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쳐라 봄바람! 불어라 선거바람!
그쳐라 봄바람! 불어라 선거바람!
  • 정홍식
  • 승인 2012.04.10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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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정홍식(전 안동시의원)

▲ 정홍식(전 안동시의원)
바람이 분다! 때 늦은 추위에 변덕스러운 날씨 업고 미친 듯 거친 바람이 불어댄다. 청명을 비웃고도 남는 춘래불사춘이다.
두터운 겨울 옷 쯤이야 좀 늦게 갈아입으면 그만이지만 때 맞춰 논밭 갈고 멀칭하고 파종 후 수확해야 할 농사가 걱정이다.
그런데 정작 불어야 할 선거바람은 종적도 없다. 투표일이 목전인데 인물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 선거판이다. 너무나 조용해 선거기간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애시당초 처음부터 큰 이슈도 없는 선거였고, 뛰어난 전략과 지략이 투영되어 막판 굳히기나 뒤집기의 팽팽한 승부가 기대되는 선거판 자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일부 지역정치 논객들 사이에서는 이렇듯 무미건조하고 싱거운 대결구도 자체가 지역적으로 득보다 실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후보자들을 비교하고 검증할 기회는커녕 그네들의 얼굴 볼 기회조차 어려운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는 듯한 불쾌감도 동반된다.
이러다 찍을 후보조차 결심하지 못하고 투표장을 가야할까 걱정이다. 아니 투표에 대한 걱정보다 한 표 한 표 유권자의 소중함을 모른 채 당선된 자의 임기 4년이 더 큰 두려움이다.

일당 독점의 정치구도에 있어 지역선거판에서의 바람은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민보다 중앙 정치권의 유력인에게 잘 보이려는 정치행태를 막을 수 있고,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정책다운 정책을 제시하게 만들며, 유권자들에게는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 민심과 표심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정치를 하게 함으로써 유권자인 지역민의 존엄을 공고히 할 수 있는 판이다.
이번 안동 총선을 보며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유권자들의 존엄이 실종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 흔한 선거벽보며 유세차의 확성기 소리, 전쟁같은 출퇴근 인사 풍경도 눈에 잘 띄질 않는 느슨한 총선 경쟁구도 속에서 그들에게 바닥민심과 유권자의 표심은 어떤 의미로 각인되고 있을까?

며칠 전, 모 방송사의 후보자 TV토론은 이런 우리의 우려를 극명히 확인시켜 주었다.
“1조원이 넘는 돈이 안동에 투자되면서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여당후보의 자찬론과 “견제와 균형이 깨진 일당독주의 횡포와 민생경제 파탄”에 대한 심판론을 꺼낸 야당후보!
1조원 넘게 예산이 투입되었다지만 여전히 지역경제 서민생활은 나아진 것 하나 없고, 민생파탄 정권심판 운운해도 정작 바닥민심은 지극히 냉소적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기나 하는 것일까?

신도청시대를 논하면서 안동도 예천도 아닌 제 3의 새도시가 만들어져 상호 보완도시로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면 우리 안동은 여전히 도청소재지의 위상을 가질 수 있는지 아니면 그저 행정구역상 포함 의미만으로 족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혼재가 더 현실적 문제임에도 그저 신도시조성을 둘러 싼 예산확보 다툼만 벌이는 촌극을 보면서 응당 전제되어야 할 안동․예천 시군통합에 대한 견해와 입장에 대한 문제 제기조차도 않는 두 후보를 보면서 우리 유권자들은 어떤 혼돈속에 신도청시대의 개막을 지켜봐야 하는지 그들은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어디 그 뿐인가? 최근 인천시가 예산이 부족해 6,000여 공무원의 복리후생비 20억원을 제 때 주지 못하는 초유의 재정파탄이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우리 시는 이미 5년 전 즈음에 벌써 열악한 시 재정에 따른 예산 미확보로 300여명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조차 몇 개월 연체 지급했던 사실을 그들은 알고나 있을까? 상황이 그 지경을 경험해야 할만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체없는 복지정책의 우선순위와 전달체계를 이야기하고 효율적인 집행방안을 논하는 그들의 이면에는 어떤 생각들로 4년 임기의 복지정책을 수행할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지방교육의 향상방안도 마찬가지다. 보라! 지금 우리 시의 부분별 예산 중 교육예산은 총예산 6,500억원의 1%에도 못미치는 61억원이 전부이지 않는가? 그 속에서 공교육을 공고히 하고 교육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당장이라도 시의 교육경비지원 예산의 편성을 대폭 확대하고, 십시일반 시민들 주머니 털어 교육 지원 사업 미화시키는 장학회 활동 중단하라고 호통치면 속이라도 후련하지 않았을까?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서도 우리 시의 이 부문 예산은 총 예산의 2.5%에 지나지 않는 160억원이 전부이다. 그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회생과 발전방안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 아니던가?
특히 상인들을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는 이미 양 당이 공히 내건 공약이건만 서로 자기 공약이라고 우기는 낮 뜨거운 설전을 보면서 지역 상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차라리 한 단계 더 나아가 카드수수료보다 더 큰 재정 압박 요인인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을 현행 4,800만원보다 상향조정해 감세효과를 주겠다는 실질적 민생공약이 제시되었다면 얼마나 많은 상인들이 박수치고 응원했을까?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와 신규허가 역시 그것을 논하기 전에 지난 2004년 이미 개장된 이마트 안동점을 통해 8년간 얼마나 많은 지역자본이 역유출 되었으며 지역에는 지역산물 판매효과와 지역고용 창출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그 통계라도 시민들에게 명확히 제시해 주는 것이 순서 아니었는가? 정치권에서도 외면하고 시에서도 이와 관련한 일체의 통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으면서 지역 상권과 소상인 활성화 방안을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요 자격미달이자 함량부족과 다름 아니다.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선거바람이 불어주길 기대한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때가 흐르면 미친듯 부는 이 봄바람도 예년처럼 잦아들 것이며 선거도 끝나 후보자간 명암도 엇갈릴 것이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FTA 표결 기권논란 또는 재재협상 여부와 상관없이 여전히 파종을 하며 수확을 위해 땀을 흘릴 것이다.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대형마트의 입점과 영업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침체된 경기속에서도 자구책을 스스로 모색해가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당선자는 당선자대로 내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분주해 질 것이며 낙선자는 낙선자대로 또 다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제 역할을 위한 노력을 경주 할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의 절박감이 당장 시급한데 현재의 지방권력과 대선에서의 미래권력에 대한 고민과 전망은 지금 유권자들에게 어쩌면 관심 밖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느슨한 선거구도에 정치적 혐오와 체념이라는 내성이 더해져 일각에서는 투표율 50%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를 그 어느 때 보다 명심해야 할 시기이다.

단언컨대 지역과 나라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가에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이다.
그 것만이 지금 이 지역과 나라에 불어 닥치는 종잡을 수 없는 광풍, 사나운 봄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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