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오, 안동 어디에 이끌려 정착했을까?”
“이희오, 안동 어디에 이끌려 정착했을까?”
  • 배오직 객원기자
  • 승인 2015.07.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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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배낭여행자에게 안동은 분명 매력있는 문화도시
스스로 찾는 젊은 배낭족 위한 관광정책 미흡 아쉽다

오랜만에 도심을 걸었다. 원도심 또는 구도심이라고 하는 이 거리에서 벗들과 술 한 잔 걸치는 것이 이젠 생소해져 있다. 늘 그렇듯 옛 조흥은행 앞에서 잠시 서성인다. 옆으로 서점이 보이고 아직도 명맥을 잇고 있는 낯익은 몇몇 술집들이 보인다. 간판과 건물의 모양이 바뀌어도 그 곳에 과거 무엇이 있었는지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는 그런 건물들이 즐비하다.

버스터미널도 미련 없이 훌훌 떠났고, 곧 있으면 오랜 세월 여행객의 발통이 되었던 기차역도 원도심 외각으로 떠난단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차가 막혀 불편한 기억들만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꼭 그런 건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사람으로 편안해질 줄 알았던 이곳이 을씨년스럽다.

여행 작가이자 시인인 이병률은 그의 산문집「끌림」의 첫 장에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라는 글로 시작한다. 무수히 걸었고 지금도 걷고 있는 안동의 도심이 비로소 아름다워 보였던 걸까. 이병률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난 분명 그 아름다움 때문에 이 길을 걷고 있는 게다. 그와 함께.

▲이희오(고타야 게스트하우스 대표)

여행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은 떠났는데 이 원도심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 이희오씨. 그와 함께 내가 걸어왔던 도심 길을 함께 걷는다.

의성 안계 출신으로 2년여 전, 예전 문화회관 뒤쪽에「고타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자회사에서 여행사 일을 했다는 그는 어느 날 안동의 문화 가치에 반하게 된다. 오래 전부터 개별 배낭여행을 즐겨 다녔기에 안동을 한눈에 알아본 수준 높은 안목을 갖추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개별 배낭 여행족들이 많아질 거라는 생각과 함께 안동이라는 위치적인 장점을 고려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 우선, 게스트하우스라는 여행자 숙소는 방값이 저렴해야 한다. 여관이나 호텔의 경우 음식을 해 먹기도 힘들고 비싸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이나 젊은 배낭족들에겐 우선 고려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린다.

둘째로 여행자들이 모여 여행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한 데 게스트하우스만한 곳은 없다. 그가 말하는 안동이 갖는 위치적 장점은 서울을 비롯한 원주, 단양, 태백, 강릉 등 북부지역과 함께 대구, 경주, 울산, 부산 등 남부지역을 연결하는 여행자들이 모이는 중심지라는 것이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이 있는 유교적 문화도시라는 이미지와 함께 그야말로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도시로 안동이 탈바꿈하는 중이라는 것도 그의 안동정착에 한몫을 하게 된다.

기차는 여행자의 추억이 내일로 차곡차곡 쌓이는 곳

“단체로 오는 여행객은 이미 출발지에서 먹을 것도 다 미리 준비해 오고 그저 당일로 왔다가 돌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안동 경제에 큰 도움은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개별 여행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이 시내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문화관광도시 안동의 미래의 기회비용까지 다 날려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는 개인적 소회를 덧붙인다.

“너무나 당연하죠. 유럽은 터미널과 기차역을 시 외곽으로 빼는 경우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역 근처의 숙소에서 걸어서 찾을 수 있는 관광지가 있어야 개별 여행객들이 모여 쇼핑을 하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도시의 이 곳 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산문집「끌림」중에서 ‘구슬을 떨어뜨렸을 때 그 구슬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보지 못하면 우린 영영 그 구슬을 주울 수 없다’ 고 이병률은 말한다. 그렇다. 안동 도심에 산재해 있는 여러 가지 유무형의 의식주 문화와 볼거리 등을 잃어버린 채 찾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영 그 구슬을 주울 수 없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 연말에 여행사 등록을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숙박객들을 대상으로 패키지 시티투어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안동역과 고타야가 함께하는 빅5투어」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오전에는 불교, 유교, 전통신앙이 있는 봉정사, 도산서원, 제비원을 돌고 오후에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하회마을, 병산서원을 탐방한다. 안동역과 두루협동조합이 협력해서 하고 있는 사업인데 25인승 미니버스를 매일 운행하며 문화해설사까지 동반하여 운영하고 있다.

어느 덧 우리는 야경이 돋보이는 월영교를 지나고 있다. 젊은 배낭족들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명소가 바로 야경이 있는 월영교이다. 이유를 묻자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배낭을 맨 젊은이들과 안동에서 가고 싶은 곳을 대화하다 보면 첫째가 찜닭골목, 둘째 월영교, 셋째가 하회마을이다. 상대적으로 유교의 중심지라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안동에서 멋들어진 야경이 있는 곳이 바로 그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도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하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다리 조명사이로 어떤 모양의 달이라도 기지개를 펴 월영대 지붕에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을 본다면 어느 누군들 그 곳을 쉬이 스쳐 지나겠는가.


지역관광 정책, 젊은 배낭객까지 배려할 순 없을까

그는 안동시의 문화 행정에 대해서도 한 마디 거든다. 안동에 살러 왔을 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 있다면 바로 ‘유교랜드’ 조성사업이다. 그 옆의 안동타워는 정체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타워 조성에 스토리가 없는 그야말로 이상한 타워라고 정면으로 비판한다.

“안동 타워에서 시내가 보이지 않잖아요. 뿐만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성된 경주의 보문단지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도 저 정도인데, 안동이 그 뒤를 따라가는 것 같아요. 또 돈 있는 사람들은 호텔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걸어서 5분 거리에 기존 호텔 이용을 유도하지 않고 왜 그 먼 곳에 호텔을 지어 시내에서 돈도 쓰지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희오씨는 보다 젊었던 날 유럽의 많은 곳을 여행 다녔다. 수많은 축제를 봐왔지만, 신명난 난장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우리지역의 탈 축제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고 진단한다. 탈춤축제라는 아이템은 매우 훌륭하지만 시민들과 함께 융화하고 같이 즐기고 만들어가야 하는데 시민들은 구경꾼에 불과하다.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를 예로 들었다. 축제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축제의 핵심은 사람과 함께하는 토마토가 그 주인공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토마토를 던지며 한 판 신나게 노는 것, 바로 이것이 축제의 제 맛이다. 그런데 탈춤축제는 강변에서 대부분 공연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것도 입장료를 받고 말이다. 입장료를 받는 것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찾아온 사람들이 축제의 흥겨움에 겨워 저절로 지갑을 열게 만들어 즐기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탈 축제기간에 직접 만든 탈을 쓴 채로 시내를 돌아다녔다. 올해부터는 한 달 전부터 안동을 찾은 여행객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탈을 쓴 채 거리로 나갈 예정이라며 활짝 웃음을 보인다.

예약문의 : 고타야 게스트하우스(070-73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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