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컨트도 불성(佛性)이 있다?
리플리컨트도 불성(佛性)이 있다?
  • 유응오 불교투데이 편집장
  • 승인 2009.01.22 21: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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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인다르마 -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런너>

‘빗속의 눈물처럼 무상한’ 인조인간의 삶

‘모든 작위는 물거품’ <금강경> 空사상 떠올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선사의 무(無)자 공안을 만든 질문이다. 이 질문을 테크놀로지의 시대에 맞게 고친다면 이렇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도 불성이 있습니까?”

인공지능 로봇의 불성을 연구한 논문이 나와 화제다. 화제의 논문은 해인사 승가대학 대교반 보일스님이 쓴 〈인공지능 로봇의 불성연구〉다. 제4회 전국 승가대학 학인 논문 공모전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이 논문에서 보인스님은 “인공지능로봇이 불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유인즉슨, 인공지능 로봇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논문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인공지능 속에는 인간이 만든 전뇌식이 저장돼 있고, 전원이 작동하면 이미 저장돼 있는 전뇌식이 전자적이고 물리적인 원리에 따라 동작하게 돼 있다. 전뇌식이 인(因)이 되고, 전자회로가 연(緣)이 돼 이뤄지는 것이 인공지능의 정보처리다. 따라서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은 상호의존하면서 존재한다. 인공지능 로봇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깊이 침잠해 있는 불성(佛性)인 동시에, 실존을 회광반조(回光返照)하는 거울인 것이다.

인공지능로봇의 불성(혹은 주체성)을 고찰하다보면 결국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보일스님의 주장은 자연스럽게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런너>를 상기시킨다.

<블레이드 런너>는 ‘리플리컨트’ 영화다. 인조인간은 인간과 똑 같이 생겼고 똑 사고하고 똑 같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인격체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기에 가장 인간과 닮았으나, 같은 이유로 인간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블레이드 런너>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4년으로 수명이 제한돼 있는 사이보그인 레플리칸트들은 자신을 창조한 창조주를 찾아 자신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한다. 그러나 레플리칸들은 그들을 추적하는 블레이드 런너 데커드(해리슨 포드)에 의해 하나씩 사살된다. 마지막 남은 레프리칸트 로이(룻거 하우어)는 데커드와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데커드는 로이와의 대결에서 오른손가락이 모두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총마저 잃어버린다. 죽음의 그림자처럼 질기게 따라오는 로이를 피해 데커드는 옥상으로 도망치지만, 그 자리에는 이미 로이가 버티고 서 있다. 데커드는 다시 로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다른 건물 옥상으로 뛰어간다. 그러나 이에 성공하지 못하고 건물 구조물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형국이 된다.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다. 이때 로이가 다가와 데커드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렇게 읊조린다.

“나는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걸 보았어. 오리온 기지에서는 불타는 전함을, 탄호이저 기지 근처에서는 어둠 속에 번뜩이는 C빔도 보았지. 이 모든 기억들이 이제 곧 시간 속으로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영화를 보고 나면, 제일 먼저 드는 의문이 있다. 왜 로이가 데커드를 구해주는 것일까? 자신이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목숨만큼이나 소중한 자신의 기억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영문은 알 수 없다.

다만, 로이의 대사를 듣고 나면 로이와 데커드가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천길 낭하에 떨어지면 죽음만이 기다리는 데커드와 4년의 수명이 다 돼 가는 로이. 그 둘은 머지않아 빗속의 눈물처럼 사라질 추억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는 공간적 배경이다. 모든 디스토피아 영화가 그런 것처럼 영화 속 배경은 어둡다. 그리고 끊임없이 축축한 비가 내린다. 이 희망이 없는 땅에 찾아온 리플리컨트들. 그러나 해답은 없다. 그 창조자도 피조물과 마찬가지로 결국 자신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한 채 유한한 삶을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반젤리스의 영화음악 ‘Tears in rain’이 흘러나올 때 자연스럽게 공(空) 사상의 요체를 담고 있는 경전 《금강경》의 마지막 단락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모든 작위가 있는 것은 마치 꿈 같고 환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으니……”

불교는 참 나를 찾는 가르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가장 완결된 실존주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참 나(眞我)를 설명할 때 없으므로 있는 역설의 공사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없다는 것은 본래 모든 현상은 무상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상호연관성에 의해 적멸에 들어도 기억에 의해 존재하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불교는 비움으로써 충만하는 길을 역설한다.  

자아를 완성하는 길에 대해 법정스님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불교를 배운다는 것은 곧 자기를 배움이다. 그리고 자기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잊어버림이다. 자기를 잊어버림은 자기를 텅 비우는 일이다. 자기를 텅 비울 때 비로소 체험의 세계와 하나가 되어, 그 어떤 것과도 대립하지 않고 해탈된 자기를 알게 된다. 해탈된 자기란 본래적인 자기, 전체인 자기를 가리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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