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와 감정노동이 소비되는 공간, 청춘들의 편의점
열정페이와 감정노동이 소비되는 공간, 청춘들의 편의점
  • 강종원(안동대 민속학과 조교)
  • 승인 2015.09.05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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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좀 먹고 살자] 강종원(안동대 민속학과 조교)

대한민국 20대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5~10년 전에는 대부분 용돈벌이를 위해서였다면, 최근에는 생활비 또는 학비 마련, 사회경험 쌓기, 자립심 기르기, 인맥 늘리기 등 여러 이유로 하고 있다. 알바를 하는 이유가 다양해진 것처럼, 그의 종류∙형태∙방식 등도 굉장히 다양해졌다.

 

최근 청년들의 알바 문화가 급속히 변화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고용주와 노동자의 갈등(소위 갑과 을의 갈등관계)을 비롯하여 최저시급 문제, 과잉 근무, 임금 체불, 인격 모독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청년들의 마음 한편에는 알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나 또한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수없이 많은 부당대우를 받으며 일해 본 경험이 있다. 특히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000년대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편의점은 2011~2012년경에 최고 절정의 성장세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편의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2010년대 전후만 하더라도 편의점 알바는 소위 ‘꿀 빠는 알바’, ‘쉽게 배울 수 있고 복잡하지 않는 알바’, ‘쉽게 구할 수 있는 알바’,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알바’ 등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만큼 편의점 알바는 일하기 쉽고 편하다는 인식이 상당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편의점 알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특히 편의점에서 일을 해본 청년들은 그 실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감정노동의 갑’이라고 부르고 있다.

2011년, 나의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하루는 늦은 밤 10시에 시작되었다. 밤 10시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나서 지친 몸을 이끌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원래 근무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하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근무교대를 위한 시재점검을 하였다. 전 근무자가 가고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 및 즉석식품을 폐기처분하고, 곧이어 새벽 2시경 물품 수령 및 등록, 새벽 4시부터 매대 정리 및 물품 진열, 새벽 6시부터는 매장 내·외부 청소 등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도 손님이 오면 계산대를 지켜야 했다. 이렇게 하루 일과가 끝나면 오전 9시에 퇴근. 하루 9시간을 넘게 일해서 받는 일급 29,700원, 그러니까 야간에 받은 시급이 고작 3,300원이었던 것이다. 당시 최저시급이 4,32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분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옛날 문제, 그리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편의점 알바생들의 대우가 많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편의점 알바는 편의점의 위치, 알바 시간대, 점주의 대우방식에 따라 노동강도와 시급에 차이가 있겠다. 하지만 시급으로 한정했을 때는 수도권에 일하는 알바생들에 비해 지방권에 일하는 알바생들이 대체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신림동에 C마트에서 일하는 H씨(여, 26세)는 주말 주간에 5,580원(2015년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무작위로 5군데의 편의점에 연락해본 결과, 4군데에서 최저시급 내지는 이보다 약간 높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반면 지방권 알바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의 G편의점에서 일하는 S씨(남, 24세)는 야간에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5,000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 이마저도 두 달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에야 5,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경북 문경시의 C마트에 일하는 L씨(여, 22세) 역시 주간에 시급 4,500원이라는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받는 것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럼에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청년들, 그것도 지방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은 권리조차 찾을 수 없는 사회 구조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 다행히도 요즘 들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시 신고할 수 있는 간단한 절차가 제도화되었지만, 이마저도 쉬쉬하는 경우가 생각 외로 많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편의점 알바 시급은 열정페이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최저임금보다 더 큰 문제는 일하면서 겪는 각종 스트레스일 것이다. 다시 말해, 편의점 알바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이라는 점이 더 힘들게 한다. 먹이사슬의 최말단에 있는 알바생들은 사회적으로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한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엄청난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H(여, 25세)씨가 편의점 알바를 했을 당시 있었던 일만 들어도 편의점이 감정노동의 갑이라고 생각된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일을 했는데, 낮술을 하신 할아버지들이 자주 왔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막걸리를 사러왔는데, 계산대에 서서 “막걸리 한 병 가지고 와봐”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뒤에 있으니 가지고 오셔야 된다고 말하면 신경질을 내요. 마지못해 가져오면 돈을 던지고 가더라고요. 기분이 너무 상하죠.”

“아저씨들이 어린애 취급하면서 돈을 던지고 가고, 반말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리고 젊은 중고등학생들이 와서 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라면 국물도 다 흘려놓고 그냥 두고 가더라고요. 그럼 제가 왔다갔다 하면서 다 치워야죠.”

이처럼 H씨는 대낮에 주택가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취객이 물건을 가져 오라고 시키는 경우가 있었고, 계산을 할 때 돈을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었으며, 반말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중고등학생들은 매장 바닥에 침을 뱉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야간에 유흥가 중심부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S씨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S씨는 갖가지 일을 겪었다.

“새벽에 술 취한 손님이 찾아와서 술병 가지고 오라고 소리 지르고, 안 가져오니까 막 지갑 던지고 배를 때리더라고요. 계속 소리를 지르고 나갈 생각을 안 해서 경찰서에 신고하니까 또 때리더라고요. 그러다가 경찰이 와서 데려갔어요. 그때는 어린 마음에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했어요.”

“원래 편의점 안에는 술 마시면 안 되거든요? 근데 술을 사다가 의자에 앉아서 먹어서,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때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하다가 갔어요.”

“술 취한 손님이 매장에서 컵라면을 사서 먹다가 갑자기 바닥에 토를 하고 그 자리에서 자는 거예요. 그래서 경찰을 불러서 손님은 보내고, 제가 다 치웠죠 뭐.”

S씨는 대부분 취객을 상대해야 하는 새벽에 일을 했는데, 소리 지르는 손님은 기본이고, 심하면 때리기까지 했다. 그뿐만 아니라 토사물을 바닥에 흘리고 자는 경우, 매장 내에서 음주와 흡연을 서슴없이 하는 손님도 있었다. 그래서 한두 번 경찰서에 신고한 게 아니라고 한다. 이밖에 여러 알바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식사시간 없이 일을 시키는 점주, 일을 그만둔다고 한 달 전부터 말을 해두어도 마지막 달에는 일을 그만둔다는 이유로 월급을 주지 않는 점주, 물건이 비싸다는 이유로 할인을 요구하는 손님 등으로 인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편의점 알바의 긍정적인 측면도 상당하다. 힘들지만 좋은 점주를 만나서 즐겁게 일하는 경우도 많고, 일을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최저시급에 돈을 더 지급하는 경우도 있으며, 손님이 음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개인시간이 있기에 독서, 영화감상, 자격증 공부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편의점 알바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청년들이 청춘을 바쳐 감정노동에 시달림에도 그 처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정부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더라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죽했으면 최근에는 T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갑과 을’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려고 했을까?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았으면 한다. 이를 통해 편의점이 청춘들의 열정페이와 감정노동을 보상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 위 기사는 바름협동조합의 젊은 미디어 ‘링커’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www.linker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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