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똥 된다.?!
아끼다 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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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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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에 밑줄] - <창조적 글쓰기>

글쓰기는 한 줄의 단어를 펼쳐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줄은 광부의 곡괭이이고 목각사의 끌이며 의사의 탐침이다. -11쪽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 삶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백날 생각만 하지 몇 글자라도 써보려 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자는 일단 쓰란다. 쓰면 그게 단초가 돼서 "줄줄이 비엔나"처럼 글이 이어진단다.

책을 쓰는 것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이어서 글 쓰는 이는 그 일에 자신의 지성을 쏟아부어야 한다. -24쪽

일기나 잡글은 그나마 쓰기 쉽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인가 보다. 다른 사람과 공유할 지식과 감성을 내보이려면 아무래도 잘 정제되고 체계가 잡혀야 할 테니 쉽지 않을 터. 그만큼 책을 쓰려면 준비도 많이 하고 쓰는 과정에 피를 말리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인가 보다. 그런데 요즘 마구 쏟아지는 그 쉬워 보이고 얄팍한 책들은 다 뭐지? 내가 낚이는 건가 아니면 책 쓰기 또는 책 만들기 쉬운 세상이 된 건가? 아니면 저자는 여전히 책다운 책만 고집하는 건가?

여름에 겨울에 대해 글을 쓰라. 이탈리아에 있는 책상 앞에서 마치 헨리크 입센처럼 노르웨이에 대해 기술하라. 파리에 있는 책상 앞에서 제임스 조이스처럼 더블린을 묘사하라. -95쪽

기자나 속기사처럼 현재가 가장 중요한 소재이자 주제인 글쟁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확실히 글이란 지금 당장 현재 상황을 쓰면 라이브 느낌은 있겠지만 좀더 정제되고 깊이 있고 오랫동안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삶을 채에 거르고 글 쓰는 이의 감성도 걸러야 더 세련된 글이 나올 수 있겠다.

작가는 자신이 읽을 책을 주의해서 선택한다. 결국은 그것이 그가 쓸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배울 것을 조심해서 선택한다. 결국은 그것이 자신이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96쪽

아무거나 먹으면 아무거나 싼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야 골라 싸는 재미도 있다?! 암튼 작가의 육체적 경험이든 정신적 경험이든 그 경험은 대개 글에 직, 간접적으로 표현되게 마련이다. 아무거나 먹고 골라서 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테니 골라서 먹어야 원하는 것만 싸겠지? (어감이 깨끗하지는 않지만 비유는 맞는 것 같다.)

책을 쓰는 느낌은 사랑과 무모함에 눈이 먼 채 실을 잣는 것과 같다. -104쪽

모름지기 인간은 비밀 일기를 써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마련이다.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다. 그걸 업으로 삼으면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그래야만 좋은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강하게 밀어붙이라. 모든 것을 열심히, 가차 없이 조사하라. 예술 작품 속의 모든 대상을 조사하고 파헤쳐라. 마치 다 이해한 것처럼 그것을 내버려두고 지나가지 말라. -110쪽

뭘 하든 시작했으면 밀어붙이는 저력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 대충하면 결과도 대충일 게 뻔하다. 작심삼일의 필부에게 이런 자기계발 메시지는 선생님과 아버지의 따분한 훈계 같으면서도 늘 반갑고 고맙다. 글을 쓰려면 책을 읽어도 대충 읽지 말고, 조사할 게 있으면 대충 알아봐서는 안 된다. 철저히 해야 정확하고 깊이가 더해지는 법.

매번 즉시 그것을 모두 써 버리고, 뿜어내고, 이용하고, 없애 버리라. 책의 나중 부분이나 다른 책을 위해 좋아 보이는 것을 남겨두지 말라. 나중에 더 좋은 곳을 위해 뭔가를 남겨두려는 충동은 그것을 지금 다 써먹으라는 신호이다. 나중에는 더 많은 것이, 더 좋은 것이 나타날 것이다. 아낌없이 공짜로 푹푹 나눠주지 않으면 결국 본인에게도 손해이다. 나중에 금고를 열어보면 재만 남아 있을 것이다. -111쪽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아끼다 똥 된다." "아끼다 찌로 간다." 나중에 천천히 먹으려고 냉장고에까지 넣어놨는데도 썩어버린 음식물에 안타까워 한 적이 없는 사람 있을까. 뭐든 나중에 써먹으려고 하다 보면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그걸 써먹은 효과도 약하게 마련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 옮겨적고 읊다 보니 이제 외우겠구나. 한 번 더 읽으면 저자의 것이 절반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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