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번성 대찰로 숱한 경전 발간'
'고려시대 번성 대찰로 숱한 경전 발간'
  • 최성달 (작가)
  • 승인 2015.05.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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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광흥사>
[최성달의 儒佛 에세이 - 15]

광흥사

광흥사는 안동시 서후면 자품리 813번지 학가산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의 말사이다. 안동에서 풍산방면으로 4km정도 가면 조선 세조 때 이곳을 지나가는 관리들이 날이 어두워지면 유숙했던 두솔원(兜率院)이 있던 자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석불을 세워 지나가는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곤 했는데 지금은 두솔원과 석불이 모두 없어지고 광흥사라는 안내판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광흥사라는 명칭은 주위의 지형이 학이 공중으로 솟아오르려는 순간처럼 날개를 펴고 있는 모양에 해당하므로 ‘넓게 일어난다’는 뜻에서 '광흥사(廣興寺)'란 이름을 얻었다.

절 입구에는 안동권씨별장공파이개문중조묘(安東權氏別將公派耳開門中祖墓)라고 쓴 묘소가 있다. 두솔원에서 광흥사까지는 9km다.

안동의 대표적 역사 지리서인 영가지에는 “광흥사는 안동부의 서쪽 30리 떨어진 학가산의 남쪽에 있고, 동쪽에는 능인대덕이 살았다는 능인굴이 있으며, 산허리에는 거찰과 작은 암자들이 둘러져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불교문화가 융성할 때에는 안동에는 150여 개의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절집이 깃든 곳이 학가산이었고, 광흥사는 바로 안동의 대표적이고 중심에 있던 사찰이었다.

광흥사는 의상이 치악산 구룡사를 세운 직후인 669년(문무왕 9)에 창건한 절이라고 하나 전하는 사적기가 없어 자세한 연혁을 알 수가 없다. 다만, 문헌자료와 실물을 통해 살펴보건대, 지금 절집에 남아 있는 범종이 선조16년인 1583년에 조성되었고, 응진전이 인조 25년인 1647년에 지어졌으므로 16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존립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절집이 흥미를 끄는 점은 경전이 간행되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1999년에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된 <불설대부모은중경>은 1562년(명종 17) 이 절집에서 다른 경전과 함께 간행한 것이다. 광흥사에서 경전이 간행되었다는 것은 이 절집이 안동 지방에서는 조정의 요구에 부응할 만한 대찰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 절의 터가 매우 넓은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세에 들어와서 광흥사는 1946년 화재로 대웅전 6칸이 소실되어 석가삼존상을 응진전에 모셨고, 1954년에는 극락전,1962년에는 학서루와 대방이 퇴락하여 잇달아 무너지는 등 사세가 극히 약화되었다.

이 때문에 광흥사에 남아 있던 고려시대 불경인 <취지금니묘법연화경>(청색 종이에 금색 글씨로 쓴 법화경, 보물 제314호)과 <백지묵서묘법연화경>(하얀 닥종이에 먹으로 쓴 법화경, 보물 제315호) 등 중요 문화재들은 국립 경주박물관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광흥사가 최근에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는데 도굴 사건 보도 때였다. 광흥사에서 직지심체요절보다 50년이 앞선 금속활자본이 도굴되었다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후에 이 책의 행방이 묘연하지만 대체적으로 원나라 때 불서인 <설두화상어록>을 조선 세조 때 간행된 목활자본”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허나 다른 한편에서는 광흥사가 고려 시대에 번창한 대찰로 여기서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서는 금속활자본이 발견됐을 ‘개연성’ 또한 배제 못하고 있다. 금속활자는 <직지심체요절>이 발간되기 140여 년 전에 이미 사용된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속활자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만만찮은 발견의 진원지인 광흥사는 그러나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무연하기만 하다.

지금 옛 것의 채취가 남겨져 있는 전각은 응진전(1647년 인조25년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165호)뿐이고, 무량각(1990년),삼층석탑(1993년),요사인 염화실(1997년),명부전(2000년),대웅전(2002년)은 모두 최근에 신축한 건물이다. 한편 절 입구에는 용계 은행나무와 견줄만한 수령 400년의 은행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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