편 나무에 기대어 서 있는 청년은 사진찍는 장면을 목격했으리라. 수 많은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는 이 사진 한 장으로 이런저런 상상을 유도해 볼 수 있으리라.

사진을 통해 세월의 저편을 생각해보지만, 차라리 천년의 인간사를 모두 지켜보았을 제비원 석불에게 물어보는 편이 더 맞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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