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
  • 이위발(시인,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 승인 2015.04.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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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化에세이] 이위발 (시인, 이육사문학관사무국장)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생각을 해보면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제 생일날 마음을 담은 편지를 선물로 받겠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날이 되면 선물로 편지를 받습니다. 편지글에는 가족의 사랑과 마지막엔 어김없이 아버지 사랑한다는 말이 들어가 있습니다. 쑥스러워서 말로 표현을 하지 못하는 사랑한다는 말을 편지글로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일 년에 한번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 그날이기도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꼭 말로 해야 됩니까? 눈으로, 미소로, 가슴으로 애기해도 되는 거지, 이렇게 쉽게 말하기도 합니다. 말로 표현해야 하지만 몸으로 표현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사랑이란 말을 흔한 말로 치부하거나 쓰임에 있어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쉽게 사랑한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진심이 없는 사랑 또한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임을 알게 되었을 때 상대는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마음으로 나누는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잘 표현한 이해인 시인의 시가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한자락 바람에도/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속에서도 환희 얼굴이 빛나고/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그 얼마나 놀랍고도/황홀한 고백인가

사랑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바람직한 인간관계입니다. 그러한 관계를 맺고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입니다. 가슴을 가진 사람이 서로 유대나 사귐을 통해 갖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곧 사랑입니다.

사랑은 복합적인 인간 심성입니다. 거기에는 미더움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도덕심과 윤리의식도 수반되기도 합니다. 마음씨의 고움이나 예쁨과 착함이 사랑의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믿음이 강조된 심성의 영역이 곧 사랑이기도 합니다. 애틋한 그리움과 간절한 마음인의 소망과 뜨거운 열정이 사랑입니다.

우리들의 전통적인 정서 중에서 ‘정(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은 ‘정(情)’과 동의어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우리들에겐 오히려 정이 사랑보다 더 친숙한 단어였습니다. 사랑으로서의 정은 인정(人情)에서부터 가족 간 그리고 남녀 간의 애정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든 고향’이라는 말이 가리키듯이 인간과 환경, 그리고 사물 사이에서도 정이 이어져 왔습니다.

제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 십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감기로 한 달가량 앓다가 폐렴으로 생을 마치셨습니다. 병원에 입원 하신 지 삼 일만이었습니다. 그렇게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는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사무치게 가슴이 메어옵니다. 바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는 동안 고마웠었고 사랑했었다는 말을 표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뒤늦은 후회

▲이위발(시인,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고 소용없는 메아리입니다.

그래서 요즈음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 처음에는 쑥스럽고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다가갑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난 뒤에 가슴 저 깊은 곳에선 뿌듯함과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랑이란 묘약,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소중함을 알지 못합니다. 사랑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사랑을 놓쳐버리거나 잃어버리고 저같이 후회를 하게 됩니다.

사랑이 떠난 빈자리를 보며 그제야 사랑이 소중했음을 깨닫는 안타깝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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