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이대로 괜찮은가?
지방소멸! 이대로 괜찮은가?
  • 박정열(문화콘텐츠기획자)
  • 승인 2023.02.28 14: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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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열의 세상읽기 ①]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은 원도심과 신도시의 연결성 강화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니라 도시구조 개선에 더 방점을 찍어야
모든 한국의 지방도시 지도
모든 한국의 지방도시 지도

참으로 공감되는 그림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관광지야 그렇다 치자. 신시가지는 구시가지의 기능적, 공간적 한계, 현대인들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생겨났다고도 볼 수 있지만, 건설사와 권력자들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소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물론 어디까지나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한민국에서 신시가지가 형성되는 양태가 구시가지가 확장되며 업그레이드되는 양태가 아니라 구시가지와 동떨어진 곳에 완전히 새로운 ‘뉴타운의 건설’이 되다 보니 구시가지의 쇠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원도심의 쇠퇴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사회문제로 대두되니 그걸 해결해 보겠다며 원도심 재생사업을 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어림도 없다.

그중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신철도역의 개설은 서울과의 연결성에 중점이 있다. ‘서울공화국 대한민국’이다 보니 지방 도시들은 어떻게든 서울과 가까워져야 살아남을 수 있고 중앙정부의 도움 없인 생존 자체가 불가할 지경이 되었다.

서울까지 얼마만큼 빨리 갈 수 있느냐가 지방 도시의 경쟁력이 되었으니 자연스레 신철도역도 복잡한 원도심의 철도역을 벗어나 외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보통 원도심의 형성을 촉발시킨 역할은 철도역이 담당했었다, 근대화의 가장 대표적인 산물이 철도였고, 철도는 물자와 사람을 수송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도시의 형성을 지지했다. 그 공간을 중심으로 도심과 상권이 형성되어 오늘날에 이른 것인데, 원도심의 좁은 공간과 기능은 변화된 현대인의 삶을 감당하기가 벅찬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지방 도시는 저출산, 고령화에 원도심 쇠퇴까지 더해 이중, 삼중, 사중으로 어려워졌다.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생각나는 것은 원도심과 신도시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그런 다음 폐선부지의 창의적 활용으로 원도심의 공간구조를 재설계 해야 한다는 것(원도심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이 생각난다.

즉, 원도심과 신도시를 큰 한 덩어리로 묶어나가는 작업을 장기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해나가야 하는데 그중 핵심은 교통이다.

원도심 활성화를 관광으로 풀어 나가려 하면 실패한다.

관광은 휘발성이 강하다. 도시가 살려면 주민들에게 더 집중을 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관광은 수출시장, 도시재생은 내수시장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도시재생사업이 실패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관광으로 도시재생을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은 주민 주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니라 원도심과 신도시의 연결성 강화라는 도시구조의 개선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도시재생 사업은 원도심이 쇠퇴했으니 쇠퇴한 원도심에 폭탄을 투하하듯 막대한 재정을 퍼붓는 ‘점’형의 발전을 시도해왔다. 그러니 이러한 시도는 ‘한 곳이 쇠약해졌으니 그곳을 강화하자’는 단순한 물리적 접근에 불과하다. ‘점’형의 발전이 아니라 신도시와 원도심을 잇는 ‘선’형의 발전에서 해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사람과 물자가 이동을 해야만 공간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공간'이라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도시재생사업은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있다. 우리 모두 공간에 속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가 개발되면 원도심의 주거기능을 가장 먼저 빼앗아가므로 원도심에서 그 어떤 난리를 피워도 정주인구를 늘릴 수가 없다. 다시 빼앗아오기 힘들다. 어차피 한 도시 안인데 빼앗아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빼앗긴 건 그냥 인정하되, 최대한 편리한 이동성을 제공해 주어 하나의 큰 묶음을 만들어나간다는 접근, 즉 선형의 발전전략을 취해야 한다. 도로환경을 최대한 증설, 개편하고 대중교통수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버스가 됐건 모노레일이 됐건 뭐든 간에 순환하는 구조의 대중교통 확충이 필수적이다. 폐선 구간이 그 역할을 충족한다면 참 좋겠지만 지역의 여건에 따라 제한적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심리적 접근도 중요하다.

신도시 주민과 원도심 주민간의 경쟁심리나 대결적 구도를 완화해 주어야 한다. 같은 도시민 아닌가? 정책적 차원에서도 대결적, 분리적 접근을 지양하고 통합적 접근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정치적 측면이 가장 중요하다.

박정열(문화콘텐츠기획자)

특정 단체장 한 사람의 재임기간을 벗어나는 20년, 30년 이상의 장기적 설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지방 도시 단체장은 기본적으로 2선, 3선은 하는 편인데 단체장이 바뀌면 정책도 덩달아 물갈이되면서 도시가 휘청휘청 거리게 된다.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장기 플랜으로 추진되는 지방소멸 방지와 연관된 부서의 업무는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는 공간, 도시공학, 건축, 관광, 교통, 심리, 정치 등 여러 가지의 눈으로 바라봐야 하므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여러 날들을 오랫동안 토론해나가야 하는데, 무엇보다 단체장의 열린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보통의 단체장들은 지난 단체장이 추진하던 정책들을 배제하고 새롭게 꾸려나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며 도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기회가 상실되어 왔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여 보다 성숙한 사회로 발전되어 나가길 바라며, 특히 정치적 측면에서의 성숙은 도시의 발전에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대한민국의 모든 지방 도시들이 ‘지방소멸’이라는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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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민 2023-03-01 17:57:16
이동성문제. 심리적 거리 문제 등 공감되는내용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