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반혁명,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생물학적 반혁명,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 유경상
  • 승인 2010.12.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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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자 칼럼> 유경상

우리의 대부분은 농촌이 고향인 사람들이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집에서 소를 길렀다. 소 한 마리 없는 집 자식들은 소 한 마리 키우는 집이 너무나 부러웠었다. 강변에 꼴이 지천일 때 아침 일찍 소를 몰고 나가는 동무들이 부러워 고무신을 집어 들고 따라나섰던 기억을 하고 있다.

경운기가 논밭을 갈기 시작하면서 한 두 마리의 소는 서서히 줄었다. 이제 주인과 함께 땀 흘리던 농사꾼소는 가고, 언젠가부터 살만 찌면 되는 불쌍한 소만 남아 있는 시대가 되었다. 소의 진가는 농경사회의 상징이었을 때 진짜로 발현되었던 것 같다. 농사꾼에게 소는 어엿한 식구였고 소중한 존재였다. 소에게도 생일이 있었다. 연중 첫 번째 맞이하는 소날인 상축일에는 소들도 하루를 쉬었고 콩을 가득 넣은 풍성한 쇠죽을 끓였다. 집집마다 재산의 절반이 소였다.

20,30여 년 전까지 농민들은 자녀들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소와 돼지를 내다 팔았다. 우골탑 얘기는 그렇게 한 시대를 풍자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그렇게 살았고, 중년이 된 우리를 키워낸 시대는 기억으로만 희미해져 있다.

지난 세기, 공장형 사육 기술과 집약적 곡물 생산이 결합되어 가축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축산혁명’이라고 불린다. 1961년 이래 지구상의 닭, 오리, 칠면조의 수는 42억 마리에서 157억 마리로 네 배 증가했다고 한다. 소는 1890년에 4억 1,000만 마리였던 것이 10억 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돼지도 100년 사이에 1억7,700만 마리에서 10억 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 몽땅 저울에 올려 놓는다면 지구상 인간의 몸무게를 전부 더한 값의 두 배 정도라고 한다.

이 같은 성장은 모두 유전적 다양성을 희생시킨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8,000년 동안 농부들은 이 가축들을 키우면서 질병을 이기고 가뭄과 추위에 견딜 수 있게 단련시켜 놓았다. 미국인들의 발명품인 공장형 사육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품목이 아닌 선별적 교배를 통해 개량된 품종의 가축만 키웠다. 빠른 시간내에 많은 고기를 생산하는 하나의 목적을 이룬 것이다. 다양성에 기초해 똑똑했던 가축들이 백신과 항생제, 배합사료에 기대어 멍청한 가축으로 변형되었다. 유전적 다양성이 전염병, 가뭄, 기아에 대비해 최선의 보장책이었다. 자생성 가축의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축산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무역이 전 세계에 온갖 종류의 병원균을 퍼뜨렸다면 공장형 사육 방식은 병원균을 배양하고 집중시키는 데 일조했다’ 는 중요한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많지 않은 수의 가축을 키웠던 시절, 그 가축들은 작물에 사용될 퇴비를 생산했고, 그 지역땅에서 자라는 풀을 뜯었다. 고기를 줄 뿐 아니라 운송수단이 되었고, 경제적 안전장치가 되었다. ‘농부’의 자리에 ‘기술자’가 자리를 꿰차 앉았고, ‘농장’ 대신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가축’이 ‘동물단위’로 바뀌었다. 가축의 절반 이상이 자연환경과 완전히 차단된 공장에서 ‘바이러스’의 게걸스러운 식사가 된 것이다.

▲ 본지 유경상 대표기자
생물테러리즘으로 인해 안동을 포함한 많은 지역의 축산업이 일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과밀도 공장형 사육시설의 축소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동물의 대량이동을 줄이는 정책을 생각해야 한다. 축산혁명은 생물학적 반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의 육류무역은 지난 10년간 구제역을 맹렬하게 재순환시켜 왔다. 대규모 축산업만이 우리나라의 대표산업으로 적합한지도 정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오폐수 문제, 분뇨처리문제, 배출가스 문제, 곡물을 만들기 위해 급격히 소비시켜야 할 자원과 산림문제, 생태계 파괴의 가속화 등이 지구온난화와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생물학적 침입의 대부분은 사전에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예상하고 봉쇄하는 것이 무엇일까. 책임감 있는 무역과 통제 실시는 정말 불가능한 것인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이제 우리모두는 자신의 활동으로 야기되는 생물학적 결과에 대해 책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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