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북한’ 그리고 잊어버린 것들...
‘영화로 보는 북한’ 그리고 잊어버린 것들...
  • 권두현(경북미래문화재단 대표)
  • 승인 2015.07.27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두현의 문화읽기 (1)]- 왜 이렇게 대치하고 있고, 다투는 이유가 무엇인지!

예술과 흥행의 교차점에 있는 영화는 한 사회의 대중적 정서를 이끌기도 하고, 대변하기도 한다. 이점에서 영화 테마를 통해 사회적 정서가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보는 것은 문화사적 맥락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영화라는 매체가 한 사회의 금기를 어떻게 그려내고 표현하였는가를 검토하는 일은, 때로 현상적 사실 관계에서 보이지 않은 이면에 대한 모습을 볼 수도 있어 당대 사회를 더욱 내밀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연평해전이 뜨거운 감자다. 남북한 대치상황을 다룬 이 영화는 다양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면 연평해전이 나오기 전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 돌아오지 않는 해병. (자료출처, 네이버)

1990년대 이전의 북한 관련 영화

한국전쟁이 끝나고, 한국영화는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고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한 영화가 주로 제작되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똘이장군>에서 북한주민은 사람으로 그려졌지만, 북한군은 늑대와 돼지로 표현된다. 영화는 굶주린 북한주민을 구해주는 똘이장군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지만, 주목한 점은 여기서 북한군은 사람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주목할 만한 영화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 영화는, 그러나 북한군을 동정적으로 그렸다고 해서 감독 이만희가 2개월 동안 징역을 살았던 영화이다.

남북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비극 - 쉬리

1997년 IMF로 경제파탄의 위기를 맞이한 한국에서 토종 물고기, 토종영화 <쉬리>는 한국사회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영화사적으로도 기념비적인 이 작품은 1999년 개봉하여 서울에서만 2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관객 동원만큼이나 정치적으로도 쉬리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북한에서 한반도의 화해분위기를 해치는 반북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남한의 진보와 보수의 다양하고도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감독의 이야기처럼 이방희로 분한 김윤진과 박무영으로 분한 한석규의 사랑, 맹목적인 최민식의 충성스러운 화면을 보면서 남북한으로 갈라져 있는 현실 속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관객들에게 제공하였다.

△ 간첩 리철진. (자료출처, 네이버)

1999년 만들어진 <간첩 리철진>은 그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시나리오상과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다. 북한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남파된 어리버리한 간첩 리철진은 깡패에게 당하고 가방도 잃어버리는 등 인간적인(?) 인물이다. 고뇌하고 평범한 간첩의 모습에서 북한 이미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고정간첩이었던 김여사로 분한 정영숙이 가계 걱정을 하자 오선생 역을 담당한 박인환이 “김여사 기래도 우리는 먹고는 살디 않소!”라고 한마디 한다. 인상에 남는 장면이다.

이후 남파 간첩에 대한 영화가 많이 제작된다. 생계형 간첩(?) 이야기를 다룬 2012년 <간첩>과 웹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그것이다.

△ 공동경비구역 JSA. (자료출처, 네이버)

남북도 친구가 될 수 있다 – 공동경비구역 JSA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가 580만 관객을 모으면서 돌풍을 일으킨다. 우연한 기회로 친구가 된 남북한 군인인 송강호와 이병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영화는 북한군과 친구도 될 수 있는 점을 제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후 남북한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은 2006년 <웰컴투 동막골> 2007년 <만남의 광장>, 2010년 <의형제> <꿈은 이루어진다>가 제작되면서 남북한의 화해분위기에 일조한다.

△ 태풍. (자료출처, 네이버)

탈북자의 아픔을 다룬 시발점이 된 영화가 2005년 발표된 <태풍>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영화이고, 장동건의 연기도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남북한 모두에게 버림받은 가족사를 다룬 이 영화는 탈북자의 비극적인 삶과 남북한이 처한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 눈을 뜨게 해 주는 작품이다.

△ 의형제. (자료출처, 네이버)

△ 용의자. (자료출처, 네이버)

이후 2006년 차승원이 주연을 한 멜로형 영화 <국경의 남쪽> 2008년 <크로싱> 2010년 <무산일기> 등이 제작되면서 탈북자에 대한 아픔과 인간적 시선이 교차한다. 54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의형제>는 탈북자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다. 이후 2013년 400만의 관객을 끌어들인 <용의자>도 흥행과 더불어, 눈을 뗄 수 없는 액션으로 작품으로도 성공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고지전. (자료출처, 네이버)

우리는 왜 싸우는지 모른다 - 고지전

2004년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영화로 1200만이라는 초유의 관객을 모았다. 대립적 이데올로기로 촉발된 한국전쟁을 비판, 또는 극복하는 감성 도구로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생으로 인한 상처와 오해로 북한군 장교로 전향한 장동건이 다시 동생을 위해서 북한군에게 총을 난사하는 장면은 이점에서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2010년 영화 <포화속으로>는 한국전쟁에서 실제 포항전투를 치룬 학도병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300만의 관객을 모아 흥행에도 실패하지 않은 영화로 기록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2000년대 최고의 전쟁영화는 <고지전>이다. 이데올로기의 의미없음과, 전쟁을 하는 목적에 대한 진한 허무,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애란 어떤 것인가를 묻고 비트는 최고의 전쟁영화이다. 영화 초반 북한군 장교 류승룡이 포로로 잡힌 유약한 대학생 신하균과 고수에게 자문자답한다. “너희가 와 전쟁에서 지는지 아네?... 기건 와 싸우는지 모르기 때문이야” 그리고 호언한다 “이 전쟁 일주일 안에 끝낸다고...”

그러나 전쟁은 3년 이상 이어지고 휴전에 대한 협의만 2년 이상을 지루하게 끌다가 마침내 7월 27일 종전을 협약한다. 이후 종전시간까지 땅(?)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싸운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 만신창이가 된 신하균이 류승룡을 만나 묻는다 “싸우는 이유가 뭐냐고?” 류승룡이 지친 모습으로 말한다. “내래 확실히 알고 있었어!... 긴데... 너무 오래돼서 잊어버렸어” 신하균이 말한다. “개새끼”

▲권두현(경북미래문화재단 대표)
그리고 이제부터 싸움을 멈추라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온다.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웃는다. 류승룡의 그 허허로운 웃음은 최근 영화의 최고의 압권 중 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너무 오래되어서 잊어버렸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남과 북은 왜 이렇게 대치하고 있고, 다투는 이유가 무엇인지!
북한군 류승룡이 아니라 남한의 신하균에게도 물어보아야 할 질문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나의 삶에 대해서 묻는다.
우리에게 혹시 너무 오래되어서 잊어버린 것은 없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것은 또 무엇인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