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독도 분쟁지화’는 일본의 전략이 아니다
⑤ ‘독도 분쟁지화’는 일본의 전략이 아니다
  • 남상기
  • 승인 2009.07.11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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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상기의 여기도 '독도본부'

독도 도발이 있을 때마다 반드시 한국의 모든 언론보도 첫머리를 장식하는 표제어가 있다. <일본의 분쟁지화 전략>이라는 말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모든 도발이 모두 독도를 분쟁지로 만들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이다. 독도를 분쟁지로 만들어 집어삼키려는 게 일본의 전략이니 독도를 지키자면 당연히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분쟁지화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왜? 대응하면 분쟁지가 되니까. 분쟁지가 되면 국제사법재판소에 끌려가야 하고, 그러면 독도를 빼앗길 공산이 커지니까.

그러나 이 논리가 엉터리라는 것은 오래전에 입증되었다. 한국정부가 일본의 공격 앞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지만 독도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분쟁지가 된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언론보도 첫머리는 늘 <일본의 분쟁지화 전략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말로 시작된다. 마치 독도가 분쟁지가 아닌 듯이 사실관계를 속이는 말이며, 동시에 한국 정부에게 영토침탈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는 말이다.

국제법에 묵인이라는 영토귀속에 관련된 일반원칙이 있다. 영토에 대하여 상대방의 도발에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묵인으로 간주된다. 국제법상 묵인은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말이다. 묵인으로 간주되면 영토가 넘어간다.

최근 싱가포르와 말레시아 사이의 ‘페드라 브랑카’ 분쟁에 대한 재판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싱가포르가 주권자의 자격으로 행한 일에 대해 말레시아가 오랫동안 묵인했다”는 이유로 말레시아에 가까이 있고 싱가포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을 싱가포르 영토로 인정했다.

최근 타일랜드에서는 쁘리야 비히어 힌두교 사원을 두고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 사원은 본래 타일랜드 령이었다. 그러나 캄보디아를 식민지배 하던 프랑스가 잘못 제작한 지도를 타일랜드가 오랫동안 모른척했다. 나중에 타일랜드는 국경 수비대까지 동원하여 13년간 주둔하며 이 사원을 타일랜드 영토로 관리했지만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은 냉정했다.

"타일랜드는 오랫동안 잘못 제작된 지도를 묵인했고 타일랜드 하급 군대의 주둔은 영토분쟁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시 철수하라!" 이렇게 묵인을 저지른 죄로 타일랜드는 자기의 고유한 영토를 캄보디아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일본의 목적이 독도를 분쟁지로 만드는 것인가. 아니다. 분쟁지로 만든다고 반드시 일본 영토가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일본의 목적은 독도를 일본영토로 만드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분쟁지화 전략을 쓰는 나라는 없다. 영토를 두고 다투면 자동으로 분쟁지가 되기 때문이다.

남상기 독도본부 전 사무국장
문제는 이렇게 서로 다투는 영토에 대해서 얼마나 철저한 영유의지를 나타내느냐가 문제의 관건이다. 우리가 보여준 자세는 영유의지의 부재, 즉 국제사회가 볼 때에 영토포기 의사로 간주될 가능성마저 있는 매우 잘못된 대응이었다. 실제로 일본의 전략은 한국의 무대응, 즉 국제법상 한국이 묵인을 계속 저지르도록 만드는 것이었고 이 전략은 성공했다. 일본이 한국에 심어놓은 자칭 전문가 집단과 한국 언론의 무지가 결합되어 한국정부로 하여금 오랫동안 묵인을 저지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분쟁지화 전략>이란 표현은 결국 일본이 한국정부와 국민의 국제법에 대한 무지를 악용하여 독도를 빼앗기 위한 술책으로 펼친 작전이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우리의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나라와 영토를 넘기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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