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치료제 없는 이유는?
메르스, 치료제 없는 이유는?
  • 배오직 객원기자
  • 승인 2015.06.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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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성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DNA가 원본이라면 RNA는 가장 완벽한 복제본
[경북in사이언스](배오직-경북인신문 객원기자)

얼마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잘 알고 지내는 동네 형인데 부인이 40도가 넘는 고열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전화 내용이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온 몸이 쑤시고 안 아픈 곳이 없어 며칠을 견디다 못해 병원에 갔더니만, 의사가 ‘계절인플루엔자’라고 진단 내렸단다. 이 동네 아는 형은 상기 증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뭐 든 잘 견뎌내는 부인의 강건함을 믿고 차일피일 병원 가는 것을 미루었다고 한다. 물론 후일담으로 형수에게 굉장히 미안해했음은 당연한 일이었고.

요즘 모두들 다 아시다시피 ‘메르스’(MERS corona viru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숫자와 사망자 수, 그리고 감염경로의 추적을 통해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정부 당국의 모습과 이를 불신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한 2009년 발생해 전국을 동시에 강타했던 ‘신종인플루엔자’도 아직 우리 머릿속에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지역사회로 충분히 감염될 수 있다는 경험적 사례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의 세 가지 바이러스성 질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핵산으로 RNA를 갖는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앓고 있는 많은 바이러스성 질환 중 왜 유독 RNA를 갖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사람들이 이처럼 무기력하게 감염이 될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우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DNA(Deoxyribo Nucleic Acid)가 뭔지를 알아야 RNA(Ribo Nucleic Acid)를 알 수 있다. DNA와 RNA의 기본 구성단위는 당, 인산, 염기로 이루어진 뉴클레오타이드이다. 5탄당과 인산 사이에 공유결합을 통해 연결되어있고, 이중 나선구조 사이에 4가지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  좌:RNA 우:DNA. 제공:(주)동아사이언스 

위의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학구조를 보면 DNA나 RNA는 구별이 안될 만큼 매우 비슷하다. 양쪽을 비교하면 한 곳의 차이를 발견 할 수 있다. 단지 리보스라는 당에 산소가 있는 수산기가 붙어 있느냐, 아니면 산소가 빠진 채 수소만 붙어 있는 디옥시리보스가 결합되어 있느냐의 차이다. 여기서 디옥시(deoxy)란 산소가 빠졌다는 뜻이다.

그럼 DNA는 무슨 역할을 하고 RNA는 어떤 역할을 할까라는 고민에 빠져든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책 한 권이 있는데 이 책은 청와대에 있는 도서관에 있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깊숙한 지하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다행스러운 건 그 곳에 가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정해진 절차만 밟는다면 누구나 출입이 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책을 가지고 나올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 책을 가지고 나올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렇다. 엔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과 타이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 등이 있다면 그 곳에 가서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오면 굳이 책을 통째로 가지고 오지 않아도 만들고자 하는 것의 설계도를 확보해 올 수 있다.

여기에서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설계도를 복사해서 공장에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설계도면에 제시된 필요한 재료를 구해오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우리는 자동차라는 무수히 많은 재료로 구성된 완성된 차를 비로소 만들 수 있다.

정리하자면 DNA가 도서관에 있는 원본이라면 RNA는 복사본인 셈이다. 설계도면을 복사해서 공장에다 전달하는 RNA를 (messenger)앞 글자를 따서 보통 mRNA라고 부른다. 또 설계도면에 있는 필요한 재료들을 구해와 기술자들에게 전해주는 RNA도 있는데 운반자(trasfer)라는 뜻으로 tRNA라고 부른다. 또 tRNA가 가져온 재료를 설계도면에 따라 직접 생산하는 RNA도 있는데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소기관의 이름인 리보솜(ribosome)을 본따 rRNA라고 부른다.

▲  DNA로부터 유전정보를 복사한 뒤 세포핵 밖으로 가져나오는 mRNA. 제공:위키미디어 

그런데 왜 세균이나 다른 DNA 바이러스성 질환과 달리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잘 없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2번 말단에 수산기가 붙느냐 아니면 산소가 빠진 수소가 붙느냐의 차이로 우선 설명할 수 있다. RNA가 갖는 수산기는 화학반응에 매우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DNA의 디복시리보스는 다른 원소와 잘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라 할 수 있다.

한편 대표적인 DNA바이러스인 B형 간염의 경우 예방 백신도 있고 치료제도 있다. 그렇지만 RNA바이러스가 갖는 수산기의 불안정성과 별도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RNA바이러스는 핵이 존재하지 않으며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세포소기관도 없다. 단지 단백질 껍데기로 RNA를 감싼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때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도 이를 제어할 마땅한 제한효소가 없거나 일부 있을 뿐이다.

△배오직 객원기자
반면 DNA바이러스 및 진핵생물의 세포분열 시에는 여러 가지 제한 효소들과 자연살해세포에 의해서 세포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를 한다. 즉 양자 모두 돌연변이의 가능성은 있으나 RNA바이러스가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효소란 물질 대사 과정 속에서 촉매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단백질인데, 돌연변이가 일어났을 때 효소가 작용을 할 수 없도록 열쇠에 다른 물질들이 달라붙어 모양을 바꾼다거나, 자물쇠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어 이를 막는다.

그리하여 RNA를 가진 바이러스는 백신을 만들기도 어렵고 치료제를 찾아내기도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RNA바이러스에는 에볼라, HIV,구제역, 인플루엔자, 사스 및 메르스가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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