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그때 우린 무엇을 보았나
스무살 그때 우린 무엇을 보았나
  • 중앙선
  • 승인 2009.03.07 14:5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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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강이라는 녀석을 건너다 보니 1985년 가을 하늘 아래에서 잠깐 폼을 잡았었나 보다. 그때 우리들은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배우고 싶어 '민속극연구회' 동아리 모임에 우루루 몰려 갔었다. 강의가 끝난 매일 오후 연병장에서 남자들은 백정, 양반, 부네, 각시 춤을 여자들은 괭과리, 장구 가락을 전수받느라 바빴다.

대학 1년생들의 가슴은 계절을 따라 다가오는 아지랑이에 취했었고 고추잠자리들의 난무에 정신이 몽롱해지곤 했다.

그해 가을인가. 선배들을 따라 도산서원에 소풍을 갔다. 도산서원 옆 공터에서 신나게 두드리며 몸짓춤으로 어울렸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아직 버스는 오지 않았다. 걸어 걸어 오며 우리들은 노래를 불렀고 춤을 췄다. 도로변 어디쯤에선가 사진으로 추억을 남겨 주었다. 어느 선배가 찍어 주었을까. 생각해 보면 고맙다.

중앙의 두 녀석은 해맑게 웃고 있다. 맨 왼쪽의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뭔가 있는 듯한 그 표정들. 조금 삐딱한 자세.

오른쪽부터 빨간 베레모를 쓴 '금동철'은 인천에서 학습지 지점장으로, 고향이 문경 산북면이었던 '고정아'는 20년 넘게 감감 무소식, '엄재진'은 신문기자로 맹활약 중이고, '김영호'는 서울시문화재단 축제팀장으로 훨훨 날아 다니고 있다. 바람처럼 달려갔고 불처럼 타 올랐던 그 시절은 이제 영영 지나갔다. 그러나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우리들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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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2009-03-19 09:04:41
그래~그때 우리들은 열정이 무엇인지 알았는것 같다...지금도 다들 사회 곳곳에서 열씨미들 사는 모습이 그때의 열정의 부스러기들이 남아 있기 때문일게다...잘살자...고정아는 어디서 뭘하노...함 찾아보자 경상아...

우물개구리 2009-03-16 14:59:49
어디선가 본 사진인듯도 한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침 차 한 잔 마시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모니터에 뿜을 뻔 했다...
반갑다, 저 탱글탱글한 얼굴들아!!

김영호 2009-03-13 21:08:24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