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된장만 담그는 조봉식 총각
10년째 된장만 담그는 조봉식 총각
  • 유경상
  • 승인 2009.04.2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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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재래식으로 된장사업 승부내고 싶다”

10년째 된장만 담그는 청년을 만나러 갔다. 봉정사 올라가는 길, 나무와 나무사이에 연결된 줄을 쳐다보며 연등을 다느라 바빠 보였다. 수수한 옷차림의 조봉식씨(38세). 불교청년회원으로 며칠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잠깐 기다리다 양지바른 근처 잔디밭에 앉았다.

▲ 옛 조상들이 담그던 된장을 재현시켜 꼭 승부를 보고싶다는 조봉식씨

딱 10년 전 객지생활이 싫어 고향땅인 안동시 서후면 광평2리로 돌아와 뭘 할까 고민했었다고 한다. 궁리 끝에 농사를 짓던 부모를 설득해 콩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지막지하게 다퉜다. 웬 부모가 갑자기 콩농사를 전업으로 하겠다는데 그리 반가웠을까. 2000년 첫해 1천여평에 30말(1말에 1kg) 정도 콩농사를 지었다.

된장은 3년이 지나면 약이다

“메주를 팔면 당장 돈이 되지만 봄에 된장을 담가 최소 2~3년 돼야 팔 수 있는게 된장입니다. 그렇게 계속 된장을 담그다 보니 이젠 1년 된 것부터 9년 된 된장이 장독안에서 고스란히 숨 쉬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겠지만 3년이 넘은 된장은 진짜 약이 된다고 강조했다.

처음 계획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된장만 담글 줄 몰랐다고 한다. 콩농사를 짓는 것과 메주를 띄우는 것, 그리고 된장을 담그는 게 서로 연결되지만 조봉식씨는 ‘된장만 취급한다’고 재강조하고 있다.

된장만 담그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프랑스 와인처럼 된장은 오래 숙성될수록 가치가 올라갑니다. 작은 농장을 가진 수많은 와인생산자들이 성공했듯이 된장 또한 자기만의 고집과 기법을 가진 생산자들이 인정받을 날이 곧 옵니다”고 소신을 밝혔다.

식품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특히 대량판매를 목적으로 하다 보면 이 정신을 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봉식씨는 콩농사를 짓는 처음부터 옛날 조상들이 해 왔던 방식처럼 논두렁밭두렁에 콩을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꼭 ‘굵은콩’ 만을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개량종인 ‘중간콩’도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결과, 된장 담그는 사업은 장수사업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사업이 평생사업이기 때문에 이 길로 꼭 승부를 보고 싶다나. 이렇게 된장이라는 주종목으로 선순환을 시키는 시기가 왔고 그 시점이 올해라고 정했다.

메주는 사람사는 방처럼 환경 만들어야 

▲ 메주는 사람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하나 꼭 덧붙여 달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재래 진짜 된장은 굵은콩만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삶을 때 고구마처럼 분이 나온다. 그리고 3년이 묵으면 약이 된다. 그걸 모르는 어른들이 오래 된 된장을 버리거나 소먹이로 주는데 절대 그렇게 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조봉씩에게 또 하나의 철칙이 있다. “메주는 사람이다”는 것. 메주는 사람과 같다는 것이다. 황토방에 메주를 달아 45일에서 60일 동안 군불을 때 주고 온도와 습도도 사람 사는 것같이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곰팡이가 예쁘게 핀단다. 그리고 콩을 삶을 때 ‘상황버섯’을 섞어 주니까 궁합이 잘 맞아 떨어져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한다.

최근엔 2000평 정도에 50말 정도를 짓고 있는데 곧 사업장도 개설할 생각이다. 매장을 통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거나 인터넷쇼핑으로만 소비자를 만나겠다는 우직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동안 된장만 담그다 보니 간혹 택시운전에 일일노동일까지 하며 버텨 왔다. 결혼은 아직 못했단다. 그냥 내성적인 성격 탓이라고 뒷얘기를 얼버무리며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된장 1kg은 1만5천원, 3kg은 3만5천원이다. (연락처 : 010-5544-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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