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거리엔 봄기운을 먹은 온정이 가득하다
장날 거리엔 봄기운을 먹은 온정이 가득하다
  • <글> 유경상 기자, <사진> 유길상 기자
  • 승인 2013.05.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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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장날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봄기운 가득한 안동장날을 찾아서

봄기운을 먹고 자란 안동장날을 보러갔더니
無名의 사람들이 작은 정을 나눠 가진다.
고사리, 도라지, 두릅순, 감자를 예쁘게 늘어놓고
오일장 단골을 우두커니 기다린다.

천 원 짜리 한 장 두 장을 꺼내들며
모두가 할매요, 아지매요, 보소, 얼마이껴, 좀 깎아 주소다.
조금 더 넣으소, 아이고 됐니더, 충분하이더
간단하게 끝나는 흥정이 끝나면
작은 정을 담아주고 작은 온기를 건넨다.

세상이 열리고 길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장날을 기다렸다.
두엄지고 장에 간 할아버지, 아버지도 있었을 게다.
이제는 모두 떠나간 시골의 적막을 장날의 소란으로 바꿨다.

돌아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간이정류장에는 길동무로 따라 온 지팡이, 보행기가 함께 기다려 줄 뿐이다.
흔들거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나면 다음 장날이 있으니 아쉽지 않다.
돌아오는 장날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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