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산정방식임금제에 대한 이해
포괄산정방식임금제에 대한 이해
  • 김동재(경북노무법인 대표노무사)
  • 승인 2014.06.1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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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김동재(경북노무법인 대표 노무사)

1990년대 들어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 연봉제 도입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재계에서는 연봉제 도입에 대해 본격적 검토를 하기 시작한 기업들이 많았는데 그 중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했다고 알려진 것은 ‘두산’이었다. 1993년 12월 두산은 재계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과장급 이상에 대해서만 실시하였다. 과장급 이상이 대상이긴 하였으나 개인별 능력과 성과를 측정해 차등적으로 연봉을 지급하겠다는 발상은 당시 인사관리 흐름에서는 획기적 변화였던 것이다.

두산에서 이러한 획기적 개선을 시도했던 것은 결국 동기부여와 성과주의 급여시스템을 통해 회사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종국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이러한 두산의 연봉제는 뒤이어서 삼성과 LG 등에서도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도 기존의 연공서열형 호봉제 방식을 폐지하고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위한 연봉제를 앞 다퉈 도입하게 되는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두산의 연봉제 도입 발표는 대기업 계열사들에게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까지 확산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연봉제가 앞 다퉈 도입되던 시기인 1993년 5월 27일에 대법원에서 하나의 판결이 있었다. 그것은 경비직 근로자가 회사와 맺은 포괄산정임금제하에서의 월차휴가 미사용분에 대한 청구사건이었다. 즉, 경비직으로 근무하던 근로자는 회사와 입사할 때에 자신의 월차휴가 미사용을 전제로 하여 월차휴가보상수당을 미리 근로계약에 포함시켰고 매월 급여를 받을 시 급여에 포함된 것으로 처리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해당 근로자는 퇴사 후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월차휴가에 대한 보상청구를 했던 사안이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맺은 포괄산정방식의 임금제가 근로자에게 특별히 불리하지 않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했던 것이었다.

이후 포괄산정방식임금제에 대한 유사한 판결은 계속되었고, 하나의 사실상 제도로 굳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부 기업들에서는 매월 지급받는 임금 속에 각종 법정 제수당을 포함하여 지급하는 것이 마치 연봉제인 것처럼 오인(誤認)되기 시작하였다. 애초 법원에서 포괄산정방식임금제를 인정한 취지는 계산의 편의 등을 위한 것으로서 사전에 연장근로가 예정되어 있어서 분명히 연장근로시간의 측정이 가능한 특별한 경우에 한정하여 판결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일반 다수 기업에서는 월급여 속에 법정수당을 산입해 주는 것이 연봉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오인(誤認)하게 되었던 것이고, 연봉제를 도입한다는 말은 이제 월급여 속에 법정 제수당을 포함하여 지급하는 급여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말과 동일시하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애초 서구에서 성과주의, 실적주의로 도입된 연봉제가 국내에서는 연장근로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포괄산정임금제와 결합하여 확산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연봉제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지근한 예로 프로야구 선수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이 비록 근로자인지에 대한 법적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은 자신의 실력과 나타난 객관적 결과로 보상을 받게 된다. 타율과 방어율, 승수, 도루갯수 등 수 없이 많이 개발된 각종 객관적 지표와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실적을 공정히 평가받고 그 평가결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것이 진정한 연봉제인 것이라 하겠다.

기업은 사람이 모여 조직이 되고, 그 조직이 움직여 성과를 낸다. 옛말에 ‘人事가萬事’라는 말이 있다. 기업

▲김동재(경북노무법인 대표 노무사)
을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부리고 사람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 이렇게 중요한 내부고객인 직원들에게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유인책이 연봉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한 연봉액수를 결정하는 객관적 지 표인 평가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바로 진정한 연봉제를 실시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기업 CEO들은 자주 매출향상과 영업이익 증가를 얘기한다. 그런데 그러한 향상과 증가는 결국 근로자들이 최고조로 동기부여 되었을 때에 달성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최고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당연히 돈(연봉)으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연봉제를 도입하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임금을 기본급과 여러 제수당으로 분할하여 쪼개는 것을 연봉제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포괄산정방식임금제인 것이다. 진정한 연봉제는 공정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이 따라 갈 때에 안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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